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증여와 절세
[한경 머니 기고=정병수 상무·이승윤 세무사 삼정KPMG 상속·증여 및 가업승계팀]최근 절세를 목적으로 사전증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피상속인 생전에 이뤄지는 사전증여는 경우에 따라 절세 효과가 오히려 상속에
미치지 못할 경우도 있다. 상속공제 한도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최근 절세를 목적으로 사전증여를 통해 재산을 다음 세대로 미리 이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이는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증여세 세수 규모의 주목할 만한 증가를 통해 확인된다. 그러나 사전증여가 언제나 세금을 절약하는 결과가 될 것인지는 유의할 부분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전증여로 인해 오히려 납세 부담이 증가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1. 주택 5억 원, 금융자산 5억 원 등 약 10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증여 씨는 사전에 자녀에게 증여하게 되면 상속세 절세가 가능하다는 주변의 권유로 금융자산 5억 원을 자녀에게 이전하고 증여세로 7500만 원을 납부했다. 추후 상속이 발생해 나머지 5억 원의 주택이 자녀에게 추가로 이전됐으나 상속공제를 받아 추가적인 상속세 부담은 없었다.

#2. 이증여 씨와 동일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속 씨는 별도의 사전증여를 하지 않아 모든 재산이 상속으로 자녀에게 이전됐으며, 상속세 신고 시 상속공제로 인해 상속세를 전혀 부담하지 않게 됐다.

동일한 재산이 자녀에게 이전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증여 씨는 이상속 씨보다 7500만 원만큼의 세금을 더 납부했다. 도대체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그 차이는 바로 상속공제 한도에 있다.

◆증여 vs 상속 절세 효과는?

상속세의 경우에는 피상속인 가족의 상황을 고려해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고자 여러 상속공제 항목을 두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일괄공제와 배우자상속공제가 있다.

일괄공제는 기초공제 2억 원과 그 밖의 인적공제를 합한 가액으로 그 가액이 5억 원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 5억 원을 공제하며, 배우자상속공제는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 규모에 따라 공제금액이 달라지는데 최소 공제 금액은 5억 원, 최대 공제 금액은 30억 원으로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이 없는 경우에도 5억 원의 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상속의 경우 통상적으로 최소 10억 원의 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러한 상속공제 금액은 사전증여재산이 합산 과세되는 경우에도 상속재산을 한도로 적용되는 것으로 사전증여재산에 대해서는 상속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사전증여로 상속재산이 감소한 경우 상속공제금액 또한 같이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선 사례를 살펴보면 이증여 씨의 경우 상속공제금액이 최소 10억 원으로 사전증여를 하지 않았더라면 상속재산 10억 원 전부에 대해 상속공제 적용이 가능해 세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5억 원을 사전증여 했기 때문에 상속공제금액으로 5억 원만 적용돼 오히려 납부하지 않아도 될 증여세만 납부한 반면, 이상속 씨의 경우 모든 재산이 상속으로 이전됐으므로 10억 원의 상속공제를 적용받아 상속세 부담이 없게 된 것이다.

이같이 증여자의 총 재산가액이 상속공제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사전증여로 인해 오히려 세 부담이 증가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증여 시 본인의 재산 규모, 예상 상속공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증여자의 재산가액이 추후 상속공제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사전증여를 통한 절세가 가능할 수 있다.

첫째, 합산과세기간 이전에 증여해 고율의 누진세율 적용에 따른 세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상속세는 본래의 상속재산에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상속인 외의 자 5년) 이내 증여한 재산을 합산한 후 합산한 총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과세한다.

합산과세기간이 10년이므로 증여 후 10년이 경과하면 사전증여재산으로 합산과세가 되지 않으며, 이를 통해 상속세 신고 시 고율의 누진세율 적용에 따른 세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물론 상속이 언제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기왕에 증여할 재산이라면 미리부터 준비해 증여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둘째,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재산을 먼저 증여하는 경우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상속세 신고 시 합산되는 사전증여재산은 상속 시점이 아니라 사전증여 시점에 평가된 가액으로 합산해 과세된다.

가령, 현재 시점의 가치가 10억 원인 부동산을 증여하고 향후 상속 시점에 15억 원으로 가치가 증가한 경우 사전증여를 통해 약 2억5000만 원(5억 원×50% 가정)의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반대로 증여 후 재산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 오히려 세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이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상, 신고세액공제 축소 등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사전증여 등 합법적인 절세 방안의 실행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사전증여는 증여자의 재산 규모, 증여 시기, 증여재산의 가치 변동 등에 따라 상당한 절세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세 부담이 증가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증여를 고려할 경우 실행에 앞서 전문가와 심도 깊은 논의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해본 후에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정병수 상무·이승윤 세무사 삼정KPMG 상속·증여 및 가업승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