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73호 (2011년 06월)





[Artist] 입체작가 모준석, 서로의 마음과 주장을 비워 하나 됨을 위해

국민대 대학원에서 입체미술을 전공한 모준석은 2009년 기독교 미술대전 특선과 충무갤러리 기획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 초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AHAF HK) 2011 조각부문 영 아티스트로 선정된 작가 모준석의 작업실을 찾았다.


모준석은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공존과 소통, 하나 됨을 이야기하는 젊은 작가다. 올 초 국민대 대학원을 마치고 5월 전시회 준비로 여념이 없다. 대학원 재학시절 마련했다는, 그의 작업실은 학교 근처 서울 정릉에 있었다. 작은 개울가를 끼고 터를 잡은 작업실 주위로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가 인상적이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난로와 커다란 작업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로 미완성의 작품과 흙,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동선 등이 눈을 어지럽혔다. 작업실 안쪽으로 난 작은 방도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로 가득했다.

난로를 사이에 두고 자리에 앉은 그는 작품 사진이 실린 도록을 건넸다. 붓 터치를 연상시키는 동선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청아한 색감 등이 자아내는 그의 작품은 입체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했다. 섬세한 단조와 용접 후에 탄생한 그의 작품은 부피감과 열린 구조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모 작가에게 상은 “칭찬이 아닌 에너지원”

“며칠 전에 평론가 한 분이 작업실을 찾으셨는데, 작업실이 너무 비좁은 것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제 작업이 여러 과정을 거치거든요. 스케치를 한 다음 흙 작업을 하고, 그걸 토대로 다시 석고 작업을 해요. 그 다음에 마지막으로 동선 작업을 해요. 지금은 흙 작업 후 바로 마지막 작업을 하지만요. 복잡한 작업에 비해 공간이 협소한 건 사실이에요. 작품 스케일에도 한계가 있고요.”

좁지만 소박한 작업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작업실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2010년 충무갤러리 기획공모전 대상 때 받은 상금 500만 원으로 얻은 의미 있는 작업실이기 때문이다. 충무갤러리 기획공모전을 앞두고 그는 충무로 인쇄 골목과 진양상가 등을 돌아보았다.

그 뒤 그는 중구를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공존’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촘촘히 들어선 건물과 그 속을 빼곡히 채우는 사람들. 좁은 공간 안에 서로의 영역이 나뉘지만 큰 틀에서는 그 안에서 모두가 공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으로 그는 대상을 받았다.

충무갤러리 기획공모전 이전에는 2009 한국 기독교 미술대전에서 특선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작품은 <어떤 새벽>. 2009년 대학 졸업작품전 때 처음 출품한 동선 작업이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전과 달리 스테인드글라스를 도입했다는 것.

하얀 벽면에 비춰진 스테인드글라스의 느낌이 색달랐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작품에 활용하며 작가는 동선으로도 입체작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술협회나 언론, 갤러리 등에서 상을 주잖아요. 대상, 우수상, 뭐 이런 식으로요. 작품에 순위를 매기는 게 가끔은 어색하기는 해요. 이런 상은 잘했다는 칭찬이라기보다는 작업을 위한 에너지의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인간 소외와 부재를 넘어 공존과 소통으로

동선 작업을 시작한 이래 작가는 조금씩 변화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공존과 소통을 통한 하나 됨’이라는 주제는 바뀐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차가운 동선에서 탄생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따스함이 배어있다.

“자신을 비워 하나를 이루는 것이 자신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며, 자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신을 비우고 타자와 결합하는 거죠. 이런 결합을 통해 타자와 제가 하나가 되는 겁니다. 다시 말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비워짐으로써 전체가 비워지고, 이를 통해 전체가 하나 된다는 거죠.”

작품에는 세상을 향한 그의 이상이 담겨있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의 생각은 현대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1906~95)를 떠올리게 한다. 서구의 전통적인 존재론에서 타자는 사고의 대상으로 ‘나’에 의해 그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을 뿐이었지만, 레비나스에게 타자는 ‘나’에게 윤리적 책임을 갖도록 명령하고 호소하는 존재다.

3 하나가 되어주셔요

, 2009년, 동선과 스테인드글라스, 23X55X40cm">
잦은 이사와 오랜 기숙사 생활이 던진 화두

이런 생각은 유년시절의 잦은 이사와 오랜 기숙사 생활에서 비롯됐다. 모 작가는 이런 경험을 작업의 근원으로 삼았다. 집으로 은유되는 개인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그 마을이 또 다른 형상을 갖게 된다.

“작품을 보고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 작품 속의 집과 마을은 유년시절 제가 살았던 달동네를 모티브로 했어요. 어린 시절 살았던 달동네의 집들은 모두가 작고 초라했어요.

그 집에서 형과 같은 방을 쓰며 자랐고, 대학 기숙사에서는 한 방에서 4명이 생활했습니다. 그 속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고, 갈등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영역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갈등의 단초가 된다. 그런 갈등을 넘어 하나가 된다는 것, 그는 작품을 통해 하나 됨을 완성한다.

2 동행

, 2010년, 동선과 스테인드 글라스, 73X101X49cm">
동선과 스테인드글라스만으로 이루어진 그의 입체적 집과 인물의 내부는 하나로 비워져 경계의 영역을 허물어뜨리고 공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주거지의 형태에 따라 생활자가 맞춰나가야 하거나 또는 일정 장소가 그 사용주에 따라 용도가 변화하듯 개인 역시 타자와 조우했을 때 서로 조율해야 하는 소통과 비움을 상징한다.

그러나 모 작가는 다양한 형태의 외곽과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시각적 장치를 통해 무조건적인 비움, 희생이 아닌 자신의 본래성을 가진 개인의 세계 속에서 이것들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1 자기비움

(kenosis), 2010년, 동선과 스테인드글라스, 75X83X49cm">
“작업은 한결같이 비워내지만 실제 저를 비우는 일은 쉽지 않은 듯해요. 열심히만 하면 일주일에 한 작품도 나오지만, 제 삶은 그렇지가 못해요. 작품이 삶을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는 거죠. 작품처럼 저를 비우고 타인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제가 정말 소망하는 게 바로 그런 거예요.”

세상을 향한 이상향적 시각을 독창적으로 풀어내는 작가 모준석. 5월 14일부터 6월 5일까지 선 컨템포러리에서 그가 꿈꾸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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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1-06-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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