[Asset plan]ISA·해외 펀드의 장점
새해 들어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될 예정인 데다가 해외 펀드 비과세 특례도 6년 만에 부활한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2016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이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새해, 새 결심으로 심기일전했던 마음은 바쁜 일상에 밀린 지 오래다. 그러나 3월, 투자자들에게는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해 돌아볼 이슈들이 있다. 해외 펀드 비과세 특례 시행과 ISA가 그것이다. 올해 들어 새로 도입되거나 부활하는 제도들이다.

해외 펀드 비과세 특례는 2월 말부터 시행됐다. 2008년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만 6년 만에 부활한 제도다. 이는 해외 상장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 시 해외 주식 매매·평가 차익과 환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15.4%)를 비과세해주는 것이다.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납입 한도는 1인당 3000만 원이며 가입 가능 기간은 2017년 말까지다.

‘만능통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ISA는 가입자가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를 말한다. 계좌에서 발생한 순이익 200만 원까지 비과세해주고 200만 원을 초과한 분은 9.9%가 분리과세 된다.

연간 200만~250만 원의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3~5년간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 여러 금융 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투자를 어려워하는 고객도 이를 통해 모처럼 정석(定石)의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ISA로 자산관리를 할 때 두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ISA의 가입 대상은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 및 농·어민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아예 가입할 수 없다. 또 ISA 내에 해외 주식형 펀드를 포함시킬 수 있지만, 따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ISA 편입 대상과 분리하는 게 유리하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까닭
새로운 제도는 투자자에게 여러 차원에서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알뜰살뜰 규모 있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상당 부분 국내 자산으로 편중된 한국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해외로까지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Asset plan]ISA·해외 펀드의 장점
이 두 제도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확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는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서도 진단됐고, 많은 투자 전문가들의 조언 속에서도 빠지지 않는 내용이지만, 한국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아직까지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한국 투자자들이 어느 펀드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2014년 말 기준으로 조사 대상 투자자의 100명 중 60명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를 하는 사람은 100명 중 33명에 불과하다. 좀 더 세분해서 보면,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33명 중 17명이 중국 주식형 펀드에 투자 중이다. 투자자들은 한국 자산을 좋아하며, 해외에 투자하더라도 익숙한 중국 정도에만 집중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 얼마나 많은 투자 기회가 있는지를 생각하면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로 있을 수는 없다.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단 2%의 비중에 불과하다. 2005~2007년, 그리고 지난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중국 시장(본토 기준)도 8%에 채 못 미친다. 90%의 투자 기회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자산에 대한 관심 부족은 다 이유가 있었다. 낯설고 복잡하고 어렵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과거에는 국내 자산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기대수익을 달성할 기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위기 이후 한국의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심화되고 고착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현재 예금 금리는 1.7% 수준이며,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는 0% 근방이거나 심지어 유럽은 마이너스 예금 금리를 적용 중이다.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다양한 해외 자산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 전부터 고객들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많은 제안을 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2014년 말에 한국SC은행 고객 기준으로 해외 자산 대 국내 자산 비율이 1 대 9였으나, 고객들과 함께 투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2015년 말 기준으로 해외 자산 대 국내 자산 비율은 6 대 4까지 조정됐다.

한국 내 투자 자산의 성과(정확히는 리스크 대비 성과를 의미한다)가 아주 우월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자산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제법 양질의 성과를 고객에게 안겨주었다. 특히 새해,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새 기회다. 세상은 넓고, 기회는 많다.
허창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투자자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