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후 재산 가치 상승했다면 세금은?
[한경 머니 기고=고연기 상무·정봉준 회계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은 후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했다면 이후 세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까.
증여재산을 취득한 후 5년 내에는 재산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 세금 부담을 떨쳐 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 평생 사업에 매진해 외동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고령의 김명품 씨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신의 꿈인 박물관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토지에 박물관을 설립할 계획을 수립하던 김 씨는 “증여는 빠를수록 좋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2004년 며느리인 이색시 씨에게 자신이 보유한 토지를 증여하고 이 씨는 이에 대한 증여세를 신고 납부했다.

김 씨는 새로운 토지의 소유권자인 이 씨로부터 토지의 사용승인권을 얻은 후 토지의 지목을 전(田)에서 대지로 변경해 박물관을 설립했다. 김 씨는 2012년까지 박물관을 운영하다 지병으로 사망했다. 과세관청은 김 씨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7년 박물관을 설립한 토지의 지목이 변경됐고, 토지의 공시지가가 분할 전 ㎡당 15만4000원이었는데 형질 변경 이후 ㎡당 50만7000원으로 약 3배 이상 상승한 것을 확인하고 이를 소정의 재산 가치 증가에 따른 증여로 보아 며느리 이 씨에게 증여세 부과를 고지했고, 이 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 및 소송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 2008년 반도체부품 제조 법인을 운영하던 박전자 씨는 대학생 아들인 박건설 씨와 며느리인 정분양 씨에게 조기 상속의 일환으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각각 3000주씩 증여했다. 박전자 씨가 운영하던 법인은 제조업에서 분양 사업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2008년 토지를 취득해 2010년 아파트형 공장 건물을 준공했으며, 2009년에는 또 다른 토지를 취득해 2011년 오피스텔을 준공했다.

과세관청은 2014년 해당 법인의 주식 변동을 조사한 결과 주식 증여 시점 이후 개발 사업의 시행으로 증여받은 주식의 가치가 상승한 것에 대해 박 씨가 아들 박건설 씨와 며느리인 정분양 씨에게 주식 가치 상승분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했고, 아들 박건설 씨 부부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증여세 납부해도 재산 가치 상승하면 과세?

많은 자산가들이 증여 시점의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을 이용해 증여 후 재산 가치가 명백히 상승할 것이 예상되는 부동산, 유가증권 등의 실물자산을 조기에 증여함으로써 자산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수증자에게 이전하고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증여 계획을 빈번히 사용한다.

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증여 후 재산 가치가 증가하는 경우에도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 상태로 보아 자력으로 해당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가 법에서 정하는 사유로 인해 재산 가치가 증가할 경우 그 증가분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재산 가치 증가의 사유로는 개발 사업의 시행, 형질 변경, 공유물 분할, 지하수 개발·이용권 등의 인·허가 및 그 밖에 사업의 인·허가, 비상장주식의 상장 및 주식의 합병 등이 있으며, 이러한 사유를 통해 재산을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재산 가치 상승 금액이 3억 원 이상이거나 취득가액에 통상적인 가치 상승 및 취득자의 기여분을 포함한 금액의 30%를 초과할 경우 증여세가 과세된다.

그렇다면 이미 증여세를 납부한 재산의 증여 후 재산 가치 증가분에 대해 과세관청이 증여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조세심판원과 법원의 판단은 어떠했을까.

우선 첫째 사례에서 법원은 “이색시 씨가 토지를 취득한 날부터 5년 내에 형질 변경으로 인해 재산 가치가 증가했고, 본인의 행위가 아닌 시어머니인 김명품 씨의 박물관 건립 행위에 따라 토지 형질 변경이 수반됐으며, 재산 가치 상승 금액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정하는 30% 이상이므로 과세관청의 증여세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행법2015구합5283, 2015. 12. 17.).

둘째 사례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주식을 증여받은 박건설 씨 부부는 주식을 증여받은 법인의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참석한 사실이 없는 등 자신의 노력으로 주식 가치를 증가시킨 것이 아니라 주식 취득 후 개발 사업의 시행 및 건물의 준공으로 주식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보아 과세과청의 증여세 부과 처분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조심2014부4792, 2015. 6. 29.).

이외에도 최근 판례에서는 심지어 현금을 증여받아 바로 주식을 취득한 이후 주식 가치가 상승한 경우에도 실질을 따져 현금이 아닌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재산 가치 증가분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했다(서울행법2014구합54639, 2016. 6. 3.).

김명품 씨와 박전자 씨는 자식에게 재산의 원활한 상속을 하고자 사전에 재산의 일부를 증여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으나, 타인의 기여에 의한 증여와 관련된 세법 규정을 간과한 것이 결국 최초 상속·증여 계획 시 예상된 금액보다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만일 수증자가 직접 재산 가치 상승에 관여했다면 세금 문제는 어떻게 변했을까. 물론 여전히 재산 증가분의 가치 산정이 추상적이고, 재산 가치 상승에 대해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사유로 인해 타인에 의한 재산 가치 상승분에 대해 실제 과세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납세자들의 다양한 상속·증여 전략에 맞추어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 사전증여 계획 수립 시 증여 이후에 예상되는 증여재산의 가치 상승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만약 앞선 사례에서 이색시 씨가 토지를 증여받은 이후 본인이 직접 박물관을 건립해 운영했거나, 박건설 씨가 대학생이 아닌 성인이며 분양 사업에 직접 참여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이를 증명했다면 증여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고연기 상무·정봉준 회계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