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오민경 공인회계사]세법의 보완 입법으로 매년 강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전 승계 제도의 현황과 100년 이상 존속한 해외 기업의 성공적인 사전 승계 사례에 대해 알아본다.
[모아보는 가업승계 2]해외 100년 기업의 사전 승계 비법은
2015년 12월 결손금이 있거나 휴·폐업 중인 법인(기존의 특정 법인)뿐만 아니라 지배주주와 그 친족의 주식 보유 비율이 50% 이상인 흑자 법인에 대해 증여 또는 경제적 이익(무상·저가대여 포함)을 제공하는 경우 증여자(제공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 등에 대해 법인의 이익에 대한 주식 보유 비율 해당액을 증여로 과세하는 규정(‘상속세 및 증여세법’ 45조의 5)이 신설됐다.

이 규정은 2003년 12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이후, 2008년부터 다툼이 돼 오던 흑자 법인에 대한 증여의 증여세 과세 문제와 법인의 가수금(2세 회사에 대한 아버지의 무상대여)으로 인한 가치 증가에 대한 증여세 과세 문제에 대해–이는 완전포괄주의로 인한 대표적인 다툼–대법원이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과세권자가 보완 입법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전 승계 제도 상황
2011년 12월 부동산 보유 비율이 80% 이상인 비상장법인에 대해서는 자산 가치 100%로 평가하도록 하고, 2013년 12월 부동산임대업, 분할 사업 부문의 고정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0% 이상인 법인 및 지주회사를 지배할 목적으로 보유한 주식 외의 주식 및 관련 자산 부채 보유 회사 등의 분할에 대해서는 적격 분할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또한 2016년 12월 주식 보유 비율이 80% 이상인 비상장법인에 대해서는 자산 가치 100%로 평가하도록 하고, 그 외 비상장법인에 대해서도 자산 가치의 80%를 평가액의 하한선으로 설정한 규정 등 최근의 입법 내용은 사전증여의 조세 절감 시도에 대해 차근히 봉쇄해 가고 있고 성과도 있다고 본다.

이로써 조세법상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지분율) 한도 설정, 출연재산 매각 시 시가의 적용, 유상증자와 유상감자 시 시가 적용, 상장 이익 등에 대한 증여세 부과,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자본거래에 대한 증여의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규정 등에 이어 입법적으로 사전증여와 관련한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과세 법률을 보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합법적인 법률상 지원 없이는 조세를 절감하며 사전 승계를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조세법 외에도 2016년 9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자산총액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하기로 개정해 그간 중견기업 사이에 가업승계의 방안으로 많이 실행돼 오던 지주회사 추진도 더 이상 어렵게 됐다.

지주회사를 통해 지분율을 일부 높였다가 그 지분으로 증여세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더 이상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가업승계를 하고자 했던 지분율이 낮은 중견기업들(대표적으로 제약업계)은 다시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또한 10여 년 전부터 일부 대기업에서 이용돼 온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전 승계 방안은 해당 대기업 관련 협력사 등 일부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에서도 많이 이용돼 왔는데, 2017년 12월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증여이익 산정 방식을 대기업 수준으로 강화시키는 등 일부 수정에 이어, 올해는 단순한 증여이익 산정 및 과세를 넘어 전면적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징벌적 과세 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발표가 있다.

주요 내용은 중소·중견기업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각종 특례를 없애는 한편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해서도 증여세 부과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개정 추진 내용이 확정되는 경우,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세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적용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기업들의 가업승계 대안을 찾기 위해 사전 승계와 관련 있는 제도의 변화와 영향을 살펴보았다. 최근 우리나라 사전 승계 제도의 현황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주식의 집중 승계와 지분율을 감소시키지 않기 위해 관련 조세를 절감하고자 하는 가업승계의 입장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해외 기업의 사전 승계 사례 검토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대안을 찾기 위한 또 하나의 노력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 100년 이상 존속해 오고 있는 선진국 해외 대기업들의 사전 기업승계의 성공적인 사례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성봉 교수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가족기업으로서 경영 성과가 우수하게 유지되면서 기업승계를 원활하게 해 100년 이상 존속돼 오고 있는 해외 4개사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가업승계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있어, 주식의 집중 승계가 이루어졌으며, 가족구성원 간 기업가치에 대한 공유 및 유대감이 형성돼 있어 구성원 간 불화 없이 승계가 진행되는 전통이 만들어진 점, 둘째, 가업승계 과정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을 최소화해 지분율이 감소되지 않도록 한 점, 셋째, 집중 승계가 실패해 가족주주가 많은 경우에는 지분풀링 협약 등을 통해 가족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된 점, 넷째, 가업승계가 편법적 경영권 승계(예: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경영권 승계 등)를 이용하지 않고 합법적인 제도적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등이었다.
[모아보는 가업승계 2]해외 100년 기업의 사전 승계 비법은
해외의 가업승계 관련 제도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나라 상법상 불가능한 차등의결권 외에 재단, 지주회사, 다층적 지주회사, 지분관리 회사(지분 보유 비상장사) 등에 의한 방법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미 모두 이용(신탁에 의한 방식에 대한 판단은 우리나라 사례가 드문 관계로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단의 의결권 있는 지분율 보유 한도(5%, 성실공익법인은 10%), 법인별로 다른 배당소득세 익금불산입 비율(독일의 경우 모든 법인주주에 대한 익금불산입 95% 적용)의 차이 등은 해외 제도에 비해 우리나라 제도가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눈에 띄는 사례는 독일의 BMW로 상속 개시 시점까지 BMW 주식을 소유한 비상장 회사 주주의 주식 승계 사실을 알려지지 않도록 해서 대기업의 지분 이전 공표 시 출렁이는 주가 변동 등에 구애 받지 않고, 사전증여를 통해 조세 절감에 성공하며 조용히 가업승계를 마무리하고, 사후 이런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사회적으로 비판 받지 않은 성공한 가업승계였다는 평이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지분관리 회사라는 비상장사에 의한 승계는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하지 않고 합법적인 제도를 이용한 기업승계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사례를 분석해보니, 사전 승계를 차분히 추진하는 회사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의외로 많이 있었다. 사전 승계란 소유주 1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2세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먼저 꺼낼 수 없는 어려운 주제이므로 논의 없이 지내다가 소유주의 갑작스런 증여 결정에 2세와 CFO가 납부 재원 마련으로 허둥지둥하는 회사들도 꽤 있었다.

사전 승계의 준비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여기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과세권자의 보완 입법으로 매년 강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전 승계 제도의 영향으로 사전 승계의 조세 절감이 점점 어려워지고는 있으나, 해외 대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성공적인 가업승계는 소유주를 위시한 가족의 합의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계획하의 사전 승계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고, 우리나라 제도 및 해외 사례 등을 살펴 중장기 계획 수립을 통해 합법적인 제도적 틀 안에서 주식의 집중 승계와 조세 절감을 통해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전 승계를 꼼꼼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간다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오민경 공인회계사는…

세일회계법인 전무로 중견기업의 회계감사 및 조세자문을 해 왔으며, 서울지방국세청 이의신청심의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가업승계 컨설턴트로서 지주회사의 지분승계자문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일러스트 허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