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 가는 가운데 올 한 해 세간의 화제가 됐던 상속·증여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사진 한국경제DB
2018년 뜨겁게 달군 상속 이슈는
올 한 해 세금 규모 측면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이슈는 단연 ‘LG가(家)의 상속’이었다. 올해 5월 LG그룹의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의 상속인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와 그 납부 재원을 놓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특히 부친을 이어서 지난 6월 LG의 새 수장이 된 구광모 회장이 지불해야 할 상속세 무게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상속세만 ‘1조 원’이 될 거란 예측도 적잖이 흘러나왔다.

1조 원대 상속세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대 상속세 납부액 중 최대 규모다. 국세청 개청 이래 1000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한 경우는 고(故) 신용호 교보그룹 명예회장,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 설원량 대한전선 전 회장, 이임룡 태광산업 전 회장, 이운형 세아그룹 전 회장 등이다. 이들 사례와 비교할 때 구 회장은 그보다 최소 5배, 많게는 10배에 가까운 상속세를 낼 수 있다는 셈이다.

구 회장은 빠르고 과감하게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지난 11월 2일 “고 구본무 회장의 주식 11.3%(1945만8169주)에 대해 장남 구광모 ㈜LG 대표가 8.8%(1512만2169주), 장녀 구연경 씨가 2.0%(346만4000주), 차녀 구연수 씨가 0.5%(87만2000주)씩 각각 분할 상속받았다”고 공시했다. 삼남매의 총 상속세 규모는 9000억 원대다.

이번 상속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약 7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상속 대상 주식 가격(고인 사망 전후 각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 가격)의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최대주주 지분은 여기에 20% 할증이 붙는다. 고인이 사망한 달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구광모 회장은 11월 말까지 상속세 신고 및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보유 중인 현금을 동원하고 일부 대출을 받아 상속세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는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것이다”고 밝히며 향후 5년간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나누어 상속세를 납부하고, 이달 말까지 상속세 신고 및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한다는 입장이다.

편법 증여 논란에 칼 빼든 과세당국
정공법을 택한 LG와는 달리, 올해도 국내 대기업의 편법 증여 및 상속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조그룹이다. 사조그룹은 그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세금 한 푼 없이 오너가
3세인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에게 경영권 승계 작업을 완료했다는 편법 승계 의혹을 받아 왔다.
2018년 뜨겁게 달군 상속 이슈는
사조그룹은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로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부동산임대업, 용역·경비업 등을 영위하는 사조시스템즈는 매출 대부분이 계열사에서 발생한다. 2010~2016년 내부거래 비중은 56~91%에 달했다.

이처럼 사조그룹이 일감 몰아주기가 가능했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명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은 오너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를 넘는 계열사가 200억 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의 내부거래를 한 경우를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만 놓고 본다면 사조인터내셔널과 사조시스템즈는 규제 대상에 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산총액 5조 원이 넘어야 한다. 사조그룹의 자산 규모 3조 원대로 사실상 규제망에 걸리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 승계 과정을 두고 편법 증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지난 5월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까지 착수하는 등 관련 논란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하림의 편법 증여 논란도 꾸준히 제기됐다. 하림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김홍국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하림그룹의 두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를 거느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비상장 기업 올품의 지분 100%를 김준영 씨에게 증여하고, 아들 준영 씨가 증여받은 올품 주식 30%를 유상감자해 증여세 100억 원을 납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김 회장이 올품 주식을 2세에게 증여하고 하림그룹의 일감을 올품에 몰아줘 주식 가치를 키우고, 증여세는 회사 돈으로 부담한 것이 돼 10조 원에 달하는 그룹을 물려받으면서 준영 씨는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정부는 칼을 뽑아들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기업 및 대자산가의 탈세 및 편법 증여에 관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과세 강화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국세청과 국민연금 등도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과 각종 갑질·횡포 등에 적극 대응해 왔다.

일례로 국세청은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편법 증여’에 대한 전수 검증 결과 410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지난 9월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익법인 전담팀을 가동해 200여 개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에 대한 전수 검증을 실시한 결과, 36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공익법인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식을 세법상 허용되는 보유 비율 이상 보유하거나 특수관계인을 임직원으로 채용해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면서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은 동일 법인의 주식을 5% 초과 보유한 경우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경우 총재산가액의 30%를 넘어서면 안 된다. 다만 이사 중 특수관계인의 비율이 20%를 넘지 않고 전용계좌를 사용하는 등 법적인 8가지 요건을 충족한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동일 기업 주식을 10~20% 보유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 출연재산 등을 변칙 사용하고 있는 공익법인에 대한 검증을 계속 실시할 계획”이라며 “검증을 통해 편법 상속·증여를 사전에 차단해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부동산 사전증여 러시
국세청의 편법 증여 ‘레이더망’이 점점 더 촘촘해지고 강도 높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및 보유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가운데 편법 증여를 활용한 탈세 사례도 증가한다는 것. 실제로 고액의 전세금을 부모가 자녀 대신 내주고도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 적발돼 추징된 세액이 한 해 2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 9월 국세청과 국토교통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서구)에게 제출한 ‘고액 전세 편법 증여 자금출처 조사 현황(전세금 10억 원 이상 대상)’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고액 전세금을 이용한 편법 증여 적발 건수가 101건에 달했으며, 204억 원(건당 2억 원)의 탈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뜨겁게 달군 상속 이슈는
이는 2013년 국세청이 전세금 변칙 증여 조사를 실시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고액 전세 편법 증여 적발 건수는 2013년 56건에서 2014년 50건, 2015년 62건, 2016년 87건으로 점차 증가하다가 지난해에 101건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추징액도 2013년 123억 원이었던 것이 2017년엔 204억 원으로 5년 새 약 65%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유형 중 탈루 사례가 많은 부동산 취득자금 편법 증여 등에 대해서는 금융 추적조사를 통해 자금 조성 경위를 끝까지 추적하고,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세금 추징은 물론 사기나 기타 부정한 방법의 탈루 행위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보유 부동산에 대한 합리적인 증여 플랜 퍼즐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즉시 증여’가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회계사는
“부동산처럼 가치가 변동되는 자산은 저렴할 때 증여할수록 유리하다. 일단 저렴하게 증여한 뒤 시세 상승 시 수증자(자녀)가 그 시세차익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향후 가격 상승이 될 거라는 확신이 서는 ‘알짜 주택’의 경우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어느 정도 저점이라고 판단되는 순간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는 것도 대표적으로 꼽히는 절세 방법이다. 부담부증여는 증여자의 증여재산에 담보된 채무를 수증자가 인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담보대출 채무나 부동산 임대차보증금반환 채무를 수증자가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증여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게 돼 증여세 과세표준액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고, 세율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다만 증여를 한 부모는 경우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양도한 채무는 반드시 증여를 받은 자녀가 상환해야 한다. 따라서 채무를 증여받은 자녀가 아닌 부모가 대신 상환하면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다. 따라서 자녀가 채무를 직접 상환할 수 있도록 임대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가 등을 먼저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