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은 밤에 잠을 자고 싶지만 잠이 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 질환은 성인 3명 중 1명꼴로 경험하고 10명 중 1명은 만성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하루 이틀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해서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일시적인 불면증은 3개월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치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월 이후에도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
암흑의 공포, 중년의 불면증
최근 불면증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불면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32만5000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45만6000명으로 40.19%포인트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약 115만 명(59.36%)으로 남성의 약 78만8000명(40.64%)보다 1.5배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약 40만7000명으로 전체의 21.0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70대 18.41%(약 35만7000명), 60대 17.53%(약 34만 명)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노인에게서 불면증 진료가 많은 것은 수면제 과다 복용이나 잘못된 병용 요법이 원인이었다.

수면의 질, 뇌 건강과 신체 활동에 중요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몸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먼저 뇌는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에 수집한 많은 양의 정보를 정리한다. 따라서 밤을 새서 공부하는 것보다 적당한 수면을 취해주는 게 오히려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 또 뇌세포가 활동을 시작해 뇌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처리하고 두뇌의 호르몬, 효소, 단백질 등이 균형을 이루도록 조정한다.

뇌 건강을 위해 수면은 필수적인 것이다. 불면증은 증상에 따라 잠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입면장애’, 잠을 자면서 자주 깨어나는 ‘수면유지장애’,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이면서 잠을 한 번 깨면 다시 자기 어려운 ‘조기각성’으로 나눌 수 있다. 불면증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우리 몸의 교감신경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능을 한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심장박동 수와 혈압이 상승하고, 위장운동이 저하되는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심장박동 저하와 소화기관의 운동을 증가시키는 기능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이 저하된다. 따라서 몸이 흥분된 상태가 되므로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 증상을 들 수 있다. 코골이는 수면 중 목젖 뒷부분의 기도가 좁아져서 공기가 그 사이를 지날 때 점막이 떨려 생기는 현상이다. 코골이가 심한 경우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해 수면 중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특히 장시간 수면무호흡 증상이 이어지면 심장질환, 뇌경색,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정신과 질환들의 증상이 있어도 불면증이 발생한다. 불면증 환자의 약 35% 정도가 정신과 질환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러 정신과 질환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릴 수도 있고 불면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불안증, 우울증이 심해지거나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밖에 잠들기 전 스마트폰, 태블릿, 랩톱, 전등 등에서 나오는 불빛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시켜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면증, 수면제 외에 최신 치료법도 등장
원인이 분명한 불면증은 치료를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불면증의 원인이라면 체중을 줄이거나 자세를 교정하는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기도가 많이 좁아진 경우에는 이비인후과에서 코골이 수술을 하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시적인 불면증의 경우에는 적절한 수면제나 수면유도제의 사용이 도움이 된다.

또한 정신질환 증상으로 나타나는 불면증의 경우에도 수면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우울증 초기에 수면작용이 있는 항우울제를 처방해 충분한 잠을 유도하면 우울증이 호전되는 효과가 있기도 하다. 물론 이 방법은 불면증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한시적이다.

특히 무분별한 수면제 복용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평소 커피를 즐기고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의 경우 술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아침에 가슴 떨림, 급작스런 불안, 순간적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수면 위생환경·수면 방법의 교육과 관련 있는 인지행동 치료, 불안과 우울감으로 인해 불규칙해진 수면뇌파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뇌파훈련 치료, 뇌를 자극하는 자기장을 두뇌로 전달해 뇌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 등 새롭고 다양한 치료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수면장애 인지행동 치료는 수면장애 치료의 첫 단계로 수면 리듬 파악, 수면 생활 계획, 수면 제한 요법, 자극 조절 치료, 이완 훈련, 수면 위생법 교육 등을 통해 환자의 행동 및 주변 환경을 개선한다. 이 치료로 환자 스스로 자신의 수면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한다.

수면 중에 나타나는 빠른 뇌파가 지나치게 각성돼 있는 상태가 불면증의 원인이라면, 뇌파훈련 치료를 해볼 수 있다. 이 치료는 실시간으로 자신의 뇌파를 모니터링해 적정 범위에서 벗어난 뇌파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훈련시킨다.

환자의 머리에 뇌파전극을 붙여 통증이나 자극이 없어 부작용 없이 받을 수 있다.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자기장을 두뇌로 전달해 뇌신경세포를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약물 치료나 정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불면증이나 우울증, 두뇌기능장애 등에 시행되고 있다.
암흑의 공포, 중년의 불면증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