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내 마음에 자유를 선물하는 멘탈 바캉스
마음 힐링에 관련한 서적이 가득하다. 다양한 자기만의 마음 관리 비법을 담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읽을 때는 당장 내 마음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적용하려고 하면 쉽지가 않다. 실패가 반복되면 ‘난 안 돼’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자존감마저 떨어지게 된다.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마음만 상하기 쉽다.

마음 힐링, 마음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마음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아내는 남편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열 받는다고 한다. “여보, 마음 편히 먹고 자봐요.” 남편 입장에서 약 올리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다. 걱정하는 마음에 한 이야기인데 아내가 버럭 화를 내기까지 하니 남편도 당황스럽다. 남편이 좋은 뜻으로 한 이야기지만 마음을 편히 먹어보란 말은 틀린 말이다. 마음은 자신의 생각, 즉 논리적 언어로 잘 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잠을 아무리 자려고 해도 오지 않는 사람한테 마음을 편히 먹도록 노력해보라고 하니 짜증이 나는 것이다.

‘왜 마음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을까?’ 마음이란 컴퓨터가 쓰는 언어가 한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뭐 먹을까’, ‘무슨 영화 볼까’ 등과 같은 결정들은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다. 논리적 사고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 반응 같은 마음 컴퓨터의 영역은 논리적 사고로 잘 조정하기가 어렵다. ‘오늘 마음이 울적한데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해볼까’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행복을 논리적으로 마음먹는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행복이란 감정이 따라오지는 않는다. 업무 보고를 앞두고 불안감이 있을 때 불안해하지 말자고 마음먹는다고 즉각 불안이 없어지지 않는 것도 같은 경우다. 오히려 불안을 누를수록 더 마음이 불안해지는 경우마저 있다.

우리 뇌가 정확히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앞에 예를 든 것처럼 논리적 언어로 통제되는 논리 컴퓨터가 한 반쯤 차지하고 있다면 나머지 반은 내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마음 컴퓨터가 나머지 뇌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마음 컴퓨터가 쓰는 언어는 한글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어, 일어도 아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징과 은유가 가득 찬 언어를 사용한다. 아니 내 뇌에 그런 것이 정말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마음 컴퓨터가 살짝 자기 언어를 보여줄 때가 있는데, 바로 꿈이다. 꿈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해가 어렵다. 사실 꿈이 이해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매우 이상한 일이다. 꿈이란 영화는 외부에서 만들어져 유입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 컴퓨터 안에 있는 영화제작소에서 자기가 만든 영화다. 그런데 자신이 만든 영화를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셈이다. 우리 마음 안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예술영화를 만드는 감독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어려운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이 마음이다 보니 생각으로 마음을 조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마음 관리는 생각으로 마음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심리서만 잔뜩 읽다 보면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해질 수도 있다. 마음을 조정할 전략을 논리 컴퓨터에 가득 넣다 보니 마음에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고 잔소리를 싫어하는 마음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마음 관리는 마음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란 친구와 잘 지내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한글을 쓰지 않다 보니 좋아한다고 말을 해도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래서 마음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마음이 좋아하는 일들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잘 대접받고 있다고 느끼고 그 보답으로 행복감과 긍정성을 되돌려준다.

사람·자연·문화의 촉촉한 만남

바캉스 시즌이 찾아 왔다. 바캉스의 라틴어 어원이 자유로워짐이다. 마음에 자유로움을 주는 것이 바캉스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우리 마음은 어떨 때 자유로움을 느낄까? 자유로워지자고 말로 다짐한다고 자유가 찾아오지는 않는다. 무작정 멀리 여행을 간다고 해서 자유로움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뇌가 일로 지쳤을 때 너무 멀리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오히려 뇌가 더 지칠 수 있고 자유가 아닌 답답함만 느껴질 수 있다.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란 독특한 여행 에세이가 있다. 그냥 파리의 느낌을 적은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파리에서 거주한, 한국 미술계의 아방가르드와 추상미술의 선두주자인 김환기(1913~1974년) 화백 부부의 삶의 흔적을 작가가 감성적으로 담은 글이다. 파리의 과거와 미래가 있고, 김환기 화백 부부의 러브 스토리가 있으며, 또 남겨 놓은 상징으로 예술 작품이 있다. 읽기만 했는데 오히려 직접 파리 여행을 했을 때보다 더 마음에 촉촉한 따뜻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마음이 좋아하는 것이 사람, 자연, 그리고 문화와의 교감이다. 생존을 위해 열심히 뛰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그 교감이 이루어질 때 우리 마음은 이완이 되며 깊은 자유를 느낀다. 마음에 자유를 가져다줄 사람, 자연, 그리고 문화와의 촉촉한 만남을 올여름 바캉스 계획에 살포시 얹었으면 한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