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terview]디터 넥텔 페라리 극동 및 중동지역 CEO

[한경 머니=김수정 기자]1947년 5월, 포뮬러원(F1)의 전설이라 불리는 엔초 페라리(Enzo Ferrari)에 의해 탄생한 페라리는 줄곧 럭셔리 스포츠카의 고유명사로 불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간 정상에서 군림해 온 페라리가 지난 6월 신차 GTC4 루쏘(GTC4 Lusso)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슈퍼카 시장의 핵으로 떠오른 극동 및 중동지역을 총괄하는 디터 넥텔(Dieter Knechtel) 페라리 극동 및 중동지역 최고경영자(CEO)를 통해 국내외 슈퍼카 시장의 현황과 페라리의 향후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페라리, 단연 절정의 자동차죠”
흔히 페라리를 언급할 때면 으레 ‘최첨단’, ‘초호화’, ‘최초’ 등 최상의 수식어들을 붙이기 마련이다. 이는 지난 70년간 페라리가 써 온 기록의 역사에서도 오롯이 드러난다.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는 페라리를 설립하기 18년 전인 1929년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을 구성해 F1에 참가했다.

페라리는 F1에서 쌓은 첨단 기술력을 토대로 1947년 창립 이후 70년 동안 F1을 비롯한 전 세계 서킷과 로드 레이스에서 5000회 이상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수많은 레이스를 통해 얻은 뛰어난 기술과 최고의 차를 만들어내겠다는 페라리의 집념은 로드카 제작에서도 이어졌다. ‘연간 7000대 한정 생산’이란 기조 아래 고객 개개인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맞춤 제작 방식을 고수하는 등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페라리는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애마’로도 각광을 받아 왔다. 연기파 배우 폴 뉴먼은 페라리 365 GTB4를 직접 몰고 ‘데이토나 24시간 레이스’에 참가했으며, 전설적인 여배우 메릴린 먼로 역시 페라리를 사랑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가 가장 아끼던 자동차 중 하나인 250GT 카브리올레도 페라리 역사의 단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역사를 이을 페라리의 신차 GTC4 루쏘는 사륜구동에 리어 휠 스티어링 시스템을 최초로 적용한 차로,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지난 6월 29일 국내 팬들을 찾았다. W 서울 워커힐호텔 우바(Woobar)에서 진행된 이날 론칭 행사에는 흰색 외장의 GTC4 루쏘뿐 아니라 GTC4 루쏘에 탑재되는 12기통 엔진은 물론 4RM-S 시스템을 보여주는 서스펜션과 인테리어 장식들이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GTC4 루쏘의 ‘GTC’는 그란 투리스모 쿠페(Gran Turismo Coupe)를, 숫자 ‘4’는 4인승 모델을, ‘루쏘(Lusso)’는 이탈리아어로 고급스러움(luxury)을 의미한다. GTC4 루쏘에 탑재된 엔진은 페라리 12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가장 진화된 버전으로, 동급 최강의 파워는 물론 민첩한 반응 속도와 매력적인 사운드트랙이 특징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인 제로백은 3.4초, 최대 속도는 시속 335km에 달한다. GTC4 루쏘와 함께 방한한 페라리 극동 및 중동지역 CEO 디터 넥텔은 20년 넘게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시트로엥, 르노, 벤틀리, 포르쉐 등 다수의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한 번도 자동차 업계를 벗어난 적이 없는 베테랑 경영인이다. 페라리에 대해 한마디로 ‘최고봉, 절정(pinnacle)’이라 정의하는 ‘차생차사(車生車史)’ CEO의 야심 찬 포부를 들어봤다.

Q:자동차 업계에서만 일하셨는데 그동안의 커리어와 경험들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요.
“20년 넘게 자동차 업계에서 줄곧 커리어를 쌓아 왔습니다. 제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유를 꼽자면, 자동차는 산업·기술적 제품인 동시에 감성적 제품이라는 점입니다. 첨단 기술은 물론, 고객들의 감성이나 취향을 중시하죠. 저는 딜러 (컨설턴트)로 자동차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따라서 딜러들의 수익 구조나 그들이 제조사나 고객들로부터 받는 부담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년간 제품매니저로서 다양한 브랜드와 자동차 모델들을 접하면서 각각의 시장마다 고객을 상대로 어떻게 소통하고, 접근할지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에 진입하면서 해당 고객들이 제품에 거는 기대와 부가가치, 마케팅 방식들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나라에서 거주하며 각국의 고객들과 자동차 모델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Q:페라리가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페라리만의 특별함(exclusive)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궁극적으로 더 많은 차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고객들에게 무엇을 더 해줄 수 있는지에 집중하죠. 페라리를 소유하고 있는 분들이 페라리가 트렌드세터이자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주는 브랜드로서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신뢰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곧 브랜드에 대한 애정,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저희는 단순히 고객들이 페라리를 소유한 것 이상으로 그것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가령, 전 아시아 고객들이 주행이나 트랙, 플랫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하고 있죠.”

Q:한국은 어떤 시장이며, 세계의 시장인 중국과 차이가 무엇인가요.
“한국은 흥미로운 시장입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고급 자동차 시장은 자국 브랜드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한국에 글로벌 수입차들이 체계적으로 들어오고,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구축하면서 한국 내 수입차의 비율도 점점 높아지는 등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기회와 잠재력이 있는 만큼 페라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중국과 한국 고객의 차이를 언급하기엔 양국의 고객 정보가 매우 다양해서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힘들지만, 문화 등 거시적 관점에서 차이점이 있긴 하죠. 한국은 좀 더 문화적으로 성숙하고 게임의 룰을 잘 알고 있는 시장입니다. 교육 수준은 물론, 경제 성장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편이지만 중국은 최근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런 만큼 중국의 대다수 고객들이 (페라리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내가 이만큼 도달했다’고 보여주려는 반면, 한국 고객들은 ‘이만큼 내가 성공했으니까 스스로에게 이런 선물을 줘야겠다’는 측면에서 좋은 차를 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Q:페라리는 오너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페라리 챌린지 레이스, 필로타 드리이빙 코스, 테일러메이드 프로그램 등)도 구축하고 있는데, 이 같은 프로그램의 성과는 어떤가요.
“해당 프로그램들의 목적은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이나 니즈를 충족시키고, 그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있습니다. 고객들은 저희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라이선스를 취득하기도 하고, F1 차를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저희는 고객과 브랜드 간 관계를 더 견고히 하고,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이 페라리란 브랜드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열정을 갖도록 꾸준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제 업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는 고객들이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얼마 전 동남아 고객들이 일본에서 주행을 원하셔서 관련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죠. 이런 것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들에겐 브랜드와 소속감을 갖게 하고, 동일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과 우정을 쌓는 플랫폼이 될 수 있어요.”
“페라리, 단연 절정의 자동차죠”

Q: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면서 가장 희열을 느꼈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요.

“매사 고객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운전하는 경험들이 제겐 즐거운 추억들이죠.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아직도 종종 ‘페라리에서 일하면 할인 좀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이건 정말 저희 차를 모르는 분들의 얘기죠. 아울러, 저희가 생산량이 많지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한정된 시간에) 차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때론 어렵기도 하죠.”

Q:늘 바쁠 것 같은데 평소 스케줄은 어떤가요.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나요.
“출근 후, 오전에는 아시아 시장을 분석하죠. 오후에는 이탈리아가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웃음) 각종 프로젝트나 아이디어를 분석하고, 그동안 전략 및 결과를 조율합니다. 간단하게는 이번 공식행사에서는 누가 누구 옆에 앉느냐 하는 것들도 이야기하곤 합니다. 임포터(수입업자)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각각의 지역에서 임포터가 저희 페라리 브랜드를 잘 대변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제가 중앙에서 결정하는 것들이 모든 시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제 임무입니다.

제가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오늘같이 론칭 행사가 있을 때 제품을 설명하고,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다면 안 좋은 상황이 생겨도 그걸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면 방법입니다. 또 가족과의 시간, 특히, 주말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업무적으로 힘든 일들을 잊어버리는 때이기도 하죠. 스포츠를 많이 하는데 현재 싱가포르가 너무 더워 밖에서 뛰는 것이 힘들어서 (웃음) 주로 짐(gym)에 가서 운동을 합니다.”

Q:페라리의 뮤즈가 있다면요.
“워낙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유명 인사들이 저희 고객들이라 딱히 누구라고 꼽긴 힘든데, 그래도 대표적인 인사 몇 명을 꼽자면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에릭 클랩튼과 그룹 마룬5의 리드싱어 애덤 리바인, 그리고 제프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Q:페라리 차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차는 무엇이고, 타사 슈퍼카 중 라이벌을 꼽자면 무엇입니까.
“저 혼자 쓰는 개인용 차로는 F12 TDF를 꼽고 싶어요. 가족과 함께 하는 차로는 이번에 출시한 GTC4 루쏘를 선택하겠어요. 아울러 특정 회사를 라이벌로 생각하기보다는 일종의 시장 동료로 여기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시장점유율을 좇기보다 100% 고객 맞춤 주문 회사이기 때문에 저희만의 전략이 있죠. 어떤 점에서도 저희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Q: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페라리라는 훌륭한 브랜드에서 제가 아직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미 정말 많은 것들을 이뤄낸 브랜드이기 때문에 거기서 더 뭘 잘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생각을 가지고 고객들을 만족시키며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Q:마지막으로 나에게 페라리는 000이다.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요.
“굉장히 묘한(tricky) 질문이네요. (웃음)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단연 최고봉(The pinnacle, 절정)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디터 넥텔 CEO는 …
1990년 비엔나대 경제 및 경영학부(마케팅 전공).
1995년 HEC 비즈니스 스쿨 국제경영 전공. 2012년 벤틀리 중국 브랜드 총괄. 2013년 포르쉐 중국 브랜드 총괄. 2015년 페라리 극동 및 중동지역 CEO(현).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