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오민경 공인회계사]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일감 몰아주기를 하지 않는 비상장 지분관리 회사를 이용한 조용한 지분 승계를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대안으로 제시해본다.
[모아보는 가업승계 3]비상장사를 이용한 가업승계 방안
2017년 4월 말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고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40여조 원을 소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적분할과 자사주를 활용해 상장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로 이용돼 왔는데, 삼성 계열사의 보유 지분 정리에 필요한 자금문제와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등 이러저러한 문제로 인해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의 최근 승계 방안 검토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신문에 기업 지배구조 개편 방식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며 LG 방식(상장 지주사)은 지고 휠라코리아 방식(비상장 지주사)이 뜬다는 분석기사가 실렸다.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거나 오너가의 기존 비상장사에 대주주의 상장사 지분을 현물출자 해 비상장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은 이미 대교, 아이에스동서, 대한제분, 신라교역, 태웅 등에서 이용된 바 있다.
[모아보는 가업승계 3]비상장사를 이용한 가업승계 방안
가까운 사례로 2017년 3월 성우하이텍도 대주주가 상장사 지분을 비상장사에 현물출자 한 바 있다. 지주회사의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이연 규정이 2018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지주회사 기준 자산총액 5000억 원 적용의 유예기간이 2017년 6월이라 상장 지주회사 추진 방안은 시간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상장사에 대한 현물출자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많은 중견기업들이 서두르는 듯해 보였고,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 역시 지난해 신규 중견기업 지주회사 39개사 중 32개사가 비상장 지주회사였다.

그런데 자세히 검토해보니, 비상장 지주회사를 이용하는 이런 방식은 주식 승계의 조세 절감 측면에서는 최근 세법 개정의 영향 등으로 유리한 방법이 아니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이유는 첫째, 특수관계인의 현물출자 시 상법상의 기준가액으로 현물출자를 하더라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본거래에 대한 증여 예시 규정에 의거해 최대주주 할증률(20~30%) 적용을 피할 수 없다.

둘째, 주식을 80% 이상 보유한 비상장사는 자산 가치의 100%로 평가해 중견기업의 경우 상장사 평가액보다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비상장사의 평가액이 최대주주 할증률만큼 증액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 지주회사 현물출자 시 이연 받은 양도소득세는 증여 및 기부 시 발생하는 증여세 외에 추가로 발생하므로 양도소득세를 이연 받기 위한 목적은 주식 승계 시의 조세 절감 차원에서는 메리트가 없고, 잘못하면 양도세와 증여세의 이중 부담이 일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결과였다.

현물출자에 의해 비상장 지주회사를 이미 만든 회사들은 앞에서 살펴본 조세법상의 불리함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추가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넷째, 2세 소유의 비상장사에 현물출자를 하는 경우에는 대한제분의 사례처럼 사회적 비판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회적 평판상 휠라코리아는 SPC를 새로 설립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

어찌됐든 중견기업들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많이 추진하던 현물출자를 통한 비상장 지주회사 설립 붐도 이제 지주회사의 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 원으로 상향되면서 일단락된 듯하다. 그 외 비상장 회사를 이용한 승계 방안에는 앞에서 본 비상장사에의 현물출자 방법 외에 2세 등 오너가의 비상장 회사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시킨 후 지분 인수 등을 통해 2세에게 승계하는 방안이 많이 이용돼 왔다.

그런데 최근 일감 몰아주기로 2세 승계를 진행해 가고 있는 하림, 동원, 사조 등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비판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추진에 이어 기획재정부에서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롯데, 태광, 대림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순환출자를 끊고 계열사 간 합병 등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지난 2월 하이트진로는 과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 결과로 과징금 부과 및 2세, 경영진들과 그 법인이 검찰에 고발당한 바 있다. 앞으로는 일감 몰아주기로 키운 2세 소유의 비상장 회사를 이용한 승계 방식은 사회적 비판뿐만 아니라 법적, 조세법적으로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상장 지분관리 회사를 이용한 승계 방안
따라서 이러한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하지 않고 비상장 회사를 이용한 조용한 승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2회에서 살펴본 이성봉 교수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독일의 BMW는 비상장 회사인 3개의 지분관리 회사가 상장 회사인 BMW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기업 승계를 조용히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상장사 및 상장 지주회사 지분을 소유하는 비상장 회사 주주는 이미 많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로서 신고할 요건이 안 되는 지분을 주로 소유한 회사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은 자산총액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된 바 있다. 향후 10년의 유예기간이 끝나 2027년 6월 지주회사 요건 적용이 5000억 원으로 일원화되면, 지주회사 요건을 못 채우는 회사들이 대거 탈락할 것이고, 이 회사들은 회사 특성에 따라 경영관리 회사, 지분관리 회사, 투자지주사 등으로 독일처럼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자산총액 5000억 원 이하인 지주회사 중 자발적으로 신청해 지주회사에서 제외된 회사도 아세아 등 5개사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분관리 회사란 법적인 명칭은 아니고, 성격에 따라 경영관리 회사, 지분관리 회사, 투자지주사, 투자전문 회사, 자산관리 회사 중 편하게 선택하면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유사 사례로는 세아홀딩스 주식을 인수한 이태성 전무의 투자전문 회사 HPP가 있으며, 여기서는 지분관리 회사로 칭하기로 한다.

이제 최종적으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대안으로 ‘모아보는 가업승계 1’에서 설명한 적법한 매매 방식과 ‘모아보는 가업승계 2’에서 살펴본 해외 지분관리 회사의 일부 방식을 결합해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지분 승계를 하는 가업승계 방식을 제안해본다.
여기서 제안하는 1개 이상의 비상장 지분관리 회사를 통한 가업승계의 장점을 살펴보면, 첫째, 매매를 통한 이전 방식을 취함으로써 유류분 분쟁에서 자유롭다.

둘째, 적법한 매매자금 해결로 관련된 조세를 매매 시 세액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고, 최대주주 할증률(20~30%) 적용을 회피할 수 있다. 셋째,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하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비판에서 자유롭다. 넷째, 비상장사 주주가 상장사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소액주주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오너가족(2·3세)들이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주주 관리가 편하다. 다섯째, 상장사의 주주가 지주회사 1개사인 경우에는 상법 개정안상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에 의한 리스크 등에 노출될 수 있는데, 3~4개의 지분관리 회사가 주주가 된다면 관련 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족한 점은 현재 우리나라 법인주주의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익금불산입 비율이 법인별로 차등화돼 있는 점인데, 이 비율을 독일처럼 모든 법인주주에 대해 일괄적으로(예: 95%) 적용해준다면 합법적인 승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소유주를 위시한 가족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앞서 살핀 리스크들을 회피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뒤 적법한 매매자금 확보 방안을 전문가와 상의해 적법하게 실행한다면, 비상장 지분관리 회사를 통한 조용한 승계 방안은 편법을 동원하지 않은 합법적인 승계로 사회적 평판을 보존하고, 주식의 집중 승계에 따른 유류분의 어려움을 덜어내며, 주식 승계에 따른 조세 절감으로 지분율 유지의 목적까지 이루어내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대체 방안으로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러스트 허라미

오민경 공인회계사는…
세일회계법인 전무로 중견기업의 회계감사 및 조세자문을 해 왔으며, 서울지방국세청 이의신청심의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가업승계 컨설턴트로서 지주회사의 지분 승계 자문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