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병수 상무·박수진 세무사 삼정KPMG 상속·증여 및 가업승계팀] 회사의 이익잉여금 유보는 주식 가치를 상승시켜 궁극적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적절한 배당 정책은 주가 관리뿐 아니라 자녀의 승계 자금 원천을 확보할 수 있게 하므로 절세 전략의 하나로 배당을 고려해볼 수 있다.
차등배당, 절세 효과는 ‘덤’
우리나라 법인 중 약 95%는 매년 12월 31일을 사업연도 종료일로 하고 있어 대부분 회사가 2월 또는 3월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 결의를 하게 된다. 이미 2017년 사업연도에 대한 배당 규모를 내부적으로 정한 회사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장기간 배당을 하지 않고 회사 내에 이익잉여금을 유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1. 근래 들어 은퇴 준비를 시작한 사업가 A씨는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여세 등 자녀에게 필요한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의 법인체는 A씨가 90%의 지분을, 자녀인 B씨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A씨는 그간 사업에만 전념하느라 배당은 한 번도 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해 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의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컨설팅 결과 A씨는 차등배당이 자녀의 자금 원천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절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 어떻게 해서 차등배당이 절세를 가능하게 하는 걸까?

상법상 배당의 유형은 배당금 지급 시기에 따라 정기배당, 중간배당으로 구분되고 다시 배당 대가의 종류에 따라 현금배당, 주식배당, 현물배당으로 나눠진다. 통상적인 배당은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해 지급해야 한다는 상법상 주주평등의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차등배당은 이런 원칙에서 벗어나 주주가 가진 주식 수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배당하는 것을 말한다.

차등배당은 주주평등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 있으나, 법원 판례에서 대주주가 자기에게 배당된 주식을 포기하고 소액주주에게 배당하도록 동의한 것은 대주주 스스로가 배당을 포기한 것이므로 유효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실무적으로는 종종 활용되고 있다.

차등배당을 하면 특정 주주가 본인의 지분율을 초과해 배당금을 받게 되는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이러한 차등배당에 따른 초과배당금에 대해 증여세와 소득세 상당액을 서로 비교해 증여세가 더 큰 경우에 한해 증여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배당금을 포기하는 주주와 차등배당을 받는 주주가 서로 특수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해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므로 특수 관계가 없는 주주 간에는 차등배당에 따른 증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차등배당으로 절세가 가능한 이유
차등배당으로 증여세 절세가 가능한 이유는 초과배당금에 대해 증여세보다 소득세가 크게 산출되도록 배당금을 조절하면 증여세 부담 없이 특정 주주에게 상대적으로 배당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와 자녀 B씨가 각각 90%, 1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앞 사례의 경우, 2018년 3월 정기배당 시 총 10억 원을 배당하기로 결의하고 A씨가 본인 배당금 중 8억 원을 포기하면 아래와 같이 B씨의 초과배당금은 8억 원이 된다.
차등배당, 절세 효과는 ‘덤’
B씨의 초과배당금 8억 원에 대한 증여세는 1억6840만 원으로(과거 10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 받은 재산은 없는 것으로 가정) 소득세 상당액 약 2억9000만 원보다 적으므로 B씨는 소득세만 납부하고 초과배당금 8억 원을 수령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초과배당금에 대한 증여세보다 소득세가 크면 초과배당금에 대해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절세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과거 10년 이내에 B씨가 A씨로부터 증여 받은 재산이 있다면 기존에 증여 받은 재산가액과 초과배당액 8억 원을 합산해 산정한 증여세와 소득세 상당액을 비교해 증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동일한 초과배당금을 받더라도 기존에 증여 받은 재산 여부에 따라 초과배당금에 대한 증여 여부도 달라진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초과배당금의 증여일을 법인이 배당한 날로 규정하고 있는데, 세무상 법인이 배당을 한 날이란 법인이 실제로 배당금을 지급한 날을 의미한다.

증여세는 10년간 동일인으로부터 받은 증여재산을 합산해 과세하므로 과거에 대주주로부터 증여 받은 재산이 있다면 초과배당금 지급일에 따라 증여재산가액 합산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사전에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중소기업을 영위하고 있는 C씨는 자녀가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증여하려 했으나 증여세가 부담돼 증여를 망설이고 있다. 차등배당을 통해 절세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문제는 C씨의 경우 본인이 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런 경우 배당을 통해 자녀에게 자금을 마련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상법상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면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회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이 배당금을 수령하면 증여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분이 없는 자녀에게 배당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녀에게 지분을 일부라도 이전해야 한다. 지분을 이전하는 방법으로는 증여와 양도가 있다. 지분 이전 방식의 결정은 자녀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 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어느 방법으로 지분을 이전하더라도 지분 이전은 원칙적으로 주가가 낮은 시점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장주식의 평가는 증여일 전후 2개월 종가 평균가액으로, 비상장주식은 평가일 현재 순자산가치와 평가일 직전 3개년 순손익가치의 가중평균을 다시 6:4의 비율로 가중평균(특정 경우에는 4:6 또는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한 가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주식 평가 규정을 감안해 자녀에게 지분을 이전할 계획이 있다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주가가 낮은 시점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편, 차등배당을 활용하기 위해 이미 정기배당 시기가 지난 후에 지분을 이전하고자 한다면 다음 정기배당까지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중간배당을 활용할 수 있다. 중간배당이란 연 1회의 결산기를 정한 회사가 사업연도 중 1회에 한해 일정한 날을 정해 배당을 하는 제도다. 다만, 중간배당은 회사 정관에서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야 가능하므로 정관에 중간배당 규정이 없다면 중간배당 전에 정관을 미리 변경해야 한다.

차등배당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재산을 이전하면서 절세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용한 절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차등배당은 상법상 대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차등배당 결의 자체가 무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차등배당을 실행하기 이전에 면밀한 검토와 법적 근거 서류를 구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초과배당으로 인해 금융소득이 증가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거나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강보험료가 상승할 수도 있으므로, 초과배당으로 효율적인 절세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절차와 시기 및 초과배당금 규모 등을 사전에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