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 ]배우자·자녀 없는 피상속인의 상속자
피상속인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식이 없을 경우 상속분은 부모나 친척들에게로 확대될 수 있다. 장례식에서는 애써 울고 뒤로 돌아서서 웃는 상속인들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직계비속(아들, 딸, 손자, 증손) 외에 부모나 방계혈족(같은 시조에서 갈라져 나간 혈족)에 대한 상속분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미국 통일상속법(UPC)에는 피상속인의 부모에 대한 무유언상속분이 규정돼 있다.

우선 피상속인이 배우자와 직계비속을 남기지 않은 경우 부모는 피상속인의 재산 전부를 상속받는다. 부모가 모두 생존한 경우 그들 사이에서의 상속분은 동등하다. 피상속인이 직계비속은 남기지 않고 생존배우자만 남긴 경우에는 생존배우자가 상속재산으로부터 먼저 20만 달러를 상속받은 후 잔여 재산의 4분의 1을 피상속인의 부모가 상속받는다. 나머지 4분의 3은 생존배우자가 상속받는다.

부모가 친권자로서 자녀에 대한 보호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자녀를 포기한 경우에도 그 자녀로부터 상속 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는, 주로 그 자녀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고 그로 인한 사망보상금 내지 손해배상금이 나왔을 때 발생한다. 이 문제에 관해 UPC는 부모가 그 자녀를 공개적으로 자신의 자녀로 취급하지 않거나 그 자녀에 대한 부양을 거절한 경우에는 그 자녀로부터 상속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부모뿐 아니라 부모의 친족도 상속으로부터 배제된다. 뉴욕 주의 상속법(N.Y. EPTL)도 이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부모가 자녀를 포기하거나 부양을 거절한 경우에 부모의 상속권을 부인하는 법역(法域)은 있지만, 부모가 자녀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부모의 상속권을 부인하는 법역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경우에는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방계혈족, 상속 우선권 놓고 의견 갈려
피상속인이 생존배우자, 직계비속, 부모를 모두 남기지 않은 경우에는 방계혈족이 상속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 방계혈족 중에서도 누구에게 우선권이 있는지에 관해 2가지 대립되는 제도가 있다. 피상속인과 가까운 공통의 직계존속을 가진 방계혈족에게 우선권을 주는 공통조상주의(Parentelic System)와, 피상속인과 촌수가 가까운 방계혈족에게 우선권을 주는 촌수주의(Degree–of–Kinship System)가 있다. 공통조상주의는 ‘피상속인의 부모의 비속(제1순위 방계혈족, first-line collaterals)’을 ‘피상속인의 조부모의 비속(제2순위 방계혈족, second-line collaterals)’보다 상속에 있어서 더 우위에 둔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생존배우자나 직계혈족은 남기지 않고 방계혈족으로서 고모와 ‘종손(從孫, 조카의 자녀)’이 있는 경우, 촌수로는 고모는 3촌이고 종손은 4촌이 된다. 따라서 촌수주의에 따르면 고모가 우선권을 가진다. 그러나 공통조상주의에 따르면 피상속인과 고모의 공통 조상은 조부모이지만 피상속인과 종손의 공통 조상은 부모이므로 종손이 우선권을 가지게 된다. 만약 공통 조상이 같거나(공통조상주의), 촌수가 같은 경우에는(촌수주의), 모두가 상속인이 돼 동등하게 상속재산을 분배 받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의 많은 법령과 판례는 기본적으로 촌수주의를 따르고 있다. 예컨대 1987년 몬태나 주 대법원(Supreme Court of Montana)의 다후드(Dahood) vs 프랑코비치(Frankovich) 사건에서 피상속인은 생존배우자나 직계혈족 없이 외삼촌들과 이모들 및 고종사촌 형제들을 남겼다.

몬태나 주 대법원은 촌수주의에 따라 4촌인 고종사촌 형제들을 배제하고 3촌인 외삼촌들과 이모들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 만약 이 사건에서 몬태나 주 법원이 공통조상주의를 채택했다면 공통의 조상이 모두 동일(조부모)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상속권이 인정됐을 것이다.

그러나 UPC는 공통조상주의를 채택해 피상속인이 생존배우자, 직계비속, 부모를 모두 남기지 않은 경우 피상속인의 ‘부모의 직계비속(제1순위 방계혈족)’이 상속을 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삼촌이나 고모보다는 형제자매가 더 가깝다는 정서의 반영이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의 법역에서 두 제도의 혼합이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주와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원칙적으로 촌수주의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같은 촌수의 방계혈족 사이에서는 공통조상주의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상속을 받을 수 있는 방계혈족의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소위 ‘뒤에서 웃는 상속인’을 막기 위해 많은 주들이 피상속인의 ‘조부모의 직계비속(제2순위 방계혈족)’까지로 상속인을 제한하고 있으며, UPC도 이와 같다.

이복방계혈족(half-blood collaterals)의 상속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동복방계혈족(whole-blood collaterals)과 동일한 취급을 하고 있고, UPC도 이와 같다. 다후드 vs 프랑코비치 사건에서 외삼촌들과 이모들은 이복방계혈족들이었고 고종사촌 형제들은 동복방계혈족들이었으나, 몬태나 주 대법원은 양자 간에 차이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주에서는 이복방계혈족과 동복방계혈족을 달리 취급하기도 한다. 예컨대 미시시피 주에서는 동일 촌수의 동복방계혈족과 이복방계혈족이 있는 경우에는 동복방계혈족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으며, 버지니아 주와 플로리다 주에서는 이복방계혈족에게 동복방계혈족 상속분의 2분의 1만 인정하고 있다.

미시시피 주 대법원은 1983년 존스(Jones) vs 스터브스(Stubbs) 사건에서 피상속인의 생존한 이복누이를 배제시키고 이미 사망한 동복형제의 자녀에게 상속재산 전부를 귀속시킨 바 있다.
김상훈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