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저작권 등 무체재산, 상속 어쩌나
상속재산이라고 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동산이나 예금, 주식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최근에는 지적재산에 대한 개념이 보편화되며 저작권, 상표권 등 무체재산(無體財産)의 상속 문제도 뜨거운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아직까지 저작권이라는 개념은 다소 낯설다. 과거 인터넷에서 불법 음원이나 동영상을 내려 받는 것을 당연시 여겼던 사람들은 지난 4월 사망한 미국의 팝 가수 프린스가 3400억 원의 유산을 남겼고, 재산의 상당 부분이 저작권 수입이었다는 사실이 믿기기 않을 것이다. 더구나 프린스 사후 사흘간에만 60만 장의 앨범이 팔렸고, 그의 노래 230만 곡이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서 판매되는 등 망자(亡者)의 저작권 수입은 이후에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기세다.

프린스에 비견할 순 없지만 국내에도 매년 저작권 수익만 수억 원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음원의 저작권료 징수 관련 위탁을 맡고 있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작곡가의 수입이 공개된 마지막 해였던 2013년 박진영(13억1000만 원), 조영수(9억7385만 원), 테디(9억467만 원), 유영진(8억3648만 원), 지드래곤(7억9632만 원) 등이 억대의 저작권 수입을 올렸다.

올해 2월부터 음원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에 대한 저작권료가 17~91%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비롯해 상당수의 창작자들이 1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저작권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원로 음악인 중에서는 2010년 별세한 작곡가 고(故) 박춘석이 생전에 <비 내리는 호남선>,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가슴 아프게> 등 1100여 곡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했으며, 2012년에 작고한 작사가 고 반야월이 <불효자는 웁니다>, <소양강 처녀>,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5000여 곡의 저작권을 남겨 이들의 상속인들이 매년 1억 원가량의 저작권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작권은 피상속인(저작권자)의 사후 70년 동안 보장되기 때문에 상속인들에게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가 아닐 수 없다.

알쏭달쏭 저작권 범위는
저작권은 흔히 음악이나 사진·영상, 어문, 컴퓨터 프로그램, 연극, 미술, 건축 저작물 등을 일컫지만 그 범위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인적인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일단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

저작권과 상속 분야의 전문가인 김수교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는 “저작권의 범위는 아주 광범위해서 일반적으로 아는 음악이나 미술, 건축 등을 넘어서서 창작성이 인정되고 자기의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돼 있다면 저작권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전화번호를 알파벳 순서로 단순히 나열하거나 보험료 청구를 위한 업무상 포맷 등을 놓고도 저작권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블로그 등 인터넷상에 올린 글이나 음식 레시피 등도 개인적인 창작성이 가미됐다면 저작권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단, 재판 절차 중에서의 복제, 공공 저작물의 자유 이용, 학교 교육 목적 등 이용,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이나 방송,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등은 저작재산권이 제한된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저작권은 피상속인(저작권자)이 사망하면 상속인들에게 자동적으로 승계되며, 저작권을 별도로 등기할 필요는 없다. 또 저작권자는 생전 증여, 유언 및 매매를 결정할 수 있고, 유언으로 저작권 전체를 상속하거나 위탁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다.

저작권의 상위 개념은 무체재산권(無體財産權)이다. 무체재산권은 지적재산권 또는 지식재산권이라고 부르는데 저작권과 함께 산업재산권(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상표권, 서비스표권)이 포함된다.

저작권의 상속은 법률적 순위에 따라 정해지는데 1순위는 태아를 포함한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 등 직계비속과 배우자이며, 1순위 상속인이 없을 경우 2순위 직계존속(부모, 할아버지, 할머니)과 3순위 형제자매 순으로 내려간다.
[Focus]저작권 등 무체재산, 상속 어쩌나
망자는 알 수 없었던 저작권 분쟁
저작권료의 규모가 수십억 원대로 커지며 이를 둘러싼 상속인들 간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90억 원대의 저작권료 가치를 인정받은 가수 김광석의 노래도 유족들 간 갈등에 단초를 제공했다.

1996년 1월에 사망한 김광석은 생전에 <다시 부르기Ⅰ>, <다시 부르기Ⅱ>, <김광석 3번째 노래 모음>, <김광석 네 번째> 등 4개 음반을 그의 부친 이름으로 음반사와 계약하고 음반을 제작했었다. 김광석이 사망한 후 미망인과 딸은 김광석의 부친을 상대로 로열티청구권확인 청구소송을 진행해 부친이 사망하면 그 권리를 양도 받고, 향후 제작될 김광석의 노래와 관련한 모든 음반의 계약은 부친과 미망인 측이 합의해 체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김광석의 부친이 이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증을 통해 4개 음반에 대한 권리를 김광석의 모친과 형에게 증여한 것이다. 이후 미망인이 원고 측의 동의를 받지 않고 3개의 음반을 제작, 판매했는데 모친 등이 이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전으로 번졌다.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주기동)는 지난 2008년 6월 “앞으로 제작될 음반 저작권은 김광석의 아내와 딸에게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부친이 사망하면 그 권리를 양도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저작권을 증여하기로 유증을 했다고 해도 효력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상속세 신고 시 상표권 가액을 별도로 산정하지 않아 세금 폭탄을 맞은 경우도 있다. 2010년 별세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본명 김복남)의 상속인들이 ‘앙드레김’ 상표권에 대한 가치를 대수롭지 않게 봤다가 ‘큰 코를 다친 것’이다. 앙드레김의 아들은 155억600만 원의 상속재산을 물려받았다며 상속세 41억6100만 원을 신고했는데 세무당국은 특허청에 등록된 ‘앙드레김’ 상표권이 사전증여 됐다고 봤다. 세무당국이 계산해낸 상표권의 가액은 46억3000만 원으로 이를 포함하게 되면 상속세와 부가가치세 7억59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아들 김 씨는 상표권을 영업권에 포함해 회사에 매각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2심은 “앙드레김 상표권은 상표권 자체를 다른 업체에 대여해 사용료를 받는 별개의 독립된 재화이며, 영업권과 별개의 독립된 재산권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대법원(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지난 4월 28일 선고를 통해 ‘상표권도 상속세 부과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평가 방법의 차이로 인해 상속세를 과소 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상표권과 영업권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상표권에 대한 재산적 가치가 증대되며 2015년에는 개인명의 상표를 출원한 기업 오너들이 여론의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 등이 전국 가맹점 50개 이상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특허청 제출자료와 공시자료, 가맹사업자 정보공개서 등을 살펴본 결과 216개 가맹 기업의 영업표지 등록상표 976건의 76.7%(749건)를 법인 대표자 또는 오너 일가가 사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표권의 경우도 저작권처럼 상속이 가능한데 상표권자가 사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상속인이 특허청에 이전 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하지 않는 경우 상표권자가 사망한 날로부터 3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에 상표권은 소멸된다. 특히 상표권 로열티는 급여나 배당과는 달리 기타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세금 공제 혜택도 크다.

상속자가 저작권을 물려받은 후 노래비 등을 세운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사가인 고 반야월의 저작권 상속자인 셋째 딸 박 모 씨는 지난 5월 15일 사천시와 충남 태안군, 충북 제천시, 서울 금천·성북구, 한국수자원공사 등 6개 기관을 상대로 어문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씨는 사천시에는 6750만 원, 나머지 5개 기관에는 1500만 원씩을 청구했는데 해당 기관 등의 노래비 건립 공사비의 15%를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사천시의 옛 지명은 삼천포인데 <삼천포 아가씨>를 기념하는 노래비가 문제가 됐으며, 태안군(만리포 사랑), 제천시·금천구(울고 넘는 박달재), 성북구(단장의 미아리 고개), 한국수자원공사(소양강처녀)도 비슷한 이유다.

해당 지자체 등에서는 “비영리 자치단체가 저작물을 이용해 영리를 취하지 않았고, 저작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관련 문화 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하며, “뒤늦게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명인 퍼블리시티권 등도 주목
최근 저작권과 상표권만큼이나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다. 한마디로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의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다.

미국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이 재산권적 측면에서 유명인의 초상을 보호하는 데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법률상 확립된 개념이 아니다. 퍼블리시티권 분쟁으로 주목을 끈 사건에는 인기 걸그룹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본명 배수지)의 일명 ‘수지모자’ 사건이 있다.

인터넷 모자 쇼핑몰에서 한 포털사이트에 ‘수지모자’란 단어를 검색하면 자사의 홈페이지 주소가 상단에 뜨도록 하는 키워드 검색광고 계약을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노출했는데 지난 2013년 자사 홈페이지에 ‘매체인터뷰’, ‘공항패션’ 등 문구와 함께 수지의 사진 3장을 올려 영업을 하기도 했다.

이에 수지 측에서는 “이름과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당했다”며 쇼핑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섰으나 2015년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부장판사 오성우)가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망자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된 판례도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고 이효석 선생의 장녀인 이 모 씨가 “아버지의 초상이 들어간 상품권이 성인오락실 경품용으로 사용돼 아버지의 퍼블리시티권을 포함한 초상권이 침해당했다”며 상품권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김용석)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고인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은 인정되지만 후손이 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기간은 상표권이나 저작권보호법상 사후 50년으로 봐야 한다는 것. 이 사건의 경우 이효석 사망 후 62년이 경과한 시점이었는데 2013년 이후 저작권 등에 대한 보호 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만약 그 이후에 재판이 이뤄졌다면 충분히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수교 변호사는 “국내법상 명문 규정이 없는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속 기간에 대해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상속재산으로 평가될 수 있는 무체재산권의 범위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창과 방패의 전쟁, 저작권 보호 해법은
저작권 등 무체재산권의 보호는 흔히 창과 방패의 전쟁에 비유된다. 저작권만 예로 들더라도 범위가 워낙 넓고 개념 자체가 모호한 데다가 저작권을 침해하기 전까지는 이를 보호할 방안이 딱히 없다는 맹점이 있다.

사실 음악이나 미술 작품처럼 저작권으로 규정하기 쉬운 분야가 아니라면 저작권자인 피상속인조차 자신이 갖고 있는 저작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이고, 저작권의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김수교 변호사는 “저작권은 일단 상속을 받은 후 어떻게 이를 보호할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저작권은 굳이 등록을 할 필요는 없지만 상속인들이 제3자의 저작권 침해에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툴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저작권 등록을 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 등의 관리를 위해 신탁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저작권 등 무체재산권을, 저작권 신탁업을 하는 전문 기관에 신탁해 관리하면 피상속인 생전에는 저작권의 수익 관리를, 사후에는 상속인들이 저작권의 가치를 판단해 상속세 등을 내거나 저작권료 등의 수입을 관리 받을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저작권을 신탁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미국의 경우는 일반화돼 있는 모델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으로 열연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도 말년에 불우한 삶을 살았지만 상속인들을 위해 저작권 등을 신탁해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혜택을 보도록 했다.

로빈 윌리엄스는 3차례의 결혼을 통해 300억 원이 넘는 위자료를 냈고, 말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2009년 저작권 등을 신탁기금으로 관리하도록 하며, 3명의 자녀들이 21세, 25세, 30세가 됐을 때 단계적으로 돈을 지급받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김수교 변호사는 “로빈 윌리엄스의 사례처럼 저작권자가 사망한 후 미성년 자녀를 케어해주면서 향후 발생하는 저작권 수익을 나눠줄 수 있는 신탁관리 모델이 국내에도 충분히 도입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제 가시적으로 보이는 경제적 가치보다는 무형의 자산에 대한 상속 문제도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