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민경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상대방 자녀에게 서로 주식을 물려주는 행위인 교차증여는 증여세에 대한 누진세율 적용을 줄이려는 방안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과연 지금도 유용한 절세 방안일까.
형제 간 주식 교차증여

Case

부친으로부터 승계 받은 가업을 향후에도 동생과 함께 가족기업으로 확장시키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각자의 자녀들에게 균등하게 주식을 분배, 증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저와 동생이 각자 자기의 직계 후손에게 증여하기보다는 저는 동생의 자녀에게, 동생은 제 자녀에게 증여해 서로의 일가 후손에게 교차해 증여하는 것이 절세의 방법이라고 권유한 적이 더러 있습니다. 가능한 방법인가요?

Solution
국세기본법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특정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법적 형식을 취할 것인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경제적 효과나 결과만을 가지고 그것이 직접 증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해 증여세의 과세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당사자가 거친 여러 단계의 거래 등 법적 형식이나 법률관계를 재구성해 직접적인 하나의 거래에 의한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그 재산 이전의 실질이 직접적인 증여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당사자가 그와 같은 거래 형식을 취한 목적,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단계별 거래 과정을 거친 경위, 그와 같은 거래 방식을 취한 데에 조세 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각각의 거래 또는 행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 그러한 거래 형식을 취한 데 따른 손실 및 위험 부담의 가능성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형제가 각각 보유한 동일한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자신의 직계비속에게 직접 증여함과 동시에 서로의 직계비속에게 교차증여를 해 합산과세에 따른 증여세 누진세율 및 세대생략증여에 따른 할증과세를 적용받지 않아 증여세액이 감소되는 효과를 본 것에 대해 당사자들이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 외에 교차증여에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해 이를 자신의 직계비속에게 직접 증여한 것으로 재구성해 증여세를 과세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교차증여는 분산증여의 한 형태로서 종래에는 고율의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한 절세 방법으로 추천되기도 합니다. 다만, 대법원에서 조세 부담의 경감만을 목적으로 한 교차증여는 조세회피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이상 교차증여는 더 이상 절세의 방안으로 고려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