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뜨겁게 달군 화제의 상속 판례
[한경 머니 기고=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공인회계사]최근 몇 년간 대법원의 상속·증여 관련 판결이 눈길을 끌고 있다. 난수표 같은 상속 분쟁에서 지침서 역할을 해줄 주요 판례를 소개한다.

최근 상속·증여 관련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상속·증여 사건들은 해당 가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화상을 입히는 사건이다 보니 법원의 판단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대법원을 뜨겁게 달구었던 쟁점 사건들을 정리해봤다.

1 회수 불확실한 상속 채권 평가

채권을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 계산 목적상 채권가액은 원금에 미수이자 상당액을 합한 금액으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나, 채권이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포함하지 않는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58조 제2항).

문제는 채권이 회수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마찰이 많다는 점이다. 더욱이 대법원은 “채권의 회수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원금에 미수이자 상당액으로 채권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4. 8. 28. 선고 2013두26989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상속재산에 채권이 포함될 경우 채권의 회수 가능성에 대한 판단, 회수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중대한 사유에 대한 판단,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방법에 대한 판단이 모두 이루어져야만 상속세를 적정하게 계산해 신고 납부를 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금전채권의 평가 방법을 다양화시켰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납세자들에게 어려운 ‘판단’의 문제를 떠넘긴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2 가족기업 대표자 차입 기록

가족기업의 경우 대표자의 차입(가수금)에 의해 사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자의 가수금은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입금이 이루어지고, 자금의 여유가 있을 때 수시로 상환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객관적인 증빙을 남기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과세관청은 회사가 대표자에게 가수금을 상환한 것에 대한 금융거래 증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수금 채권을 상속재산에 포함하고, 가수금을 채무로 해 주식 가치를 재평가해 상속세를 추가로 과세했다.

대법원은 가족기업의 경우 가수금 반제가 반드시 증빙을 남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가수금을 상환한 것으로 처리할 경우 가수금 채권만큼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드는데, 피상속인이 이러한 점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속세를 경감시키기 위해 허위로 장부를 조작하는 것이 경험칙상 믿기 어렵기 때문에 과세 처분은 잘못된 처분이다”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5. 4. 15. 선고 2016두31166판결).

가수금의 입금과 반제가 반드시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남기지는 않기 때문에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가수금의 적정성에 대해 논란이 많다. 대법원의 판결은 가수금의 반제 처리의 실제성을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즉시연금보험의 해지환급금

피상속인이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계약자와 수익자를 피상속인으로, 피보험자를 상속인으로 했다. 피상속인은 계약 체결과 함께 일시납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계약 체결 후 수일 내에 사망하는 바람에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상속인이 보험 계약상 권리를 상속받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정기금을 받을 권리를 할인평가 해 상속재산에 가산한 후 상속세를 신고 납부 했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할인평가 한 가액이 아닌 보험료 납부액 전액을 상속재산으로 보아 상속세를 경정, 고지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상속인에게 귀속되는 보험 계약상 지위는 여러 권리를 발생시키는 것이고, 상속 개시 시점에 보험 계약을 해지하거나 청약을 철회해 지급받을 수 있는 각종 환급금 등 그 보험 계약상 여러 권리의 금전적 가치를 산정할 수 있고 그와 같은 권리들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권리들의 가액 중 가장 높은 것이 해당 상속재산의 재산적 가치에 가장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6두49986판결).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즉시연금보험의 보험료 환급권은 청약 철회 기간 내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납입보험료 전액이, 그 이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약관에 따라 계산되는 해지환급금 상당액이 상속재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4 배우자 간 계좌이체

배우자에게 약 2.6개월 동안 약 13억 원을 자기앞수표로 계좌이체 하는 방법으로 이전한 것에 대해 과세관청은 계좌 입금이 증여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해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우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 일방 배우자 명의로 예금이 인출돼 다른 배우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는 경우에는 증여 외에도 단순한 공동생활의 편의, 일방 배우자 자금의 위탁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예금의 인출 및 입금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경험칙에 비추어 해당 예금이 타방 배우자에게 증여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판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계좌이체의 방법으로 부부간 자금 이동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증여를 추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