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배인구 법무법인(유) 로고스 변호사]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던가. 간혹, 상속인들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고 그에 따라 상속재산의 등기까지 마쳤는데 새로운 상속인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상속재산 분할 후 나타난 상속인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처분을 미리 명확하게 유언으로 밝혀 놓으면 상속재산은 유언에 따라 분배된다. 물론 유언에 따라 분배된 비율이 민법이 정한 유류분에 미치지 못한 상속인은 본인의 유류분을 침해한 다른 상속인이나 제3자를 상대로 유류분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피상속인이 유언 없이 사망했다면 모든 상속인들이 협의해 상속재산을 분할하고, 이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 분할한다.

상속재산분할협의나 상속재산분할심판은 모든 상속인들이 당사자로서 참여해야 하고, 상속인 중 일부가 빠졌다면 그런 협의는 무효이고,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속인 중 한 사람이 연락이 되지 않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할 수 없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기도 한다.

또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망인의 자녀로 기재돼 있지만 사실은 자녀가 아닌 경우에는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 중에 그 심판의 절차를 잠시 중단하고 자녀가 아니라는 점을 소송을 통해 밝혀 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데 상속인들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고 그에 따라 상속재산의 등기까지 마쳤는데 새로운 상속인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사실은 피상속인의 자녀지만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자녀로 기재돼 있지 않다가 피상속인 사망 후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승소해 피상속인의 자녀로 인지된 경우가 그렇다. 이와 같이 인지 판결이 확정되면, 인지된 자녀는 소급해 상속인의 지위를 갖지만 이미 종료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무효로 돌릴 수는 없다.

만약 이런 경우 분할협의를 무효로 한다면 다른 공동상속인이나 공동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을 이전받은 제3자의 이익을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민법은 그 분할의 효력은 인정하고, 다만 그 이후에 상속인이 된 사람이 다른 공동상속인에 대해 상속분에 상당하는 가액의 지급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규정에 대해 대법원은 “상속 개시 후에 인지되거나 재판이 확정돼 공동상속인이 된 자도 그 상속재산이 아직 분할되거나 처분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당연히 다른 공동상속인들과 함께 분할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나, 인지 이전에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내지 처분한 경우에는 인지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돼 사후의 피인지자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분할 기타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하게 되는바, 민법 제1014조는 그와 같은 경우에 피인지자가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대해 그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상속재산의 새로운 분할에 갈음하는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피인지자의 이익과 기존의 권리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12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83796 판결).

민법 제1014조에 따라 상속분에 상당하는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피상속인 사망 후에 인지가 되거나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인지를 했지만 그 유언이 나중에 발견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학설은 피상속인과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에서 확인 판결을 받은 자도 위 법률이 정한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새겨 왔다.

혼인 외 출생자의 상속은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떠한가. 여성(망인) A씨가 남성 B씨와 혼인해 피고 1을 출산한 다음, 남성 B씨와 이혼하고 남성 C씨와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며 원고를 출산했다. 망인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피고 1만 자녀로 등록돼 있다. 원고는 다른 여성을 어머니로 출생신고가 된 것이다.

망인이 사망하자 가족관계등록부상 유일한 자녀로 등록돼 있는 피고 1은 상속재산(부동산)에 관해 단독으로 상속 등기를 마치고 이를 제3자인 피고 2에게 매도한 후 피고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그 후 원고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원고와 망인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 1 명의의 상속등기 및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를 구했다.

이 사건의 하급심 법원은, 상속 개시 후 친자관계존재확인 판결에 의해 상속인으로 판명된 자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860조 단서를 적용해야 하고, 원고는 민법 제1014조의 ‘상속 개시 후의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하므로 피고 1을 상대로 매매대금 상당의 가액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피고 2에게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귀속된 부동산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는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기고,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나 법원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판결이 있어야만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는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 적용되지 아니하며, 상속 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는 비록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또는 처분한 이후에 모자관계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 판결의 확정 등으로 비로소 명백히 밝혀졌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고 판시하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환송했다.

앞서 보았듯이 대법원은 민법 제1014조 규정의 취지를 인지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민법 제860조 단서를 적용해 설명한다. 인지청구의 소는 형성의 소로서, 인지의 확정 판결을 받으면 그 소급효로 인해 출생부터 친자관계였던 것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급효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민법은 제3자에 대해서는 소급효를 제한하는 단서를 규정했다. 한편 법률상 모자관계는 분만에 의해 당연히 성립된다.

민법은 모자관계에 대해서도 어머니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나(제863조), 이는 기아가 생모를 상대로 자신이 친생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특수한 경우이고, 어머니에 대한 인지청구는 친생자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확인의 소다.

따라서 모자관계의 인지에는 소급효가 없어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 민법 제1014조를 제860조의 소급효 제한과 관련해 이해하는 대법원의 방식에 따르면 모자관계의 인지는 소급효가 없으므로, 이 사례에서 민법 제1014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원고는 망인의 사망 당시 피고 1과 공동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을 공유하고 있었고 공유자 중 일부인 피고 1의 공유물 처분은 그 지분을 넘는 범위에서 무효다.

하지만 민법 제1014조는 상속재산의 분할과 처분 후 인지된 자 외에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도 명시하고 있다. 문리적 해석에 따르면 입법자는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하는 인지청구 외에도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뒤늦게 나타나더라도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분할이나 처분은 유효라고 정했다고 생각된다.

이 사례에서 원고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 판결에 의해 모자관계가 확정된 경우다. 즉,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다. 이렇게 새긴다면 피고 1의 매도는 유효하게 된다.

이와 같은 민법 제1014조에 따른 피인지자 등의 상속분상당가액지급청구권은 그 성질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일종이므로 민법 제999조 제2항에 정한 제척 기간이 적용된다. 따라서 혼인 외의 자가 법원의 인지 판결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된 때에는 그 인지 판결이 확정된 날에 상속권이 침해됐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날로부터 3년의 제척 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위와 같은 소를 제기해야 한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므2757, 2764 판결).

인지 전에 공동상속인들에 의해 이미 분할되거나 처분된 상속재산은 이를 분할받은 공동상속인이나 공동상속인들의 처분 행위에 의해 이를 양수한 자에게 그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귀속되는 것이며, 그 후 그 상속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과실은 상속 개시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어서 이를 상속재산에 해당한다 할 수 없다.

또한 상속재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분할 받은 공동상속인 또는 공동상속인들로부터 양수한 자)가 민법 제102조에 따라 그 과실을 수취할 권능도 보유한다고 할 것이며, 민법 제1014조도 ‘이미 분할 내지 처분된 상속재산’ 중 피인지자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청구권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이미 분할 내지 처분된 상속재산으로부터 발생한 과실’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결국 민법 제1014조에 의한 상속분상당가액지급청구에 있어 상속재산으로부터 발생한 과실은 그 가액 산정 대상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므2757, 2764 판결).

즉, 피상속인 사망 후 처와 자녀들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건물 1동을 상속받아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었는데 피상속인의 혼인 외의 자가 피상속인 사망 후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해 승소 확정 판결을 받고 다른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분 상당가액의 지급 청구를 한다고 가정하면, 이 건물에 관해 본인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을 다른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청구할 수 있을 뿐, 그 임대수익에 대해서는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상속이 마무리된 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속인이 나타났을 때 상속인들이 갖는 당혹감은 피상속인에 대한 배신감으로까지 나타난다. 이런 고통을 안겨준 사람에게 위자료를 구할 수 없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상속인들은 상속재산을 단순한 물질적인 것을 떠나서 피상속인에 대한 애정으로까지 평가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상속인이 된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민법 제1014조가 조율하고 있는 셈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