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물납으로 해결하는 조건은
[한경 머니 기고=정병수 상무·박수진 세무사 삼정KPMG 상속·증여 및 가업승계팀] 우리나라 가구의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초과한다. 상속세를 납부하는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유 재산 중 부동산 비율이 높다면 사전증여 플랜 시 상속세 물납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상속세는 일시에 많은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도 상속인의 납부 편의를 위해 소득세나 법인세와 달리 연부연납, 물납 등의 상속세 납부 제도를 두고 있다.

증여세의 경우 물납에 따른 세수 일실로 인해 2016년 이후 물납 제도를 폐지했다. 연부연납은 최장 5년(가업상속의 경우 최장 3년 거치, 12년) 동안 상속세를 분할해 연 1.6%(2017년 10월 현재)의 연부연납 가산금을 가산해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반면, 물납은 상속세를 현금이 아닌 상속받은 부동산 또는 유가증권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물납은 상속인들에게 유용한 제도지만 납부 특례에 해당하는 제도인 만큼 상증세법에서는 물납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물납은 상속인이 관할 세무서에 신청 및 관할 세무서로부터 허가를 받아 상속받은 부동산 또는 유가증권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제도로 다음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첫째,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상속재산가액의 50%를 초과해야 한다. 상속재산에는 상속인에게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증여(상속인이 아닌 경우 5년 이내 증여)해 상속재산가액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이 포함되며, 부동산과 유가증권은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국내에 소재하는 부동산 및 국채, 공채, 주권, 내국법인이 발생한 채권, 증권, 집합투자증권, 수익증권 등의 유가증권을 말한다.

다만, 상장주식은 물납 가능한 유가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장주식은 현금화가 용이한 점을 감안해 2013년 2월 15일 이후 물납을 신청하는 부분물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비상장주식은 물납가액과 실제 매각가액과의 차이로 인한 국고 손실이 발생해 2008년 2월 22일 이후 물납을 신청하는 분부터 물납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비상장주식의 경우 다른 상속재산으로 상속세 물납에 충당하더라도 부족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물납 가능한 유가증권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금 3억 원 및 부동산 5억 원과 비상장주식 30억 원을 상속받아 납부해야 할 상속세 11억 원 중 현금 3억 원과 부동산 물납가액 5억 원을 상속세로 충당하더라도 3억 원이 부족하므로 이런 경우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물납된 비상장주식을 국가에서 매각 시에 유동성이 없어 유찰된 비상장주식을 저가에 상속인들이 재매입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국유재산법에서 물납한 본인 및 연대납세의무자는 물납가액 미만으로 해당 비상장증권을 매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 및 유가증권의 가액이 50%를 초과하는지는 부동산 평가액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부동산의 경우 아파트나 상가 등을 제외하면 많은 경우 매매 사례가가 없으므로 기준시가로 평가해 상속세를 신고한다. 다만, 상속세를 좀 더 납부하더라도 물납을 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 일반적으로 부동산 감정가액이 기준시가보다 높으므로 부동산을 감정가액으로 평가해 물납 요건을 충족한 후 물납을 신청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둘째, 납부할 상속세가 2000만 원을 초과해야 하며, 셋째, 납부할 상속세가 상속재산가액 중 금융재산가액을 초과해야 한다. 금융재산이란 금전과 금융 회사 등이 취급하는 예금, 적금, 출자금, 특정금전신탁, 보험금 등을 말한다.

위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상속재산 중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부동산 및 유가증권에 대한 상속세 납부세액을 한도로 상속세 신고기한 이내에 상속세 물납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및 유가증권 중 물납하는 데 적합한 가액의 물건이 없을 때에는 해당 납부세액을 초과하는 납부세액에 대해서도 물납을 허가할 수 있다.

납부불성실가산세 부과 유의해야

물납 대상 재산이 여러 종류인 경우 물납 신청 순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공채, 처분제한 상장주식 등, 부동산(상속인이 거주하는 주택 제외), 내국법인이 발행한 채권 및 증권 등, 비상장주식, 상속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순서에 따라 신청해야 한다. 물납의 허가 또한 동일한 순서로 하도록 돼 있다.

물납에 충당할 부동산 및 유가증권의 수납가액은 상속재산가액으로, 물납할 부동산 및 유가증권의 상속세 신고가액이 물납가액이 된다. 상속재산에 가산하는 증여재산의 수납가액은 상속 개시 당시 상증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액으로 한다.

물납을 하기 위해서는 물납 신청 후 관할 세무서로부터 물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납 허가는 상속세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도록 돼 있으며, 1회 3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과세관청은 물납 받은 부동산 또는 유가증권을 처분해 상속세에 충당해야 하므로 물납 신청을 한 부동산 등이 관리·처분이 부적당한 경우 물납을 허가하지 않거나 다른 물납 대상 재산으로 변경하도록 할 수 있다.

관리·처분이 부적당한 경우란 물납 신청 재산에 지상권·지역권·전세권·저당권 등 재산권이 설정된 경우, 물납 신청한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주가 다른 경우, 토지의 일부에 묘지가 있는 경우, 소유권이 공유로 돼 있는 경우 등이다. 또한 도로와 같이 재산적 가치가 없는 부동산 또한 물납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물납 허가는 상속세 신고 기한 후 6개월 이내에 하도록 돼 있으므로, 물납 신청 후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 상속세를 납부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상속세 납부불성실가산세가 부과되므로 물납을 신청할 부동산 및 유가증권이 물납 허가가 가능한 재산인지 충분히 검토한 후 물납 신청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