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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서 죽으면 세금을 덜 낼까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일본 다음으로 높은데 유산 총액에 과세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내는 세금은 일본을 능가한다. 국가별 사망세를 비교할 때 단순히 세율만으로 따질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갑작스럽게 사고로 사망한 김부자(가명) 씨 내외는 두 자녀에게 7억 원의 재산을 남기게 됐다. 김 씨의 두 자녀는 7억 원을 사이좋게 반반씩 나눠 가지면서 상속세도 똑같이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5억 원까지는 기본상속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초과분 2억 원에 대한 상속세를 내면 되는 상황이었으며, 상속재산 1억 원까지는 1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고 생각해 각자 1억 원에 대한 세금 1000만 원씩을 준비했다. 총 2000만 원의 상속세를 신고 납부한 두 자녀는 뜻밖에도 세무서에서 2000만 원이 아닌 3000만 원의 상속세를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도대체 두 자녀들은 상속세에 대해 무엇을 잘못 이해한 것일까. 죽은 사람들에게 가혹한 주(州)라는 농담이 있는 미국 뉴저지 주는 최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산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는 2016년 신년 연설에서 “미국 대부분의 주가 세금 부과 방식에 따라 상속세와 유산세 가운데 하나만 적용하는데, 뉴저지 주는 상속세와 별도로 유산세도 부과하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면서 “후세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중산층 파괴를 막기 위해 유산세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올해 2월 29일, 뉴저지 주 상원 소위원회는 5년간 단계적으로 유산세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적인 이슈는 무엇일까. 사망을 원인으로 하는 일종의 ‘사망세’ 부과 방식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뉴저지 주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연방유산세(federal estate tax)에 추가로 주정부 차원에서 각 주별로 상속세(inheritance tax)와 유산세(estate tax)를 구분해 부과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상속세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김 씨의 두 자녀들과 관계된 상속세와 유산세 중 어떤 과세 방식을 적용하는 것일까.

한국 상속세가 OECD에서 최고인 이유
사망을 원인으로 피상속인의 재산에 대해 부과하는 ‘사망세’의 개념은 각 국가마다 그 과세 방식이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유산세는 사망자(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해 부과하는 세금이고, 상속세는 상속인들이 각자 물려받은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인별로 내는 세금이다.

어느 나라에서 죽으면 세금을 덜 낼까
일반적으로 유산세 방식은 미국, 영국 등 영미권에서 채택한 바 있고, 상속세 방식은 대륙법계에서 일반적으로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법의 시초가 된 일본 상속세법은 최초에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했으나 1950년 이후 상속세 방식으로 전환했다.

OECD 국가 중 ‘사망세’를 부과하는 국가의 과세 방식을 살펴보면 과세율은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영국, 미국, 덴마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속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80년간 유산세 방식 고수
우리나라의 ‘사망세’ 과세 체계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전체 금액에 상속세율을 곱해 총 상속세를 계산한 후 상속인이 각자 받은 상속재산 비율에 따라 나누어 납부하는 방식으로, ‘유산세 과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일컫는 ‘사망세 과세 방식’ 중 상속세와는 반대되는 개념을 우리는 상속세라고 일컬으며, 유산세 과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국제적 ‘사망세’ 관점에서 볼 때 상속세가 아닌 유산세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용어 사용과 과세 방식의 배경은 과거로 거슬러간다. 1934년 최초로 창설된 <조선상속세령>에서 유산세 과세 방식을 기본으로 한 상속세를 도입했고, 1950년 정부 수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 유산세 과세 방식을 시행해 왔다.

이러한 상속세 과세 방식은 다수의 대법원 판례(1977. 7. 26 선고, 75누184 등)에서도 일관되게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이른바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산세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 과세 대상 재산이 유산 총액이므로 그 크기는 상속세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와 비교해 세금이 더 많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에서 죽으면 세금을 덜 낼까
김 씨의 두 자녀의 사례로 돌아가서 2가지 방식에 따른 세 부담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김 씨의 두 자녀는 상속세(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해 각자가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세 부담을 계산했기 때문에 총 2000만 원의 세액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하에서는 각 상속인이 실질적으로 취득한 재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총 유산액에 누진세를 적용하므로 1000만 원의 세 부담이 추가로 발생해 납세자에게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유산세 방식하에서는 상대적으로 세율이 좀 더 낮게 설정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타당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높은 국가이지만, 일본은 상속세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세 부담은 우리나라가 더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의 ‘사망세’ 부담은 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으며, OECD 국가 사망세율 평균의 2배 수준으로 상당 기간 과세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별 사망세는 단순세율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과세 방법을 따져봐야 실질적인 세 부담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다소 높은 세율로 연방유산세를 부과하지만 동시에 상당한 범위의 면제 및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고세율인 40%를 적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결과적으로 유산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따라서 유산세는 미국 정부 세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일뿐더러 유산세를 부적절한 방식의 세수입 조달 수단으로 보아 유산세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또한 OECD 국가 중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를 포함한 약 15개 국가에서는 ‘사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2000년도 이후 사망을 원인으로 한 세금을 폐지한 국가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포함해 약 13개 국가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이미 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이다. 또 과세 방식은 약 80여 년 동안 유산세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납세자들의 상속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화에 걸맞게 경제적으로는 국경을 넘나들고 부모형제가 세계 각국에 흩어지고 있으며 다른 국적을 가진 가족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재산의 이동은 자유로워지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요지부동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과세 체계가 국제화 추세에 발맞춰 나가지 못한다면 자식세대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명한 상속세 플랜 차원에서 어느 나라에서 죽어야 하는지가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연기 상무·이나래 회계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