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21대 국회가 5월 30일 닻을 올린다. 새롭게 시작할 국회에서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상속세제 법안들을 정리해 봤다.
21대 국회, 주목받는 상속세제 현안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대 국회가 지난 5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계류된 20대 국회 법률안은 1만5262건에 달한다. 20대 국회 내내 2만4081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 처리율은 36.6%에 그쳐 역대 최악의 ‘식물 국회’란 오점을 남긴 것. 따라서 21대에는 ‘정쟁’을 위한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가 되길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새롭게 닻을 올린 21대 국회 내 손질돼야 할 상속 관련 법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20대 국회 내 통과되지 못한 일명 ‘구하라법’이다. ‘구하라법’은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 경우에만 유산상속 결격사유를 인정하는 현행 민법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법 ‘상속 편’ 일부 개정안이다.

걸그룹 카라 출신 고(故) 구하라가 사망한 뒤 20여 년 전 집을 떠난 친모가 나타나 그가 남긴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자, 오빠 구호인 씨는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지난 3월 국회 입법청원을 올렸다.

당시 이 입법청원은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로 넘겨졌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아직도 국민의 청원이 높은 실정이다. 고 구하라의 오빠 호인 씨는 5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거듭 ‘구하라법’ 재정을 촉구하며 “‘구하라법’이 만들어져도 적용을 받지 못하겠지만 어린 시절 친모에게 버림받고 고통받은 하라와 저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위해 입법청원을 하게 됐다”며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그간 유류분권을 제한하는 방향과 자격이 없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자는 논의는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21대 국회, 주목받는 상속세제 현안은
[지난 5월 22일 고 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구하라법’ 통과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 한국경제 DB]

법조계 내에서도 현재의 유류분 제도가 너무 유류분권을 강하게 보장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왔다. 법무법인 율촌의 한 변호사는 “과거 천안함과 세월호 사건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며 “다만, 현행법상 상속 결격사유는 굉장히 엄격하게 규정돼 있는데, 부양의무 불이행이 어느 정도가 돼야 이에 준한다고 볼 수 있을지 불분명한 면이 있어 일도양단적으로 상속권을 박탈하는 방향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행법은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에 대한 기여분만이 인정되고 있는데, 역으로 법원에서 상속분을 일정 범위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그 사유로 부양의무의 불이행 등을 규정하는 방향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런 방향의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단순히 혈연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동등한 상속권을 인정받는 불합리가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가업승계 세제 혜택 확대될까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의 70% 이상이 과도한 상속세 및 증여세를 가업승계의 걸림돌로 꼽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가업’을 승계하는 기업인에게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하는 경우 가업상속재산가액 중 업력에 따라 최대 500억 원까지 공제하는 제도)’ 제도를 두고 있으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기 위한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년 이상 중소기업 대표 및 가업승계 후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업승계 계획이 있는 기업 중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고작 30.0%였고, ‘없다’고 답변한 기업은 25.8%였다.

이들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할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사후요건 이행이 까다로워 기업의 유지·성장에 도움 될 것 같지 않아서(25.8%) ▲사전요건을 충족시키기 힘들어서(19.5%)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 관련 사전요건 가운데 ‘피상속인의 최대주주 지분율 완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59.0%, 사후요건 중에는 ‘근로자 수 유지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75.0%로 각각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율촌 변호사는 “현 제도상으로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주식을 물납하는 경우 양도세가 과세됨으로써 가업상속공제 혜택이 사실상 사라지는 문제가 있다”며 “이런 점은 세무 전문가들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로, 비상장주식에 대해 물납만 허용하고 납세 담보는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면이 있다. 공제 한도를 늘리는 등 외형적 문제가 아니라 실제 가업승계 세제 혜택의 실효성을 담보할 구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법정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은 세계 2위지만 최대주주 할증과세(주식 상속 시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9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서도 중소기업 77.5%가 가업승계의 주된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를 꼽기도 했다. 배남수 EY한영회계법인 상속·증여팀 이사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에게 최고세율 50%은 외국의 경우(OECD 19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값은 25.6%)를 감안하더라도 높고, 기업 운영 의지를 저해하는 수준이므로 소득세율 수준 40%로 인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아울러 상속세 신고, 조사 시 납세자들이 최근 많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상속세 납부 재원의 마련이다. 세액 납부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 줄 있는 방향의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행 상증세법에서는 납부세액이 1000만 원이 초과하는 경우 2개월 이내에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상속의 경우 납부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5억 원이나 10억 원 초과 납부세액의 경우 분납 기한을 추가로 2개월 연장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 본다면 좋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일감 몰아주기 과제 제도 개선에 대한 21대 국회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대 국회 당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포함 10명의 의원들은 대기업의 간접수출에 대해 중소·중견기업과 동일하게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상증세법은 수출을 목적으로 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국외 소재 법인과의 거래인 직접 수출의 경우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적용되는 반면, 수출을 목적으로 한 국내 법인과의 거래인 간접수출의 경우는 중소·중견기업에만 적용되고 대기업은 과세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김정우 의원은 “수출 관련 거래에 대한 과세 제외는 수출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대기업의 간접수출만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정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간접수출에 대한 불합리한 과세는 대기업들이 생산 기반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저해하는 것으로 국내 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인해 국내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통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육성 및 보호, 수출 지원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간접수출도 중소·중견기업과 동일하게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20대 국회 내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배남수 이사는 “해당 법령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되나,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대해서 명확한 해석이 존재해야 하고, 사업부문별로 이익을 산정하는 기준을 과세관청에서 명확히 제시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