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공동재산의 3자 증여 막는 미국
[한경 머니 기고=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미국에서는 부부의 재산을 개별재산과 공동재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공동재산의 경우는 한쪽 배우자가 제3자에게 증여하려고 할 경우 상대 배우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여가 이뤄졌다면 법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

캘리포니아처럼 공동재산법제를 따르는 주에서는, 부부의 재산을 개별재산(separate property)과 공동재산(community property)으로 구분한다. 개별재산은 혼인 전부터 각자가 소유하고 있던 재산과 혼인 기간 동안 각자가 받은 증여 또는 상속재산으로 이루어진다.

개별재산은 배우자 각자가 배타적으로 소유하게 된다. 한편 공동재산은 혼인 기간 동안 획득한 그 밖의 모든 재산으로 구성된다. 혼인 기간 동안 각자 벌어들인 수입은 모두 공동재산이 되고, 이러한 수입으로 구입한 물건도 모두 공동재산이 된다. 재산의 성격이 의심스러울 경우, 혼인 기간 동안 획득된 재산은 그 소유 명의자가 누구든지 일반적으로 공동재산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공동재산과 개별재산이 혼합돼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도 그 혼합된 재산은 공동재산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을 복멸시키기 위해서는 그 재산의 목적과 용도뿐 아니라 그 재산을 어떻게 획득했는지에 관한 완전하고 정확한 기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혼인 기간 동안 공동재산으로부터 획득된 수입은 공동재산으로 본다. 예컨대 공동재산인 건물로부터 나오는 임대료 수입 등을 말한다. 그러나 혼인 기간 동안 개별재산으로부터 획득된 수입을 개별재산으로 볼 것인가, 공동재산으로 볼 것인가에 관해서는 공동재산법제를 취하는 법역 내에서도 일치하지 않는다.

텍사스·루이지애나·아이다호·위스콘신 주에서는 이를 공동재산으로 보고, 나머지 공동재산법역에서는 개별재산으로 본다. 개별재산이나 공동재산에 대해 매매, 교환 기타 처분을 하더라도 그 재산의 본질적인 성격은 처분으로 인해 얻어진 새로운 재산에 그대로 이어진다.

즉 개별재산을 팔아서 구입한 재산은 계속 개별재산이고, 공동재산을 다른 재산으로 교환하더라도 그 교환된 재산은 그대로 공동재산이 된다. 그러나 부부는 상호 계약에 의해 공동재산을 개별재산으로, 또는 개별재산을 공동재산으로 바꿀 수 있다.

공동재산은 그 소유 명의와 상관없이 부부가 각 2분의 1씩 소유하는 것이라고 볼 때, 그 공동재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

◆부부 공동재산 처분 방법은

공동재산법제를 취하는 법역에서는 모두 이에 관한 법령을 가지고 있다. 법령들마다 세부적인 부분은 다르지만 대체로 일치하는 부분만 추려본다면, 각 배우자는 각자 단독으로 공동재산을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인 공동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다른 배우자와 공동으로 할 것을 요구한다. 매매의 경우에는 신중한 고려에 의해 행해진다면 한쪽 관리권 행사로 허용될 여지도 있지만, 증여의 경우에는 일방 배우자가 함부로 제3자에게 공동재산을 넘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공동재산법제를 취하는 주들은 부동산인 공동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때 양 배우자의 서명을 요구하는 법령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 배우자가 공동재산을 제3자에게 마음대로 증여한 경우 그 증여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

부부가 모두 생존해 있는 경우 가장 일반적인 구제 방법은 증여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 즉 증여를 무효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증여자가 사망한 후에 생존배우자가 증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법원은 생존배우자가 수증자로부터 증여의 절반을 회복하는 것을 허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수증자가 계속 보유하게 한다. 그러나 주에 따라서는 증여 전체를 생존배우자에게 회복시키기도 한다. 한쪽 배우자가 사망하게 되면 공동체(community)는 해소되고, 생존배우자는 원래 자신의 지분인 공동재산의 2분의 1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게 된다.

공동재산의 나머지 2분의 1은 피상속인(사망한 배우자)의 상속인들(생존배우자도 포함)이 유언이나 무유언상속법에 따라 승계한다. 피상속인은 공동재산의 2분의 1에 대해서만 유언에 의한 처분권을 가진다. 이처럼 생존배우자는 자동으로 공동재산의 2분의 1을 얻게 되기 때문에, 이와 별도로 배우자 유류분이나 과부권은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공동재산은 부부가 이혼하거나 어느 일방이 사망하기 전에는 분할되지 않는다. 즉 부부는 공동재산에 관해 분할되지 않는 동등한 지분을 소유한다.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각 배우자는 자신의 개별재산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고, 공동재산은 동등하게(equally) 분할된다.

동등한 분할은 각자 절반씩 똑같이 나누어 갖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단 판사가 어떤 재산의 성격을 공동재산으로 판단할 경우 그것을 분할함에 있어서는 재량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재산은 그것을 소유하는 배우자에게 온전히 할당되고, 공동재산은 동등하게 분할된다.

만약 노동력의 투입 또는 공동재산의 이용 등의 방식으로 부부가 함께 개별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했다면, 그 개별재산으로부터 발생된 수입의 일정 비율이 공동재산으로 결정될 수 있다. 재산의 분할과 함께 판사는 자녀의 부양 또는 배우자의 부양을 위한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