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스킨십과 섹스를 잃어버린 부부
나이든 부부 중에는 각방을 쓰기도 하고, 애완동물에게 더 지극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부부 사이에 있어 스킨십과 섹스의 부재는 결속과 안정감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요? 각방 쓴 지 오래됐어요. 따로 방을 쓰니 코를 골아도 걱정 없고, 그전엔 상대가 뒤척일 때마다 잠에서 깨곤 했는데 얼마나 숙면하는지 몰라요.”, “따로 방을 쓰니 아침에 만나면 반갑던데.”

나이 50이 넘은 부부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각방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뭐 이 나이에 부부관계를, 그거 주책 아니에요?”라며 나이 들어서 부부간에 섹스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는 표정인 중년 여성도 적지 않다.

부부가 20, 30년을 같이 살면 더 이상 설레는 연인은 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늦게 다니고, 공부하는 아이가 있으면 엄마도 잠들지 못하는 사회적인 상황, 또 침실이 서로 가깝고 방음시설도 잘 안 돼 있어 섹스를 하기 어려운 주거 공간이 한 몫을 하기도 한다.

또 무엇보다 젊은 시절 즐거운 섹스의 경험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여자는 남자 하기에 달렸다는 옛말도 있지만, 실제로 섹스에 있어서도 더욱 그러하다. 멋진 섹스, 만족스러운 섹스는 다음 섹스를 부르는 전주곡이고, 가장 강력한 전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섹스의 첫 경험을 노련하고 배려 있는, 그래서 여자가 원하는 애무를 잘하는 남자와 가진 여자는 섹스가 얼마나 관계의 친밀감을 높이는지, 그 감각이 얼마나 좋은지 안다. 하지만 좋은 섹스를 경험하지 못한 여자에게는 오르가슴은 말할 것도 없고, 섹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무이고 봉사였기 때문에 나이가 들고 폐경이 되면서 몸의 변화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섹스를 버린다.

애완동물에게 뺏긴 부부간 스킨십
여자는 초경이 시작되고 400~450번 정도의 월경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생식을 할 수 없게 완경(폐경)이 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거의 바닥을 치기 때문에 몸도 건조해지고, 체액도 마르며, 눈도, 입도, 질도 건조해져서는 충분한 애무가 있더라도 때로는 삽입에서 통증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남자도 마찬가지로 성욕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고 에스트로겐 분비도 적어지기 때문에 성욕도 줄어드는 경우가 꽤 있다. 이렇게 섹스가 없어지는 것은 여자나 남자나 모두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남자의 섹스도 늘 아내에게 일방적인 서비스만 해야 하고, 아내는 여왕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서 신음소리 같은 리액션도 없어서 망부석하고 하는 것 같은 섹스를 해야 한다거나, 아내는 남편을 전혀 만져주지도 않고 언제나 남편이 요구하고, 리드해야 마지못해 따라오는 섹스를 경험한 남자 역시 나이가 들면 섹스를 쉽게 포기한다.

게다가 남자 역시 갱년기를 거치면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성욕도 안 생기고, 너무나 익숙하기만 한 아내에게 흥분도 잘 안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되면 발기도 잘 안 되고, 사정에도 문제가 생기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와 섹스를 하기보다 자극이 강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포르노에 의존해 자신의 성생활을 해결하는 남편도 많아지고, 여전히 안마방이나 성매매업소를 찾거나 다른 여자와 외도를 시작하는 남편들도 많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런 남자의 성 일탈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얼마나 잘 돼 있는가. 편하다며 각방을 쓰고 남편과의 섹스를 거부하는 것은 남편을 밖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얼마 전 60대 중년 부인을 만났는데, 자기네 역시 각방을 쓴 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각방을 쓰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점점 사소한 스킨십도 없어지고 서로에게 무심하게 되더라고 했다. 그래서 짐짓 외롭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고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면 요즘 남편과 둘이 사는 나이든 부부들 중에는 아내가 애완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남편에게보다 더 지극한 애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이사 갈 때 아내가 기르는 애완동물을 꼭 안고 서 있으라는 농담이 나왔을까. 예쁜 옷을 입히고, 신발도 신기고, 마치 움직이는 핸드백처럼 강아지를 늘 안고 다니며, 자식처럼 부른다. 애완동물에게 뽀뽀하고, 안고, 쓰다듬고, 스킨십을 퍼붓는 것이다. 그러면 강아지나 고양이 역시 주인에게 입 맞추고, 몸을 비비고, 핥아 대며 뜨거운 애정을 표현한다.

그래도 뭔가 쓸쓸함이 해소되지 않으면 마사지 숍에 간다. 시작은 몸이 찌뿌둥해서지만, 사실 사람의 손길이 주는 위안 때문이다. 요즘은 음양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서라며 여자는 남자에게 남자는 여자에게 마사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마사지를 통해 몸도 마음도 풀어진다.
어떻든 마사지는 몸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위안한다. 스킨십이란 그런 것이다.

또 실제로 몸이 찌뿌둥하고, 어딘가 근육이 뭉친 것처럼 편치 않은 것은 섹스의 부족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섹스를 멋지게 하고 나면 혈액순환이 잘 되기 때문에 몸의 뭉침도 풀린다. 머리나 몸이 무거울 때 멋진 섹스를 하고 푹 자고 나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섹스를 하고 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해결되고, 상대와의 관계에서 결속과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얼굴이 빛나고 웃음이 돈다.

필자는 가끔 강의를 하다가 교육생들을 둘러보면서 “전 누가 섹스를 잘 하고 안 하는지 얼굴만 보면 다 알아요”라고 장난을 치는데 이것은 농담이 아니고 사실이다. 부부간에 섹스를 규칙적으로, 즐겁게 잘 하고 있는 사람은 얼굴이 환하고 빛이 난다. 그리고 잘 웃는다. 또 상대의 감정과 상태에 훨씬 민감해진다.

이제까지 각방을 쓰는 부부였다면 오늘부터라도 함께 주무시기를, 서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붙어서 잠을 자기를, 안고 자기 힘들다면 손이라도 잡고 자기를. 그래서 애완동물에게 빼앗긴 스킨십의 권리를 되찾아 배우자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강권해본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