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식 이용한 불법 증여는 조세포탈
[한경 머니 기고=고연기 상무·임준규 변호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상속·증여 시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 부담 때문에 절세 플랜을 세우는 것은 이제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지나친 절세 욕심은 ‘탈세의 경계선’을 허물 수 있다. 특히 차명주식을 이용한 불법 증여는 조세포탈의 멍에를 쓸 수 있는 위험한 불장난이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증여를 하기 전 여러 가지 절세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최고 50%에 달하는 높은 세율로 인해 증여세를 부담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특별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재산을 이전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경우도 있지만 이 같은 계획 및 실행이 절세인지 탈세인지 혼란스러운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고민 중에는 넘지 말아야 할 한계도 분명히 있다.

현행 <조세범 처벌법>에 따르면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공제를 받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환급·공제받은 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제3조 제1항)고 돼 있다. 편법으로 자녀에게 회사 주식을 물려주다가 조세포탈 문제가 발생했던 사안을 실제 판례를 토대로 각색해 살펴보자.

# 김탈세는 2012년경 자신의 석조 미술품을 팔아 현금 100억 원을 마련해 자녀의 계좌에 입금했다. 2012년 당시 자녀는 미국 유학 중이었고, 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리고 자녀의 통장, 인감도장 등을 모두 관리하는 등 일체의 자산관리를 아버지인 김탈세가 수행했다.

김탈세는 2013년경 임직원 명의로 돼 있는 자신의 A주식회사 차명주식을 임직원이 자녀에게 매도하는 형식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자녀 계좌에서 임직원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고, 이후 임직원 계좌에서 현금으로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자녀의 명의로 주식 명의개서를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아버지 김탈세를 기소했다.

첫째, 김탈세가 자신의 자녀에게 차명주식을 증여했는데도 적극적으로 자녀와 차명주주들 사이에 실질적인 매매가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어 ‘최대주주인 김탈세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녀 사이의 차명주식 증여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둘째, 김탈세는 자녀에게 차명주식을 증여했는데도 자녀의 대리인으로서 자녀에게 부과될 증여세의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검찰은 김탈세가 증여세를 포탈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증여세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으로 기소했다.

◆“명목상 차명주식 매매, 사실상 증여”

김탈세의 경우 임직원 명의로 돼 있던 차명주식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실명 전환하지 않고 차명주주가 자녀에게 차명주식을 매매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어 자신의 미술품을 매각해 마련한 100억 원을 자녀의 계좌에 입금해 자녀의 계좌에서 차명주주의 계좌에 차명주식의 매매대금 명목으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차명주주가 자녀에게 매매하는 외관을 꾸몄다.

이러한 방법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가 논란이 됐고, 검찰은 김탈세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했다고 보고 기소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김탈세의 자녀도 주식 이전 당시에 주식 이전 사실을 인식했고, 명의개서가 있었으며, 공시도 이루어졌고, 자녀 명의로 이익배당도 이루어졌으므로 이전받은 주식은 자녀의 소유로 주식 증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주식 매매계약서를 만들고, 김탈세 소유의 미술품을 팔아 만든 현금을 자녀 계좌에 입금하고, 주식 매매대금 명목으로 자녀 계좌에서 차명주주들의 계좌로 이체했다”며 “명목상 매도인인 차명주주들의 명의로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자진해 신고납부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매매의 외관을 만들어 증여 사실을 숨겼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김탈세가 자신의 명의가 아닌 타인의 명의로 주식을 신탁한 사실이 인정되며, 명의신탁 된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법의 하나로, 명의수탁자와 자녀 간에 매매 계약이 있는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매매의 외관을 꾸며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한 것”이라며 “김탈세가 차명주식을 명의수탁자가 자신의 자녀에게 매매하는 외관을 만들어 자녀에게 증여한 것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한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김탈세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차명주식을 자녀가 직접 양수도하는 방식을 사용해 사실상 자녀에게 증여를 해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탈세는 그 증여를 양도라고 주장해 신고했으므로 증여세는 당연히 신고를 하지 않게 됐다. 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도 부작위에 대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봤다.

법원은 이번 사례에 대해 “김탈세가 매매의 외관을 이용해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자녀의 대리인으로서 자녀에게 부과될 증여세의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신고하지 아니하여 부작위로 인한 조세포탈을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통상 주식의 취득자금원은 당사자가 정확히 신고하기 전에는 과세관청에서 그 성격을 밝히는 것이 극히 어려운 점,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이 자녀의 주식 매수자금이 김탈세가 증여한 것이라는 혐의조차 밝혀내지 못한 점에 비추어 자녀의 대리인인 김탈세의 신고의무가 인정되므로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내에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고, 과세표준 신고기한이 경과된 때 조세포탈 기수가 된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김탈세가 적극적으로 매매의 외관을 꾸민 점, 김탈세가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 사실을 알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증여세를 신고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결국 조세포탈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고연기 상무·임준규 변호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