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같은 말도 ‘어’ 다르고 ‘아’ 다르기 마련이다. 더구나 더 이상 말이 없는 망자의 유언의 경우 사후 해석을 놓고 의견이 갈리기 십상이다. 이에 유언의 해석에도 ‘원칙’이 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언 해석의 최우선 원칙은
유언의 해석과 관련한 가장 전통적인 원칙이 바로 명백한 의미의 원칙(plain meaning doctrine)이다. 이 원칙하에서 외부증거는 유언장의 명백한 의미(plain meaning)에 변화를 주거나 이를 반박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사용될 수 없다. 또한 유언장의 누락된 조항을 추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없다.

유언의 해석에 관한 법원의 임무는 “유언자가 말한 것을 통해 유언자가 의도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지 “유언자가 말하려고 했거나 말했어야 하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증거는 오로지 모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

유언의 해석에 있어서 최우선의 원칙은, 유언장에 표현된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해석하고 이러한 의사는 가능한 한 효력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의 목적은, 유언자가 사용한 언어에 의해 유언자가 의미한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유언장의 문언이 모호하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만 유언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증거가 허용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원칙을 ‘외부증거 금지의 원칙(no extrinsic evidence rule)’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대부분의 법원이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

다만, 이와 다른 접근을 한 판결로 타프의 유산(In Estate of Taff)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서 유언자는 잔여재산을 캘리포니아주의 ‘무유언상속법’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분배하도록 유언했다. 유언자의 사망 당시 캘리포니아주의 ‘무유언상속법’에 따르면 잔여재산은 피상속인의 친족과 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친족들이 나누어 가지게 돼 있었다.

그러나 1976년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유언장의 명백한 문언에도 불구하고 유언자가 초안 작성자에게 구두로 지시한 것과 유언자의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근거해 잔여재산을 유언자의 친족들에게만 분배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유언의 명백한 의미를 찾는 원칙
명백한 의미의 원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원칙을 적용한 대표적인 판결인 마호니 대 그레인저(Mahoney v. Grainger) 사건을 소개한다. 이 사건에서 유언자인 헬렌 설리반(Hellen Sullivan)에게는 유일한 법정상속인으로 이모가 한 명 있었고, 그 밖에 25명의 사촌들이 있었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상당한 금전을 그녀의 사촌들에게 주기로 했다. 그녀가 사망하기 10일 전에 그녀는 그녀의 돈을 누구에게 남길 것인지에 관해 변호사와 상의했다. “당신의 잔여재산을 누구에게 남기고 싶으냐. 당신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 누구냐”라는 변호사의 질문에 대해 그녀는 “나에게는 25명의 사촌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내 잔여재산을 공평하게 나누어주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헬렌의 지시에 따라 변호사는 “잔여재산을 살아 있는 법정상속인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준다”라고 유언장 초안을 작성한 후 그것을 그녀에게 읽어주었고 그대로 유언장이 작성됐다. 헬렌 사후, 헬렌의 유일한 법정상속인은 이모였기 때문에 이모는 헬렌의 잔여재산은 모두 자신이 상속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촌들은 헬렌의 유언 의사는 잔여재산을 자신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므로 자신들이 잔여재산을 분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933년 매사추세츠 최고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법정상속인이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너무나 명백해 외부증거에 의한 해석의 여지가 없다. 비록 ‘~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준다’라는 문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유언장 자체에 잠재적 의미 불명료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유언자의 유언의사를 입증하기 위해 유언자의 진술을 비롯한 외부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언자가 초안 작성자에게 지시했던 내용과 유언장이 일치하지 않거나 유언자가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이 법원으로 하여금 유언장을 변경할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유언장은 유언자의 손에서 나온 그대로 해석돼야만 한다.”

이 사건에서 헬렌의 변호사는 유언장 초안을 작성함에 있어서 헬렌의 유언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상속을 받지 못하게 된 사촌들은 헬렌의 변호사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유언장 수익자들인 위 사촌들은 비록 변호사와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변호사가 유언장의 수익자에 대해서도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는 법리하에서 변호사를 상대로 계약위반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