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대기업 오너가(家)는 물론 자산가들 사이에서 주식 증여 사례가 늘고 있다. 현시점의 주식 증여는 절세의 기회일까, 섣부른 베팅일까. 주식 증여 시 주의할 점들을 짚어 봤다.

혼돈의 주식장, 증여는 득일까 독일까
코로나19가 전 세계 주식시장을 패닉으로 이끌면서 주식 증여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하락했을 때 증여하면 그 시점의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상장기업 대주주들은 주가하락기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해 본인의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자녀들에게 증여해 증여세 부담을 줄이면서 승계 작업에 착수해 왔다.

최근에도 국내 기업 대주주들의 주식 증여는 이어지고 있다. SPC삼립, 동서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PC삼립은 허영인 SPC 회장이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회사 주식 40만 주를 증여했다. 당일 종가 기준 SPC삼립의 주가는 6만6300원으로 지난해 말(8만7200원) 대비 23.97%나 떨어진 상태였다. 이날 공시된 증여금액은 종가 기준 265억 원으로 이번 증여로 하 회장의 지분율은 9.27%에서 4.64%로 줄었고, 허 부사장은 반대로 11.68%에서 16.31%로 증가했다.

동서식품 회장도 지난 3월 12일 두 아들에게 동서식품 보통주 25만 주(0.25%)를 증여했다. 큰아들 김동욱 씨는 15만 주, 둘째 아들 김현준 씨는 10만 주를 증여받았다. 이로써 김 회장의 지분율은 19.29%에서 19.04%로 줄어든 반면 동욱 씨와 현준 씨의 지분율은 각각 2.37%, 2.13%로 올랐다.

이 같은 주식 증여 바람은 일반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적잖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배남수 EY한영회계법인 상속·증여팀 이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 가격이 급락하자, 주식 증여나 현금 증여를 통한 주식 매수 등의 문의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저평가된 주식 증여로 인해 증여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장된 주식은 증여 시점 전후 2개월간 공표된 매일의 한국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종가평균액)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한다. 가령, 평소에 주당 3만 원으로 평가되는 주식을 증여할 경우에는 1억185만 원의 증여세를 부담한다. 하지만 주가가 30% 하락해 주당 2만1000원으로 평가된다면 이때 납부할 증여세는 6208만 원이 되므로 약 40% 정도의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혼돈의 주식장, 증여는 득일까 독일까
다만, 아무리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섣부른 주식 증여는 금물이다. 증여세 절세의 기본 원칙은 ‘저평가된 재산을 증여’하는 데 있다. 배남수 이사는 “주식 증여를 통한 절세를 기대하려면 해당 주식이 저평가돼 있어야 한다”며 “무작정 주가가 많이 하락한 주식을 증여해서는 안 된다. 물론, 주식의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회복 이후 주가 회복력이 기대되는 펀더멘탈이 강한 주식을 선별해 증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주식 증여 시 주의할 점은
그렇다면 혼돈의 주식시장에서 효율적인 주식 증여를 하기 위해 주의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주식 증여 후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된다면 증여 취소(반환)를 이용하라고 권고한다.

이혜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증여일 이후 2개월의 주가가 당초 예상과 달리 변동하는 경우, 증여세 신고기한(증여일이 속하는 달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면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다시 증여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다만 나중에 실제 증여 시기, 증여세 신고기한 내 해제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증여세 신고서, 계약서 등의 증여일자를 정확히 하고, 주주명부 기재 등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2일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12월 9일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이경후 CJ ENM 상무에게 증여했던 우선주 184만1336주(각 92만668주)를 취소하고 재증여한다고 밝혔다. 증여 규모는 당시 1204억 원에서 76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주가 최저점이 예측 가능하다면 ‘펀드를 통한 증여’도 효율적일 수 있다. 배남수 이사는 “펀드는 상장주식처럼 4개월간의 종가평균액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증여일 당일의 기준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며 “주가가 최저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때는 펀드를 통한 증여가 증여세 절세효과를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금을 증여받은 후 주식을 처음 매수하는 사람들은 미리 현금에 증여신고를 한 후에 매수하기를 권고했다. 배 이사는 “이번 코로나19 감염 위기로 인한 주가 하락기에는 예전과 다르게 주식을 처음 접해 보는 분들이 우량 주식 매입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부모에게 현금 증여를 받아 증여 신고를 한 후에 분할 매수 등의 방법 등을 이용해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다. 현금 증여 신고 후 그 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한 후 향후 주식 가치가 오르면, 상승분에 대한 추가적인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증여세를 절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혜진 변호사도 “이번 코로나19 사태 등 경기 변동에 따른 시장 전체적인 주가 하락의 경우에는 증여 이후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적다고 보인다”면서도 “다만 주식 발행 해당 회사의 사정에 의한 주가 변동 기회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자력이 없는 미성년자에 대해 주식을 증여한 경우에 과세당국이 문제를 삼을 수 있으므로, 시장 전체적인 주가 하락이 있다 하더라도 해당 회사에 추후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이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