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검찰이 압류한 전재국 씨의 미술품 컬렉션 판매가 3월 12일 K옥션의 경매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검찰이 압수한 전두환 일가의 소장품 649점 중 위작으로 폐기된 6점을 제외한 643점이 모두 새 주인을 찾았다.
이대원, ‘농원’
이대원, ‘농원’
‘전재국 컬렉션’은 미술품에 대해 상당한 안목을 갖고 있는 전재국 씨가 애정을 갖고 수집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내내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K옥션에서 진행한 네 차례의 경매 중 2차 매각을 제외한 1·3·4차 매각에서 모두 낙찰률 100%를 기록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여기에 전직 대통령 일가의 소장품이란 점도 향후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재국 컬렉션 중 경매 최고가 작품은 지난해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낙찰된 이대원 화백의 1987년 작 ‘농원’으로 6억60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 걸려 있던 그림으로 주목을 끌었던 ‘농원’은 대작 회화다. 색채화가의 대명사인 이대원 화백은 소나기가 쏟아지는 듯한 서예적 필법과 점묘법을 즐겨 사용한다. ‘농원’도 녹색과 붉은 색의 전통적인 보색 대비를 채용해 그린 작품 중 하나로 알려졌다. 당초 추정가는 3억~4억 원 선으로 평가받았으나 경매를 통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영원, ‘중력, 무중력’
김영원, ‘중력, 무중력’
지난해 12월 K옥션을 통해 경매된 추상화가 김환기의 1965년 뉴욕 시절 유화 ‘24-Ⅷ-65 South East’도 5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김환기의 초기 작품 세계를 잘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당초 경매 추정가가 4억5000만~8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가격대에 낙찰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장남 재국 씨의 결혼을 축하하며 서산대사의 시를 옮긴 글씨도 열띤 경합 끝에 2300만 원에 낙찰됐다.

특히 이번 ‘전재국 컬렉션’의 마지막 경매에서는 블루칩 작가로 손꼽히는 김홍주의 ‘꽃 시리즈’도 미술 애호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 대표적인 중견작가인 김홍주의 작품은 ‘그리기’ 테크닉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세련된 감각이 결합돼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일본), 퀸즈 미술관(미국) 등 해외의 유수 미술관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전재국 컬렉션에는 1970년대부터 2000년까지 그의 주요 작품 25점이 두루 포함돼 있었으며, 작품에 따라 7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 선에서 최종 낙찰됐다.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제작한 김영원 작가의 조소 작품도 이목을 끌었다. 그는 인체라는 일관된 테마로 독창적이면서도 밀도 있는 작업을 해 왔으며 1970년대 후반부터 실물 크기와 같은 젊은 남성 누드를 소재로 인간 내면의 모습을 형상화한 ‘중력, 무중력’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그의 작품 중에는 ‘중력, 무중력’ 시리즈가 1200만 원으로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그 외에 한국 현대 서양화단의 대표적 작가인 고(故) 변종하 화백의 대표작 ‘들꽃’이 1억1300만 원에 낙찰됐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붓글씨 3점도 500만 원 정도에 거래됐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