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행복전도사 김덕기가 전하는 황금빛 여행 이야기
김덕기는 특별한 이야기꾼이다. 누구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금방 행복한 미소를 절로 짓게 된다. “어릴 적에 겨울 산길을 어머님과 함께 가다가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은 양지바른 곳을 지나게 됐는데, 잔디가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노랗게 빛을 냈고, 그 주위는 바람도 없이 아늑하고 따뜻했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이곳에서 잠시 앉아 쉬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햇살과 닮았음을 짐작하게 된다.

김덕기 작품의 큰 주제는 ‘행복’이다. 그렇다고 거창하거나 특별하진 않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포착한 것이어서 놀랍기도 하다. 즐거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친근한 행복, 그리고 때가 되면 밥을 먹듯 반복되는 일상 자체가 행복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김덕기 작가. 그래서일까. 현역 ‘젊은 중진작가’ 중에 아트페어나 옥션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캔버스 전체를 따뜻하게 데워서 그린 듯이 화면 전체에 감도는 남다른 온기는 보는 사람에겐 더없이 포근한 위안을 전하곤 한다.

김 작가의 작품이 얼마나 인기 있는가는 다양한 소장처와 아트 협업의 사례만 봐도 확인된다. 우선 작품을 소장한 곳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주상하이한국총영사관, 한국민속촌미술관, 송은문화재단, 현대중공업, 삼성노블카운티, 포스코, 블랙스톤골프클럽, 하나은행, 녹십자 등 국공립미술관은 물론 기업, 재단 등이 망라돼 있다. 물론 홍콩, 독일, 아부다비 등 해외 소장처 역시 다양하다. 또한 그의 작품은 비중 있고 인기 작가여야만 참여한다는 삼성리움미술관 아트 상품 론칭을 비롯해 삼성생명, 대신금융그룹, 우리은행, KT&G, ING생명, 매일유업, ISU그룹 등 다수의 기업 캘린더로도 제작됐다.
‘피렌체-아르노 강변의 여름’, 캔버스에 아크릴릭, 112×162cm, 2015년
‘피렌체-아르노 강변의 여름’, 캔버스에 아크릴릭, 112×162cm, 2015년
‘즐거운 울릉도-섬들과 등대가 보이는 바다 풍경’, 캔버스에 아크릴릭, 193.9×259cm, 2015년
‘즐거운 울릉도-섬들과 등대가 보이는 바다 풍경’, 캔버스에 아크릴릭, 193.9×259cm, 2015년
그뿐만이 아니다. 여러 문학작품에도 김덕기의 작품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정채봉 잠언집(샘터), 김용택 시집(마음산책), 이어령 산문집(문학사상사), 박완서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실천문학), 박완서 소설집 ‘기나긴 하루’(문학동네) 등이 대표적이다. 왜 이토록 김덕기의 작품을 많이 찾는 것일까? 누구나 잘 안다고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인지도와 선호도가 동시에 높다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다. 미술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에 인지도와 선호도 역시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김덕기의 작품은 대중의 인기와 시장의 선호를 동시에 받고 있는 셈이다.

“저에게 상실의 아픔은 큰 기억 중에 하나인데, 환한 날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아픈 상처는 사라집니다. 그림에 메시지를 넣고 싶다면 밝은 햇살과 희망의 환한 꽃들이 피어오르는 넣은 평야를 그리고 싶습니다. 그 사이를 달리는 희망을 가슴에 담고 사람들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림 앞에 서면 그 그림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을 관람객에게 들게 하고 싶은 게 작은 바람입니다. 잘 가꿔진 정원은 아니지만, 여주 제 작업실에도 작은 정원이 있고, 근처에는 사계절에 따라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아름답습니다. 주변을 바라보면 근심이 사라집니다. 특별한 주제의식보다 ‘자연스러움’에 관심을 더 갖게 됩니다.”

더없이 밝고 다양한 색채로 옮긴 일상의 친숙함은 김덕기 작품의 경쟁력이자 변별력을 키우는 무기다. 얼핏 엇비슷해 보이는 색감과 구성이지만, 김덕기의 작품은 크게 가족 시리즈와 여행 시리즈로 나눠볼 수 있다. 그중에서 가족의 일상을 옮긴 ‘가족-함께하는’ 시리즈는 단순화된 원색의 바탕에 작은 색점들이 하모니를 이뤄 완성된다. 마치 한국의 전통미를 담고 있는 오방색에 ‘색면의 율동감’을 더한 듯하다. 톡톡 튀는 특유의 현대적 리듬감에는 등장하는 가족들의 마음까지 표현하는 것처럼 경쾌하게 처리됐다. 볼수록 즐거워진다.

가족 시리즈 이외에도 최근에 선보인 일명 ‘여행 풍경’ 시리즈는 같은 색감이지만, 전혀 색다른 감성을 자극한다. 예를 들어 햇볕이 강렬한 유럽을 여행하며 포착한 풍경 그림은 생동감이 압권이다. 이 풍경 그림들의 공통점은 시원한 원근법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작품 ‘피렌체-아르노 강변의 여름’은 100호(112×162cm) 화면을 꽉 채운 앞쪽의 나무들과 원경의 풍성한 숲의 정경을 대조시켰다. 그 녹음 사이에 자리한 오색 건물들이 다시 강에 비치고, 그 아름다운 광경을 배경으로 한 가족이 길고 좁은 보트의 노를 젓는 모습은 ‘행복의 조정 레이스 그림엽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여행 풍경 시리즈나 가족 정원 시리즈 모두 ‘김덕기식 화면구성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전면에 한가득 꽃들이 만발한 꽃밭을 포진시킨다는 점이다. 이 거대한 꽃밭은 건물을 든든하게 받친 기단이나 다름없다. 이 꽃밭의 등장으로 인해 저 멀리 떨어진 형형색색의 점들도 틀림없이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는 매혹적인 꽃들일 것이란 믿음을 준다. 그래서 그 사이로 움직임을 가진 모든 것(가족 구성원, 강아지, 자동차 등) 역시 하염없이 넘치는 행복감에 젖어 있음을 확신하게 하는 것이다.

김 작가의 그림들을 잘 살펴보면 비록 채색 재료는 서양의 물감을 사용했지만, 그 근간은 지극히 한국화(혹은 동양화)적이란 점을 눈치 챌 수 있다. 실제로 그는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분석해보자면, 단순화된 색면으로 여백을 살린 가족 시리즈는 ‘관념산수’로 비유할 수 있고, 원근법을 적절하게 살린 여행 시리즈는 ‘실경산수’에 빗댈 수 있다. 그리고 풍경 속 인물을 아주 작게 표현했으면서도, 주변 풍경의 정황으로 그 인물들의 감정까지 엿보이게 처리한 것은 전통 산수화 특유의 ‘점경인물(點景人物)’ 표현기법이라 할 수 있겠다.

김 작가는 그림이 탄생하는 과정을 ‘농부의 농사짓기’에 비유하곤 한다. 마른 땅을 윤택하게 일구어 씨앗을 뿌리듯 그만의 ‘마음텃밭’에 생명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30호 땅에 혹은 100호 땅에 어떤 계절을 가져오고, 가족들에게 맞는 옷을 생각하며, 강아지들이 노닐도록 길을 내줍니다. 이렇게 마음속 구도가 정해지면 유년시절 친구들이랑 노닐던 아름다운 추억의 조각들을 온갖 색감으로 화면에 옮기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붓질 말고도 튜브물감을 직접 캔버스에 찍어 봄날 새싹이 올라오듯 생명의 환희를 표현합니다.”

이렇게 태어난 그의 그림은 더욱 싱싱한 생동감이 넘치게 된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김 작가는 “우리의 인생, 우리의 일상이 어떨 땐 의미가 없이 흐르는 것 같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면 정말 특별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라며 “그림을 통해 소소한 일상이라도 ‘황금빛처럼 아름답다’는 것을 전할 수 있는 작가이고 싶다”고 답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평범한 일상이다. 또한 그 소소한 일상 속에는 더없이 큰 행복의 무한에너지가 잠자고 있음을 일깨워주며, 행복전도사의 길을 걷고 있다.

마침 만물이 생동하는 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김덕기의 개인 작품전도 연이어 예정돼 있다. 4월에는 서울 갤러리조은, 5월엔 부산 소울아트스페이스, 5월 말경엔 여주박물관의 특별전까지 이어진다. 현재 작품 가격은 10호(53×45cm) 500만 원, 30호(90.9×72.7cm) 1200만 원, 50호(116.7×90.9cm) 1800만 원, 100호(130×162cm) 3200만 원 등이다.

김덕기(1969~) 작가는...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해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그동안 ‘행복한 가족의 일상’에 관한 주제로 서울, 부산, 제주 등에서 27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아부다비 아트페어, 한국 국제아트페어, 베이징 국제아트비엔날레,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등 다수의 국내외 주요 단체전에 초대 출품한 바 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주상하이한국총영사관, 송은문화재단, 현대예술관갤러리-현대중공업, 삼성노블 카운티, 동양엘리베이터, 경주교원나라호텔, 포스코, LG엘리시안컨트리클럽ㆍ블랙스톤골프클럽, 하나은행, 교보문고-대산문화재단, 한국은행, 로렌스 실러 컬렉션(미국), 디터 홀츠 컬렉션(독일), 제프 강 컬렉션(홍콩), 살라마 빈트 함단 알 나하얀 재단(아부다비) 등 여러 곳이다.

김윤섭은…
김윤섭은 미술평론가로서 명지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교보문고 교보아트스페이스 기획위원, 숙명여대 미술대학 겸임교수 및 서울시 공공미술
심의위원,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미술사 박사)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