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m a lot'

‘스팸 어 랏(Spam a lot)’, 스팸이 아주 많다는 뜻을 지닌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작품. 아니나 다를까 말장난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여러 개의 촌극을 묶은 개그콘서트 같다.

등장인물인 아더 왕을 비롯해 그의 기사들 중에서 온전한 정신을 가진 이는 단 한 명도 없고, 설정 또한 황당무계하다. 브로드웨이를 뒤집어 놓은 최고의 코미디 뮤지컬 ‘스팸 어 랏 ’ 이 10월 무대에 오른다.
[On Stage] 배꼽 잡는 원탁의 기사들이 돌아왔다
공연 일시 : 2010년 10월 1일~2011년 1월 2일
평일 8시, 토요일 3·7시, 일요일 2·6시(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 장소 : 한전아트센터
공연 문의 : 오픈 리뷰 1588-5212
[On Stage] 배꼽 잡는 원탁의 기사들이 돌아왔다
'스팸 어 랏’은 1975년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를 토대로 만든 작품으로, 2005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14개 부문 노미네이트, 최우수 뮤지컬 상을 포함해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이력을 가진 이 뮤지컬이 오는 10월 드디어 한국에서 초연된다.

소설가 박지원의 <양반전>에 버금가는 언어유희를 구사하는 이 작품은 아더 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를 패러디 한 풍자극이다.

여기에 단 한순간도 진지하지 않은 생경한 유머와 해학의 살이 붙어 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성배를 찾아 나선 기사들은 쇼걸과 도박에 빠져들어 소동만 일으키고, 적군에게 포탄 대신 젖소와 오물을 맞는다.

작고 귀여운 모습의 살인 토끼에 방심했다가 참극을 당하고, 용감무쌍 이미지의 기사 랜슬롯 경은 게이 왕자를 도와주다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이 알게 된다.
[On Stage] 배꼽 잡는 원탁의 기사들이 돌아왔다
극에서 비중이 적은 여배우는 갑자기 등장해 “2막 중반이 되도록 내 (연기) 부분이 나오질 않아 매니저를 부르겠어”라며 흥분한다. 이처럼 기존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전개 방식, 기상천외한 설정 등은 관객들로 하여금 신선함과 반색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과 다채로운 무대 세트도 여느 대극장 뮤지컬에 비해 손색이 없다.

출연진도 솔깃하다. 바로 대한민국 코믹 연기의 대가 배우 박영규와 한국 뮤지컬계의 영웅으로 떠오른 배우 정성화가 더블 캐스팅 됐다. 서울예대 연극과 동문 선후배가 같은 역으로 캐스팅 된 이번 작품에서 그들의 연기력이 많은 관객을 매료시킬 것이다.

여기에 김재범, 구원영, 정상훈, 김대종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의 앙상블도 주목할 점. 잠재된 ‘코미디의 끼’를 라이브로 만날 수 있는 뮤지컬 ‘스팸 어 랏’,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말자.

박진아 객원기자 p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