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투자와 상속 아는 만큼 보인다
[한경 머니 = 한용섭 기자]자산가들의 고급스러운 취미이자 투자인 미술품. 예술로 즐길 것인가 아니면 투자로 볼 것인가에 따라 즐거움의 척도는 달라진다.

올해 6월 K옥션 경매에서 국내 경매 낙찰 최고가가 나왔다. 바로 고(故) 김환기 화백의 단색화 작품 <무제 27-Ⅶ-72 #228>이 54억 원의 낙찰가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크리스티 경매장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 있는 나부>가 1억7040만 달러(약 2016억 원)에 팔렸다. 그림 한 점의 거래로 아파트 수십 채에서 수백 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 오간 것이다.

미술품의 투자 상품으로서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미술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아트프라이스의 2015년 미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미술 시장은 지난 15년간 1200% 규모로 증가해 왔다. 2015년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며 다소 주춤했지만 10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하면 시장의 규모가 4배 증가했다.

그동안 세계 미술 시장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은 지난 2015년 경매 총 판매액 848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세계 순위 10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서구의 딜러와 컬렉터들이 한국의 단색화에 주목하면서 시장규모를 급속히 키운 덕이다.

한국의 예술품(회화) 수출액도 급상승하고 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예술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89% 상승한 4억3923만5000달러(약 5198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이후 줄곧 1억 달러대에 머물던 예술품 수출이 처음으로 4억 달러대로 진입한 것이다.

이에 미술업계는 물론 금융권까지 미술품의 자산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7일 최원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미술품 시장 잠재력 활용’이라는 이슈 분석을 통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자산관리 업체들이 미술품을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라며 “국내 자산관리업계도 종합자산관리 틀에 미술품을 포함시켜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억’ 소리 나는 미술품 투자 어떻게

최근 미술품 시장은 저금리 시대에 유용한 대체 투자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계 예술품 경매 회사 소더비가 올해 1월 예술품 자문사 아트 에이전시 파트너스(AAP)를 5000만 달러(약 591억 원)에 사고, 향후 이익 규모에 따라 4~5년에 걸쳐 3500만 달러(약 414억 원)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것과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최근 미국 내 갤러리 150여 곳과 협약을 맺고 ‘아마존 아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전한다.

국내의 경우 최근 단색화 열풍을 타고 시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미술품 투자는 아는 만큼 보이는 시장이다. 무엇보다 미술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심미안(審美眼)을 갖춰야 하고, 미술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보아야 한다.

자산운용사인 에이치앤에이파트너즈(HnAPartners)의 이슬기 아트어드바이저는 “미술품 투자는 최소 억 단위 이상이 소비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안목이 있어야 한다”며 “미술품 시장은 정보가 즉, 돈이 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상당한 시간을 들여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미술품 구입의 주된 경로는 갤러리(화랑)이며, 뒤이어 아트페어, 경매, 개인 딜러, 온라인 등을 활용한다. 판매 채널로서 갤러리는 1차 시장으로 통하는데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아 상당수 미술품 투자자들은 경매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슬기 아트어드바이저는 “개인별 편차는 있지만 50대 이하는 해외 경매나 아트페어를, 60~70대 이상은 국내 시장에서의 미술품 구입을 선호하는 편이다”라며 “현대미술의 경우 5월과 11월에 홍콩에서 열리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경매에 최근 상종가를 치고 있는 국내 단색화가 많이 등장한다”라고 귀띔했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는 미술품 투자자들에게는 축제와도 같다. 런던 아트페어(1월, 영국), 아트 마드리드(2월, 스페인), 아트 바젤(3월, 홍콩), 아트 쾰른(4월, 독일), 프리즈 아트 페어(5월, 영국 내지 미국), 아트 바젤(6월, 스위스), 프리즈(10월, 영국), 아부다비 아트(11월, 아랍에미리트),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12월, 미국) 등은 세계 미술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미술 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액을 차지하는 작품 연대는 근대미술(1860~1920년 사이 출생한 작가 작품. 주요 작가는 피카소, 자코메티, 모딜리아니 등)이지만, 최근에는 1945년 이후 출생 작가들의 작품인 현대미술의 성장 속도가 눈부시다. 특히 현대미술 시장에서 10억 원의 고가 시장은 지난 10년간 400% 증가했으며, 초고가 가격대인 100억 원 이상의 시장은 1000% 이상 성장했다.

이슬기 아트어드바이저는 “미국의 현대미술은 장 미셸 바스키아, 크리스토퍼 울, 제프 쿤스 3명의 작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1년간 3명의 작가 작품은 한화로 3626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며 “이는 프랑스 현대미술 시장 규모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경우 단색화 열풍으로 인해 김환기,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등의 작가들이 주목을 받으며 국제 아트페어에서도 높은 가격대에 판매가 되고 있다”며 “한국도 어느 정도 경제력이 올라오며 예술을 좋아하고 즐기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고, 중장기적인 투자 가치 측면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미술품 투자와 상속 아는 만큼 보인다
국내 최초 미술품 투자 주식회사로서 미술품 구입부터 보관, 감정, 세무 등의 토털 컨설팅을 선보이고 있는 리앤구아트(공동대표 구삼본, 갤러리 포커스 대표)의 이학준 대표(전 서울옥션 대표)는 미술품 소장 가치와 관련해 “미술품은 정서적인 만족감과 소장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익까지 얻을 수 있는 투자 대상이다”라며 “세무적인 측면에서도 현존하는 한국 작가인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이 없고 세금이 있는 경우에도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분리과세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미술품은 자산이기 전에 예술품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투자적인 관점에서 미술품은 중장기 투자 자산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미술품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 소장한 작품의 가격이 오르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는 격언은 미술품 소장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며 “초보 컬렉터로 큰돈을 주고 A급 작가의 A급 작품을 사는 결단력을 갖기 힘들다면 A급 작가의 드로잉, 과슈 등 저평가된 장르의 작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세계적인 경매 회사들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단색화 작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해외 유수의 갤러리에서는 한국 작가의 전시를 선보이는 등 단색화를 필두로 해 국내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1970년대 한국의 추상회화 운동인 단색화는 서양의 미니멀리즘이나 모노크롬과 구분돼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장르로, 단색화의 글로벌화는 미술품의 가격이 결국 미술사적 가치에 수렴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악’ 소리 나는 상속 난제의 해법은?

고가의 미술품은 상속·증여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우선 미술품은 세금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미술품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양도소득세)는 외국 작가 또는 국내 유고 작가의 작품으로서 양도가액이 개당 6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 과세가 이뤄지게 된다. 현존 국내 작가의 작품은 아예 과세 대상이 아니다.

필요경비 역시 양도가액의 80%(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90%)로 의제할 뿐만 아니라 실제 소요된 필요경비가 이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 금액까지 필요경비로 산입할 수 있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미술품을 양도하는 개인은 양도에 앞서 소득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추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필요경비가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미술품을 양수하는 자는 그 대가를 지급할 때 기타소득의 22%(지방소득세 포함)를 원천징수해 관할 과세관청에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원천징수납부불성실가산세를 내야 되는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또 서화나 골동품 등의 경우 미술 시장 보호 등의 명목으로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기도 하며, 스위스 바젤이나 홍콩 등 특정 지역에서의 미술품 거래는 관세가 면세된다. 상속·증여세 측면에서 보면 미술품의 감정평가와 과세 대상 포착이 용이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전오영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에 따르면 국내 세법상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상속세나 증여세가 과세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미술품이라면 기본적으로 과세 대상이라는 소리다.
미술품 투자와 상속 아는 만큼 보인다
상속세를 과세하기 위해서는 상속되는 자산을 상속개시일(피상속인이 사망한 날) 현재의 시가 금액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미술품의 경우 각 작품이 하나의 독특한 물건으로서 시장가격 등 참고할 만한 가격을 찾기 어렵고,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가격을 산출하는 경우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 이내의 기간 중 해당 자산의 매매, 수용, 경매 등이 있는 경우 그 거래가격으로 평가하며, 이러한 가격이 없다면 국세청 감정평가심의회에서 감정한 가액에 미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서화, 도자기 등 각 예술품 분야의 2인 이상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으로 평가한다.

개인이 소유한 문화재도 원칙적으로 상속이나 증여가 가능하다. 다만,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에는 그 사실과 경위를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세법상으로는 상속되는 재산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국가지정문화재 또는 시·도 지정문화재에 해당하면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비록 국가나 시·도지정문화재가 아니더라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자료 또는 등록문화재에 해당한다면 상속된 문화재를 양도할 때까지 상속세의 납부를 유예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국내 거주자가 미술품 등을 국외로 반출한 다음 국외에서 비거주자에게 해당 자산을 증여한 경우 해당 국가에서 낮은 세율로 과세가 되더라도 국내에서 별도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2월 세법 개정으로 증여자와 수증자가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면 국내에서 증여세가 추가로 과세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외국에서 부담한 증여세액은 외국납부세액공제로서 소정의 한도 내에서 공제가 가능하다.

과거 고가의 미술품은 과세 포착이 용이치 않다는 이유로 편법 상속에 악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경매 시장에서 입찰을 받았더라도 입찰자의 경매 기록을 3~5년 정도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증여와 상속을 위해 장기간 보유할 경우 거래 추적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술계에서는 대안으로 미술품 등록제나 표시공시제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오영 변호사는 “미술품은 재산적 가치를 지닌 동산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통상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있으나, 경매 시장 등을 통해 거래되지 않으면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이전했는지 거래내역이 외부에 나타나지 않는다”며 “취득세나 등록세가 부과되는 자산이 아니어서 자산의 보유 내역 역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편법적인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경영자가 회사 자금으로 그림을 구입한 후 자신의 것인 양 되파는 수법을 통해 공금을 횡령하는 등 부적절한 목적에 이용되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며 “하지만 전체 미술품 거래를 부적절한 거래로 일반화할 것은 아니라고 보며 오히려 문화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작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미술품 시장의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