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재규어의 스포츠 세단 ‘XE’의 첫 느낌은 강렬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선 굵은 디자인은 듬직하면서도 날렵하다는 인상을 물씬 풍긴다. 도로 위 질주 본능을 경험하기 위해 직접 차에 올랐다.
[Life& car]재규어 XE 20d 포트폴리오... 잠자는 질주 본능을 깨우다
지난해 10월 파리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이고, 올해 9월 국내에서 공식 출시된 재규어 ‘XE’ 라인업에서 처음 눈길이 가는 곳은 시각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다. 보닛 한가운데 솟은 파워돔과 양 옆 윈드 스크린 방향으로 한 줄씩 뻗어 각을 이룬 선은 날카롭고 초점 또렷한 눈매의 헤드램프, 시원하게 생긴 그릴과 함께 강한 마스크를 완성한다.

에지 있는 허리 라인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의 디자인은 앉아서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묵직하면서도 단단한 골격을 떠올리게 만든다. XE 라인업 중 상위 모델인 ‘XE 20d 포트폴리오’(이하 XE 포트폴리오)의 운전석에 올랐다. 시트가 편안하게 몸을 감싼다. 재규어 스포츠카 ‘F 타입’의 영향을 받았다는 계기판을 보면 ‘XE 포트폴리오’가 스포츠 세단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터치스크린은 주행 중 다양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넓게 자리하고 있으며, 오디오와 온도 조절, 내비게이션, 전화 연결 등 주요 기능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전방 시야도 시원하게 탁 트였다.
[Life& car]재규어 XE 20d 포트폴리오... 잠자는 질주 본능을 깨우다
[Life& car]재규어 XE 20d 포트폴리오... 잠자는 질주 본능을 깨우다
달릴수록 드러나는 스포츠 세단의 매력
‘잠자는 재규어를 깨워보자’란 생각으로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묵직하면서도 조용한 엔진음이 ‘XE 포트폴리오’ 구석구석 퍼진다. 시동이 걸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기어변속기다. 시동을 걸면 둥근 조그셔틀 모양의 변속기가 자동으로 올라온다. 좌우로 돌리는 변속기는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조작할수록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주행 중 조그셔틀은 기어 변속 과정에서 손가락만으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었고, 한 칸씩 딱딱 떨어지는 손맛이 있어 운행 중 조작 실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날 주행은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에서 출발해 인천 강화초지대교로 이어지는 왕복 90km 코스. 시내는 물론 올림픽대로를 거쳐 지방도로까지 각 도로에서 ‘XE 포트폴리오’의 매력을 모두 보고 싶었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고 조금씩 힘을 실었다. 가속페달은 생각보다 예민하지 않아서 좋았다. 충정로역에서 마포대교로 이어지는 다소 짧은 구간의 주행에서는 인텔리전트 스톱·스타트 시스템이 돋보였다. 신호가 많고 복잡한 시내 주행에서 앞 차를 따르거나 간격을 유지할 때도 숨을 고르는 듯한 조용한 주행은 이어졌다.

마포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로 접어들자 질주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저속 주행에서 고속 주행으로 전환하려고 페달에 힘을 싣자, ‘XE 포트폴리오’는 기다렸다는 듯 앞 차를 추월하고 나섰다. 2000~3000RPM 사이에서 계기판 바늘이 요동칠수록 스포츠 세단의 본 모습은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다. 행여 속도가 줄었나 싶어 페달을 조금만 다시 밟으면 ‘XE 포트폴리오’는 2000RPM 언저리에서도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등 떠밀려 조금 더 세차게 내달리는 기분이 아닌, 운전자 스스로 조금 더 빨리 달려보고 싶다는 의지가 ‘XE 포트폴리오’의 운동신경에 그대로 전달된 움직임이다. 도로와의 뛰어난 접지력도 순간가속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XE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언덕에서 치고 올라가는 힘이다. 재규어 ‘XE 포트폴리오’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 위해 굳이 탄력을 받지 않더라도 평지에서 순간 속도를 내듯 거침없이 질주했다. 강화도로 이어지는 지방국도에서는 구부러진 길에서 좌우로 쏠리는 관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끄러운 코너링이 돋보였다.
[Life& car]재규어 XE 20d 포트폴리오... 잠자는 질주 본능을 깨우다
[Life& car]재규어 XE 20d 포트폴리오... 잠자는 질주 본능을 깨우다
‘가볍고 강하다’ 강력한 라인업 구성
재규어 XE 라인업은 알루미늄 일체형 차체를 채택해 역대 재규어 세단 중 가장 가볍고, 강성이 높다는 평가다. 공기저항계수도 재규어 모델 중 최저치를 자랑한다.

XE는 2.0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탑재한 ‘XE R-스포트(Sport)’, ‘XE 포트폴리오’, ‘XE 프레스티지’와 2.0리터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의 ‘XE 프레스티지’ 및 3.0리터 V6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모델 ‘XE S’로 구성된다. 동력은 8단 자동 변속기의 매끄러운 기어 변속을 통해 후륜으로 전달된다. 인제니움 엔진은 재규어 랜드로버가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엔진이다.

이와 관련, 2.0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탑재된 모델은 180마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136g/㎞에 불과하다. ‘XE S’는 재규어의 대표 스포츠카 ‘F타입’에도 탑재된 V6 엔진을 탑재해 340마력에 45.9㎏·m의 풍부한 토크를 보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도 단 5.1초면 된다. 2.0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프레스티지 모델은 중량이 138㎏에 불과하며 최고 출력 200마력, 최대 토크 28.6㎏·m로 7.7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재규어 XE는 최상의 주행 성능을 위해 차체 무게가 전후 50대50으로 배분됐다.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과 후륜 인테그럴 링크(integral link) 방식을 조합했다.

Jaguar XE 20d Portfolio
사이즈 4670×1850×1415mm
엔진 형식 I4 터보디젤
트랜스미션 형식 8단 자동
총 배기량 1999cc | 최고 출력 180hp/4000rpm
최대 토크 43.9kg·m/1750~2500rpm
복합연비 14.5km/ℓ
도심·고속도로 연비 12.6km/ℓ·17.6km/ℓ
CO₂ 배출량 136g/km
제로백(0 → 100km/h) 7.8초
가격 5450만 원(부가세 포함)



나원재 기자 nw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