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올해 LG가의 1조 원대 상속세 이슈가 부각되면서 부자들의 상속·증여에 대한 이목이 또다시 집중됐다. 과연, 한국 부자들은 어떤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어떻게 상속을 하고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로 산다는 건 분명 달콤한 일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 달콤한 꿈을 향유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기도 하고, 부를 이룬 사람들의 돈 버는 ‘노하우’를 좇기도 한다. 특히, 수년째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자들의 자산관리, 투자, 상속·증여에도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대한민국 부자들의 현주소는 어떨까.

한국 부자들은 총자산이 많을수록 빌딩·상가 등 부동산 투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8월 6일 발표한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100억 원 이상 자산가의 총자산에서 빌딩·상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9.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50억~100억 원(25.5%), 30억~50억 원(17.3%), 30억 원 미만(4.9%) 등의 순이었다. 즉, 총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빌딩이나 상가 등 건물을 많이 보유하는 셈이다. 또한 이들의 부동산자산 포트폴리오는 거주용 부동산(주택·아파트·오피스텔) 45.9%, 빌딩·상가 21.3%, 투자용 부동산(주택·아파트·오피스텔) 20.6%, 토지·임야 12.1%로 구성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향후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할 때 상가(34.8%)를 유망한 투자처로 가장 많이 꼽았다. 상가의 뒤를 이어 재건축아파트(34.5%), 토지·임야(27.3%), 오피스텔(24.8%) 순이었다. 일반 아파트, 오피스텔, 오피스빌딩은 서울·수도권에서, 재건축아파트, 상가, 토지·임야는 지방의 부자들이 더 유망하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는 다각적인 투자를 통해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한국, 빌딩 부자 많고...사전증여 늘어
부자들, 사전증여 늘어
또한 한국 부자들은 자신의 자산을 사후에 상속하기보다는 사전증여를 하겠다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한국 부자는 ‘자산 전부를 사전증여 하겠다’는 비중이 전년(5.6%)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6.5%를 기록했다.

반면 ‘자산 전부를 사후 상속하겠다’는 비중(8.7%)은 전년(11.3%) 대비 2.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상속 시점(피상속인의 사망)은 임의로 정할 수 없지만, 증여는 증여자가 시기를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적합한 시점에 자산을 이전하려는 니즈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비중이 7.2%포인트 증가했고, 금융자산 50억 원 이상 보유자는 사회환원 의향이 17.4%에 달해 전체 사회를 위해 본인의 자산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다만, 한국 부자 중 상속 및 증여 대상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16.5%로, 자산 이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빌딩 부자 많고...사전증여 늘어
세대생략이전 상속 선호도↑
상속 및 증여 대상을 결정한 응답자 중 보유 자산을 ‘자녀’에게 상속 및 증여하겠다고 응답한 한국 부자의 비중이 84.9%로 가장 높았으며, 배우자 47.2%, 손자녀 22.6%, 형제·자매 2.8%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후 법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상속하겠다’는 응답 비중이 10.4%로 전년(0.6%) 대비 크게 증가했다.

상속·증여 대상 및 배분 비율 등을 사전에 결정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가족 간 갈등의 소지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향이 높아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손자녀를 상속·증여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전년 대비 10.6%포인트 상승,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세대생략이전(generation skipping transfer)’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다.
한국, 빌딩 부자 많고...사전증여 늘어
보유 자산 규모가 클수록 자녀, 손자녀 및 형제·자매에 대한 상속·증여 의향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금융자산 50억 원 이상 부자의 경우 손자녀에 대한 상속·증여 의향이 금융자산 10억~50억 원 부자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상속 및 증여 시 ‘부동산’을 활용하겠다는 의향이 75.3%로 가장 높으나 2015년 조사(88.8%) 대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여, 부동산의 장기적 투자 매력도에 대한 의구심이 상속·증여 자산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금 및 이에 상응하는 금융상품(62.9%), 사업체 경영권(26.8%), 보험(19.6%), 부동산신탁(17.5%), 재산신탁(1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현금 및 이에 상응하는 금융상품’ 및 ‘보험’의 활용 비중이 각각 17.4%포인트, 8.7%포인트 하락한 반면, ‘사업체 경영권’(18.2%포인트), ‘부동산신탁’(12.3%포인트) 및 ‘재산신탁’(3.6%포인트)은 상승했다. 특히 가치 평가가 용이하지 않고,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상속·증여 시 세금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부동산의 경우 신탁 상품과 연계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니즈를 확인할 수 있다. 금융자산 규모별로는 50억 원 이상 부자의 경우 ‘보험’, ‘부동산신탁’, ‘재산신탁’ 등의 활용 의향이 50억 원 미만 보유자 대비 높았다.

개인 및 법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국 부자 중 75.6%가 ‘가업 승계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할 만큼 평생을 일궈 온 사업체에 대한 승계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가업승계 계획을 가진 응답자 중 ‘자녀에게 승계하겠다’는 의향이 가장 높으나, ‘승계하지 않고 매각하겠다’는 의향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2017년 생활용품 전문 기업 락앤락이 대주주 지분을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한 바 있으며, 올해 1월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가 신세계에 지분을 매각하는 등 중견기업의 승계 포기가 증가하는 추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가업승계 시 애로사항으로는 ‘상속·증여세 등 세금 부담’이 1순위 기준 33.3%, 1+2+3순위 기준 66.7%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국내 1위 종자기술 기업 농우바이오가 창업자 사망 후 1200억 원대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2014년 회사를 매각한 사례에서 보듯, 세금 부담은 가업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가업영위기간 기준 상향 등 가업상속공제제도 요건 강화의 영향으로 ‘가업승계 관련 지원 정책 부족’(25.0%)에 대한 응답 비중이 높았으며, ‘가족 간의 갈등’(16.7%),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12.5%) 등의 순이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