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토마스 살로몬 이브살로몬 제너럴 매니저

“젊고 세련된 이미지 전략 통했죠”
모피는 럭셔리 패션의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점에서 106년간 세계 최정상을 유지해 온 브랜드 ‘이브살로몬’의 4세 경영인인 토마스 살로몬(36) 제너럴 매니저가 한국을 방문했다. 이브살로몬은 최근 아시아 최초로 국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단독 매장을 냈다. 살로몬 제너럴 매니저를 만나 한국 진출 배경과 마케팅 전략 등을 들었다.


모피와 스포츠카는 여러모로 닮았다. 럭셔리의 상징이자 오랜 역사를 지녔다. 그 역사의 흐름에서 고유의 클래식함은 간직하되 끊임없이 혁신을 거쳐 온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동경의 시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스포츠카의 비극’이라는 말처럼 스포츠카를 동경하는 젊은이들은 많지만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정말 스포츠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면 사회적 지위에 맞춰 스포츠카보다는 럭셔리 세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피는 다르다. 모피는 중년에 더 그 고고한 미를 표현할 수 있는 ‘타임리스’ 아이템인 동시에 세대를 불문한 ‘동경의 대상’이다.

106년간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모피 패션을 이끌어 온 ‘이브살로몬’을 향해 패션 명사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그 점과 맞닿아 있다. 이브살로몬은 토마스 살로몬 제너럴 매니저의 증조할아버지인 1세대 ‘그레고리 살로몬’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1920년대 러시아 정부와 공조해 모피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이후 1960년부터 그의 아들 ‘보리스 살로몬’이 바통을 이어받아 모피 무역을 시작했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모피 시장의 부흥을 이끌었다.


그리고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이브 살로몬이 1972년부터 본격적으로 모피의류 브랜드인 ‘이브살로몬’을 내걸고 3대째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그는 수십 년 동안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모피 시장을 이끌어 왔다. 이제는 그의 아들 토마스 살로몬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토마스 살로몬은 선조들의 발자취에 역동적이고 독창적인 브랜드의 깊이를 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 걸쳐 대부분 백화점 내 멀티숍에 한정됐던 고객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브랜드 리테일(유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올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단독 매장을 개설했다. 본격적인 모피 시즌에 앞서 지난 5월 이브살로몬 2016 가을·겨울 프리뷰 행사에 참여한 토마스 살로몬 제너럴 매니저의 몸짓과 말투 하나하나에도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오롯이 배어 있었다. 인터뷰 내내 ‘혁신’이라는 단어를 누누이 강조할 정도로 차세대 리더로서 새로운 목표와 지향점이 뚜렷했다. 현재 그는 이브살로몬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및 판매, 유통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가요.

“5년 전부터 한국을 종종 방문했습니다. 이번이 아마 10번째일 겁니다. 서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죠. 젊음과 에너지가 가득한 곳이잖아요. 특히, 제게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실제로, 몇 해 전부터 한국에서 저희 브랜드가 큰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는 컬렉션을 좀 더 젊고, 세련된 방향으로 바꿨는데 그 점이 한국 시장에 적중했고, 시장도 확장됐습니다.”


적극적으로 유통 경로를 확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조들은 각 세대마다 뚜렷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저희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모피 사업을 창립해 확장했고, 아버지는 ‘이브살로몬’이란 고유 브랜드를 구축하셨죠. 제 세대에서는 리테일(유통) 확장과 국제적 브랜드로서 퍼져 나가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와 영국, 스위스 등은 물론, 지난해에는 모스코바를 포함해 뉴욕 메디슨 애비뉴(790 Madison Avenue)에도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미래를 대비(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나라에 저희 브랜드를 알리고자 합니다.”


그간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성과는 좋죠. (하하) 저희는 다양한 브랜드와 시장을 가지고 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매 시즌마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컬렉션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15명의 연구조사팀이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발굴함으로써 고객들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아시아 최초로 이브살로몬 브랜드 매장을 론칭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혹시 배우 전지현의 영향도 있었나요.

“배우 전지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물론, 그녀가 TV 드라마 속에서 입은 ‘모피 파카’가 화제였다는 것은 들었습니다. 사실, 그 제품은 타사 제품이지만 그녀가 입은 ‘파카’의 원형을 만든 것이 저희 ‘이브살로몬’이죠.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일부 잘못된 정보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아시아에서 첫 정식 매장으로 한국을 선정한 이유는 아시아가 패션계의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고, 그 중심에 있는 한국 고객들의 선택이 좀 더 세련되고, 감각적이기 때문입니다.”


“젊고 세련된 이미지 전략 통했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한 이브살로몬 매장

이브살로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매력은 저희 제품이 굉장히 특별하다(particular)는 겁니다. 제가 말하는 특별함이란, 저희는 매 시즌마다 결코 같은 디자인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죠. 6개월마다 저희가 갖고 있는 브랜드 라인마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죠. 그 점이 저희가 특별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하나의 이브살로몬이 탄생하기 위한 전 과정을 통제합니다. 모피를 얻기 위해 제작, 유통까지 관리하죠. 가령, 모피가 어디서 왔고, 어떤 모피가 최상의 질을 지녔는지, 어떤 공장을 거치고, 어떻게 제품이 생산되고, 어느 매장에 입점되는지 모든 스펙트럼을 관리 및 관여하고 있습니다.”


올겨울 한국에 선보이는 이브살로몬 컬렉션의 특징을 설명해주세요.

“매장에 진열된 상품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장 큰 특징은 인타시어 기법(intarsia: 바탕색으로 짠 편직물 속에 다른 색으로 짠 무늬를 끼워 넣은 것처럼 짜 맞추는 방식)을 적용해 감각적인 무늬를 만들어냈다는 것, 서로 다른 종류의 털을 함께 믹스한 제품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재 전 세계 모피 패션 트렌드는 어떤가요.

“최근 패션 트렌드는 럭셔리와 스트리트 패션이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인타시어를 활용한 이유도 보다 젊은 스트리트 패션의 감각이 묻어나기 때문이죠. 이러한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아울러, 현재 전 세계 모피 트렌드도 갈수록 젊어지고 있습니다. 가령, 펜디(Fendi)도 이미 저희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한층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고 나섰습니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합니다. 그들이 미래의 주 고객이기 때문이죠. 이브살로몬은 다양한 라인을 통해 이런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트렌디한 라인인 아미(Army)는 물론이고, 특히 메테오(Meteo)는 더욱 섬세하고 젊은 감각에 맞춰져 있죠. 이 밖에도 남성을 위한 옴므(homme)와 액세서리는 물론 키즈 라인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역사가 100년을 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의 안정적인 가업승계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국에서도 가족기업 승계가 많다고 들었어요. 물론 차이도 있겠죠. 자식들 간 분쟁도 있을 테고 말이죠. 다행히 저는 외동아들이네요. (하하) 농담입니다. 제 생각에 이브살로몬의 성공 비결은 ‘젊음을 유지’하는 경영 방침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의 평균 나이가 불과 38세밖에 되지 않아요. 이들이 체계적으로 실무를 쌓고 배우는 과정에서 성공적인 세대 이전(승계)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 가족들 중 누구도 제게 회사 승계와 관련해서 강요한 적이 없어요. 그저 어릴 때부터 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많은 이야기(조언)를 듣고 배우는 과정에서 제 스스로 가업승계를 결심하고 준비하게 됐죠. 특히, 저희 아버지는 제가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한 순간부터 회사 경영과 관련해 많은 부분을 제게 넘겨주셨어요. 그 덕에 저 역시 진심으로 회사 일에 매진하게 됐죠.”

“젊고 세련된 이미지 전략 통했죠”

사람들이 모피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고, 이와는 반대로 모피 사업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모피만큼 럭셔리하면서 동시에 피부로 직접 재료 본질적 감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소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모피가 단지 겨울에만 입는 옷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가볍고, 멋스럽게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모피 의상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존중합니다. 다만, 종종 일부 환경단체에서 모피 의류와 관련해 무조건 ‘잔인하다’, ‘환경을 거스른다’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편견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무분별한 생산 과정이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저희 스스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사업 계획과 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한국은 물론, 다양한 나라에 ‘이브살로몬’을 더욱 알리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저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이브살로몬을 생각했을 때 모피 의상뿐만 아니라 속옷부터 액세서리, 신발까지 전체 룩을 똑같이 따라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시즌에 스니커즈도 선보였고요. 계속해서 젊은 감각을 입힌 토털 의류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김수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