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고령화 시대에 본격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높아지는 치매발병률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치매로부터 안전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신탁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돼 화제다.

백세시대 지켜 줄 치매케어 ‘신탁’ 뜬다
인간 불로장생의 꿈이 그 한도를 늘려 가고 있다. 평균수명 100세의 시대가 점점 더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19년 14.9%로 세계 51위다. 그런데 2045년이면 이 비율이 37.0%를 웃돌아 일본(36.7%)을 추월하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런 초고령화 흐름에 비례하듯 치매발병률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약 75만 명에 달한다. 85세 이상에서는 2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는 치매 환자가 1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치매를 우려하는 중장년층의 실질적인 고민들도 짙어지고 있다고.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55세 A씨는 “평생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살았는데 정작 은퇴하고, 노후를 즐겨야 할 때 치매에 걸려 가족들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고민이 된다”며 “지금껏 붓고 있는 적금과 건강보험, 사망보험 외에도 치매에 대해서도 관련 상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의 한 컨설턴트도 “최근 치매가 고령화 시대의 사회적 난제로 부각되면서 치매 보험 가입을 찾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늘어났다”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신탁을 활용한 치매케어 이런 흐름에 따라 최근에는 신탁을 활용한 치매케어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신탁에 의한 생전 노후 관리가 보편화돼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UFJ신탁은행, 미즈호신탁은행,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리소나은행에서는 한국보다 앞선 2012년경부터 후견제도지원신탁을 판매해 왔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경증 치매자를 위한 치매신탁 상품으로 후견인제도를 활용한 신탁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가령, 치매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져 사기를 당하거나 금융 피해를 입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시큐리티형 신탁’, 이미 치매에 걸려 의사결정이 어려운 경우를 위한 ‘후견제도지원신탁’, 원활한 상속을 위한 ‘유언대용신탁’·‘자산승계신탁’·‘자사주승계신탁’ 등 다양하다.

국내 금융권도 고령자 맞춤 신탁 상품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KEB하나은행이 2019년 12월 금융권 최초로 특허출원을 완료한 하나금융그룹 협업 상품 ‘KEB하나 케어신탁’이다. ‘KEB하나 케어신탁’은 고령화 시대에 치매 등 건강 악화로 자산관리가 힘들어질 때를 대비해 안전하게 금융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특화된 대중형 유언대용신탁 상품이다.

건강할 때 지급 절차를 미리 지정했다가 치매 등으로 의사 판단 및 거동이 힘든 상황이 발생하면 사전에 정한 절차에 따라 병원비, 요양비, 간병비 등을 효율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와 관련해 특허출원까지 완료했다.

아울러 KEB하나은행은 ‘KEB하나 케어신탁’과 하나생명의 ‘무배당 안심케어 연금보험’을 연계해 신탁과 보험의 장점을 결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무배당 안심케어 연금보험’은 LTC(일상생활장해상태 또는 중증치매상태) 진단이 확정될 경우 종신 시까지 생존 연금에 케어 연금을 더해 연금액을 2배로 수령할 수 있는 LTC 특화 연금보험 상품으로, 연금수령액이 ‘KEB하나 케어신탁’으로 지급돼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도 2019년 11월 환자가 직접 병원비를 출금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지정한 대리인이 병원비를 출금할 수 있게 한 ‘신한 메디케어 출금 신탁’을 내놨다. 이 상품은 대리인이 병원비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출금할 수 없고 가입자인 환자를 대신해 병원비를 결제하기 때문에 가입자는 안심하고 치료에 매진할 수 있다고 신한은행 측은 설명했다. 또 이 상품은 즉시 현금으로 출금이 가능한 고(高)유동성 자산으로 운용해 일반 입출금통장보다 수익률이 더 높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상품 출시에 맞춰 강북삼성병원 종합검진센터,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가입자에게 건강검진 할인, 특별검진 프로그램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 등 노후 질환 환자들도 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가 병원비 결제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롭게 출시된 ‘신한 메디케어 출금신탁’을 통해 병원비를 준비하고 환자는 치료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KB국민은행은 치매를 대비하기 위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법률 상담을 제공하는 ‘치매안심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치매 발병 시 후견인에게 정기자금을 지급하는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6호(2020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