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결정장애를 극복하는 비결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결정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직감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직감은 내 삶의 경험이 데이터베이스로 농축돼 나오는 빠른 결정 과정이다. 즉, 논리적 분석을 거치지 않고 일어나는 빠른 결정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프로 골프선수가 샷을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 증상이 생겨 스윙을 하지 못하고 저하게 되는 현상을 보일 때 입스(Yips) 증후군이 의심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비즈니스맨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과감한 결정으로 멋지게 회사를 키운 경험 많은 최고경영자(CEO)가 갑자기 아무 결정도 못 내리겠다고 한다. 이를 ‘경영 입스(Executive Yips)’라고 부른다. 회사의 규모가 작았을 때는 느낌에 따라 과감한 결정을 내렸던 CEO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결정에 따른 위험도도 커지니 결정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정에 있어 완벽을 추구하고 위험을 최소하기 위해 객관적 분석 자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쉬운데 이것이 직감에 의한 결정력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

결정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직감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직감은 내 삶의 경험이 데이터베이스로 농축돼 나오는 빠른 결정 과정이다. 직감을 많이 활용하는 사람도 있고, 직감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생각해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논리적 판단이 더 정확할 것 같지만 의외로 직감에 따른 결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큰 기업을 이룬 창업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주변 참모는 다 반대하지만, 자신의 직관에 따라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그것이 대박이 나서 회사가 크게 성장하는 것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직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리 뇌는 새로운 사건, 선택, 그리고 사람을 만났을 때 경험하게 되는 중요한 느낌들을 경험한 사건 기록과 함께 붙여 기억저장장치에 저장한다. 예를 들어 A를 만났다면 A를 만난 기억과 그 느낌을 함께 붙여 기억하는 것이다. 그런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게 되면 논리적 분석 이전에 자동으로 직감이 만들어진다.

사람을 보았을 때 정보를 얻기도 전에 왠지 저런 스타일의 사람이랑은 같이 일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느낌이 찾아오는 것이다. 직감은 논리적 분석을 거치지 않고 일어나는 빠른 결정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직감적 결정이 없으면 생존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우리 삶엔 적지 않다. 그런 필요에 의해 직감적 결정 시스템이 발달된 것이다.

현대 사회는 직감보단 객관적인 데이터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직관만 믿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직관도 내 마음속 데이터베이스에서 만들어지는 소중한 정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계속 영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 그 직감적 느낌을 너무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무작정 그 느낌을 따를 필요도 없지만 의사결정의 중요한 한 정보로서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찬찬히 내 마음을 살펴볼 필요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직관적인 판단이 중요한 바둑에서 알파고가 처음 3연승을 할 때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 충격이 컸다. 대국 전에는 거의 대부분이 이세돌 9단, 즉 사람의 완승을 예측했다. 알파고가 이길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질 분위기였다. 그러나 막상 바둑이 시작되니 예상은 빗나갔다.

인간이 이겨야 한다는 기대심리가 크다 보니 전문가들조차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이 이겨야 한다는 기대심리가 컸다는 것은 그만큼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우리에게 있다는 반증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다 아는 <터미네이터>라는 영화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계가 인간을 공격하고 지배하려고 한다. <매트릭스>라는 영화에서는 아예 기계가 사람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신경망에 환상을 불어넣어 꿈을 꾸고 있는 세상을 현실인양 착각하게 한다.

끝없는 욕망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이런 영화적 공포보다 실질적으로 우릴 불편하게 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그 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다 빼앗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보면서 이미 로봇이 수술을 도와주고 외과 영역에서 수술을 스스로 척척 해내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외과의사 로봇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정신과학 영역도 힐링 컴퓨터가 대신해 사람들을 치료하지 않을까 하는 공상에 불안한 마음도 생겼다.

사실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에 사람이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로는 사람의 끝없는 욕망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삶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는 상식적 믿음이 있다면 과도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것은 없다. 그러나 이 기술이 소수를 위한 부의 축적과 통제력 강화의 도구로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인공지능이 이 글을 무겁게 끌고 간 듯하다. 가을이 시작됐다. 오늘은 알파고 친구들인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잠시 이별하고 가을 하늘에 비추어진 내 마음의 느낌들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