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142호 (2017년 03월)

성공적 가업승계 위해 창업주가 반드시 할 일

누구나 달콤한 승리를 맛보면 더 큰 도전보다는 안전한 정착을 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에게 이는 자칫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꼴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창업자들은 어떻게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까.



성장기에 접어든 기업은 재도약을 하든 아니면 노화로 쇠퇴의 길을 걷든 둘 중에 하나의 길을 걷게 돼 있다. 그렇다면 성숙기에서 쇠퇴기로 기우는 첫 번째 신호는 무엇일까. 바로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데 왜 변화가 필요한가’ 하는 자기만족의 태도다.

 그러나 회사가 안정기에 도달했다고 해서 편안히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성장기의 정점이 되면 이미 시장에서 경쟁자가 늘어나고 주력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성장이 정체되거나 하락 추세를 보이고 수익이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재성장을 하려면 성장기처럼 활력을 유지하고 노화를 지연시키는 활동들을 해야 한다. 즉,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등 기업을 젊게 유지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없는 한 기업은 쇠퇴기를 맞으며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른쪽의 표는 조직이 성장 단계인지 아니면 노화의 시작 단계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자신의 회사가 해당되는 항목이 더 많은 쪽이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도태될 것인가? 재도약할 것인가?
회사를 창업한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숙기가 되면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60대나 심지어 70대가 돼 더 이상 성장기에 기업을 이끌던 폭발적 열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치적으로나 비즈니스에서도 대부분 이전보다 더 보수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단체장을 맡거나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하고, 자선활동 같은 외부 활동을 하는 등 외부적으로 눈에 띄는 활동이 늘어나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기업가적인 활동은 감소하게 된다.

모든 것이 안정된 상태에 있고 나이도 들어 이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아래 그래프의 a와 같이 현재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숙기에 머무르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 기업이 성장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며 지속적으로 생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기업이든 더 이상의 도전이나 혁신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라이프사이클의 c와 같이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것이 비즈니스 라이프사이클을 연구한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자연스러운 비즈니스의 발전 단계다. 그러나 이 시기 b와 같이 재도약의 길을 걷는 기업은 c의 기업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들은 이미 이전 단계부터 새로운 제품이나 자회사 인수, 해외 진출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기업이다. 즉, 기업이 한창 잘나갈 때에도 자만심을 갖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온 기업들이다.

올해 창업한 지 33주년 된 NK라는 회사는 최근 10년 이상 한 가지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쇠퇴기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신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했다. 10년 이상 쌓은 기술력으로 쇠퇴기가 아닌 재도약기를 맞은 것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박 모 회장은 제품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기업의 재산이 됐다고 했다.

이러한 기술력이 쌓여 업계의 선두주자가 됐고 지금은 세계 어디를 가도 뒤처지지 않는 활기 넘치는 기업이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는 “물건에 혼이 가고 정성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세상이 깜짝 놀랄 물건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끊임없는 기업가 정신을 내비쳤다.
이처럼 경영자가 성장기에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성숙기에 다시 한 번 재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고 쇠퇴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재도약을 꿈꾼다면 성장기 기업이 잘나갈 때 선제적으로 다음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성숙기를 전후해서 세대교체를 하게 된다. 이때 창업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바람을 이야기한다. 자녀들이 맡아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 상태를 잘 유지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창업자는 젊은 후계자에게는 아무런 사업적 책임도 부여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진취적인 행보에 스스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창업자의 바람처럼 기업의 미래가 마냥 a와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한 바람이다. 기업의 발전 과정상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업의 성장이 정체되면 시간의 문제일 뿐 기업은 머지않아 쇠퇴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 세대교체 준비가 잘돼 있는 기업들은 세대교체가 오히려 b와 같은 재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10년 전 중소기업 규모에서 가업승계를 해서 중견기업 규모로 성장한 기업이 있다. 이 회사는 1974년 수산물 가공업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이후 일본에 수산물을 수출하며 기업의 성장기를 맞았다. 후계자인 천 모 사장이 1990년대 중반 회사에 들어왔을 때, 회사는 창업 후 20년을 넘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수익을 잘 내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일본 회사와 합작해 냉동식품 사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에서 수익이 잘 나고 있어 직원들은 새로운 사업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수산물을 가공해 수출하던 비즈니스가 쇠퇴기를 맞아 회사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때 일부 경쟁사들은 부도로 문을 닫거나 매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외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자 비로소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감돌았고, 그제야 후계자를 중심으로 냉동식품 사업에 사활을 걸고 매달렸다. 다행히 이미 몇 년 전부터 투자해 놓은 신사업이 있어 다시 한 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회사가 한창 냉동식품 사업에 매달리고 있을 때, 창업자는 아들에게 전적으로 회사를 맡기고 은퇴를 했다. 회사를 맡고 나서 천 사장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냉동식품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동시에 경영 체계를 전문화하고 직원들의 역량 향상에도 힘을 쏟았다. 그런 노력 덕분에 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그는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변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 변화에 유연한 조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중 하나가 실수나 실패를 권장하는 문화다. 그는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식이나 관리 시스템, 신제품 개발, 인사관리 제도 등 모든 면에서 계속해서 환경 변화에 맞게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비전을 세우고, 3~5년 후의 회사 성장에 따른 조직도를 만들어 전체 직원들과 공유한다. 직원들은 미래의 조직도를 보면서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자신들의 역할이 어떻게 발전될 것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는 직원들에게 미래에 주어질 역할에 따라 그에 필요한 학습과 훈련을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창업한 지 42년 된 이 회사는 아직까지도 성장기의 기업과 같은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도 라이프사이클 b의 아래 점선 부분에서 창업자와 후계자가 함께 힘을 합쳐 다음 아이템을 준비했던 것이 지속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후계자가 변화를 주도하도록 하라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슘페터가 강조한 것으로, 그는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장래를 예측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기업가의 주요 임무이며, 이를 ‘기업가 정신’이라고 했다. 그리고 기업가는 훌륭한 내일을 창조하기 위해 오늘의 안정된 상태를 의도적이고 주체적으로 파괴하는 혁신가(innovator)이며 창조적인 파괴자(creative destroyer)라고 정의했다.

그는 혁신자가 갖추어야 할 요소로 신제품 개발, 새로운 생산 방법의 도입, 신시장 개척, 새로운 원료나 부품의 공급, 새로운 조직의 형성, 노동생산성 향상 등을 꼽았다. 즉, 제품, 기술, 시장, 원료, 조직의 다섯 가지 부문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기업가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기업가 정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으로 슘페터가 정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에는 이러한 전통적 의미의 기업가 정신에 고객제일주의, 산업보국, 인재 양성, 공정한 경쟁, 근로자 후생복지, 사회적 책임의식까지 겸비한 기업가를 진정한 기업가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식의 지배>의 저자인 레스터 서로도 부를 창출하는 요소 중 기업가 정신을 으뜸으로 꼽았으며, 모험을 즐기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기업가 정신이 없다면 그 자체가 결코 부를 창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기업가 정신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으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승계를 앞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100년 기업을 모토로 하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든 장수기업들은 왼쪽 그래프 ‘기업의 장기 성장 모델’과 같이 라이프사이클을 계속 반복하면서 생존을 이어간다. 만일 100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이 있다면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을 최소 3~5번 성공적으로 반복하며 생존해 왔다고 봐야 한다. 만약에 한 가족 내에서 승계가 이루어진다면 100년 동안 3~4대에 걸쳐 모든 경영자들이 라이프사이클의 매 단계를 성공적으로 반복하며 혁신을 잘 수행해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대를 이어 기업가 정신이 유지될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김선화 가족기업연구소장 일러스트 허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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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3-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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