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윤 카페 오가다 대표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바야흐로 커피의 시대다. 하지만 7년 전 한 청년사업가는 과감히 커피 대신 차, 그것도 우리나라 전통 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언젠가 커피 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확신과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도전한 것. 그렇게 7년 만에 서울 시청의 한 작은 전통 차 카페는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가맹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최승윤(33) 카페 오가다 대표와 만나 현재 전통 차 시장의 현황과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잠자던 전통 차 시장을 깨우다
누군가 천재는 ‘비이성적인 것을 이성적인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때론 훌륭한 리더의 자질이 되기도 한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숨은 1인치를 찾아내는 리더의 안목과 판단력, 그리고 과감한 추진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최승윤 카페 오가다 대표는 이 리더의 자질을 갖춘 오너 최고경영자(CEO)이자 꿈과 낭만도 많은 청년이었다.

사실 최 대표가 처음 전통 차 시장에 뛰어들었던 2009년만 해도 차 시장은 여전히 고루한 영역에 불과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커피를 대체할 만한 다양한 음료들이 반짝 인기를 얻긴 했지만, 이내 시들해졌다. 누구나 커피, 그 이후의 시장을 모색했지만 선뜻 이렇다 할 메가트렌드를 내놓지 못했다.

이때 최 대표는 과감히 차, 그것도 한국 전통 차 시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다만, 기존의 고루한 느낌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세계 최초 한방차 ‘카페’였고, 메뉴에도 참신성을 더했다. 이때부터 그는 시장 개척에 나섰다.

최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부모님을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되길 원하는 부모님에게 사업 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구직자로서 경험을 하기 위해 여러 대기업에 입사 지원도 했다. 삼성과 LG그룹 계열사엔 최종 합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삶보다는 자신이 정말 가슴 뛰게 하고 싶은 일, 거기에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그의 결심을 꺾진 못했다.

결국 그는 2009년 7월 서울 무교동에 7m² 규모의 한방찻집을 냈다. 이렇다 할 미디어 광고도 하지 않았다. 철저히 입소문으로 퍼진 이 카페는 7년 뒤인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만 150여 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2012년부터는 일본을 시작으로 중동 10개국에서 마스터 프랜차이즈(MFA, 직영사업권) 계약을 했으며, 대만, 미국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최 대표의 야무진 포부는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스타벅스도 최근 차 시장에 적극 나섰습니다. 사업 초기 이런 트렌드를 예상했나요.
“대학교 시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로고(CI)를 제작·컨설팅해주는 사업을 했습니다. 큰 규모의 사업은 아니었지만 가까이서 산업 면면을 들여다보니 사업의 성패는 결국 넥스트(향후) 시장을 예측하는 거였죠.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더라고요.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업을 하면서 항상 다음엔 어떤 시장이 올지 고민을 많이 해봤어요. 가령, 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선 1998년만 해도 지금의 커피 소비는 상상하지 못했죠. 하지만 이후 국내에서도 식사 이후 식사 가격만큼의 돈을 지출하는 카페 문화가 자리 잡히기 시작했고, 커피와 함께 곁들이는 와플, 케이크, 도넛 시장까지 확산됐습니다. 그 속에서 스무디, 버블티 등 비커피 시장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요.

저는 그 이후의 식음료 시장을 생각했어요. 단순히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메가트렌드를 구축할 거리를 고민하던 끝에 전통 차를 선택했죠. 우리나라는 다양한 식재료를 찻잔에 우려내는 독특한 차 문화가 발달했어요. 차 한 잔에도 건강한 식문화가 녹아 있는 셈이죠. 이건 다른 문화권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우리나라 고유의 아이덴티티이자, 향후 커피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던 분들은 많았을 겁니다. 다만, 제가 남들보다 조금 더 먼저, 용기를 내서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 뿐이죠. 운도 꽤 작용된 것 같아요.(웃음)”

사업 초기엔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요.
“지금은 스타벅스의 티바나를 필두로 차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제가 처음 전통 차 카페를 낸 2009년만 해도 국내 차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혈혈단신으로 뛰어다녔어요. 무엇보다 당시만 해도 전통 차라고 하면 여전히 고루한 느낌이 강해, 식음료 소비가 가장 큰 2040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음료로 인식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희가 처음 오가다 1호점을 냈을 때만 해도 세계 최초 ‘한방차 테이크아웃 카페’라는 키워드를 굉장히 강조했어요. 화제성에서 눈길을 끌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죠. 하지만 한방차라는 이미지만으로는 젊은 소비자들의 일상 속 음료로 자리매김하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초기에는 그 이미지를 젊은 감각에 맞춰 재해석하고 변모시키는 데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가령 어떤 노력들이 있었을까요.
“카페를 소개하는 주요 키워드부터 변경했습니다. 과거에는 ‘한방차’를 앞세웠다면 2014년부터 ‘코리안 블렌딩티’로 저희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죠. 앞서 말씀드렸듯 저희가 타깃으로 하는 젊은 층에게 한방차 전문점은 거부감이 컸거든요. 그래서 키워드를 변경했더니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 종류의 매출 점유율이 굉장히 늘었어요.

덩달아 대중적인 차 재료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가령, 배도라지 블렌딩, 모과유자 블렌딩, 매실레몬 블렌딩 등 누구나 재료의 맛이 예상되고 평상시에도 익숙하게 즐겨 온 것들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어요. 여기에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데커레이션에도 더욱 신경을 썼어요. 처음엔 좀 고전했지만 다양한 연구와 시도 끝에 단아하면서도 트렌디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실패한 메뉴는 없나요.
“제가 유독 애착을 갖는 메뉴들 중 소비자들에겐 큰 사랑을 받지 못한 것들도 더러 있죠. 대표적인 것이 사삼황기산약차예요. 사삼과 황기, 산약을 2대3대1 비율로 블렌딩해 만든 차인데 흡연자나 기관지가 약한 분들에겐 정말 보약이죠. 실제로 제품을 함께 연구한 한의사들도 이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차거든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보면 호불호가 크게 갈렸어요. 너무 차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진 못했죠. 맛이 좀 쓰기도 한데 너무 제 입맛에만 맞춘 패착도 있어요. 심지어 사업 초기엔 메주콩스무디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소비자들에겐 꽤 하드코어였던 시도 같아요.(웃음)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땐 저도 모르는 새 약간의 오만도 있었다고 봐요. ‘이렇게 몸에 좋은 걸 파는데 왜 안 마실까’란 오만한 생각이요. 그러나 결국 저희 음료를 마시는 건 소비자들이잖아요. 제 입맛보다는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것을 더 고민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오미자, 수정과, 식혜부터 시작한 뒤 점차 십전대보탕 등 쓴 한방차까지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잠자던 전통 차 시장을 깨우다

어린 나이에 CEO가 된 만큼 금수저일 것 같은데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평생 월급쟁이였던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의 따뜻한 애정 속에서 자랐죠. 두 분 모두 그저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항상 존중해주셨어요. 하지만 제가 처음 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적잖이 반대도 하셨어요. 이제 갓 스물일곱 살 된 아들이 험난한 사업가의 길에 나선다는 것이 걱정됐던 거죠. 이 때문에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집에서 직접 사업발표를 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전 이것을 해야 행복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제 진심을 받아주시고 그때부터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셨어요. 초기 자본 1억 원 중 절반은 제가 대학교와 군 장교 시절 모은 돈으로 충당했고, 나머지 5000만 원을 도와주셨어요. 그 외에 평소에도 가족에게 한방차를 즐겨 끓여주신 어머님은 제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을 주셨죠.”

해외시장 진출은 어떤가요.
“오가다 카페 1호점을 열 때 가게 문에 ‘스타벅스를 능가하겠다’고 썼어요. 그만큼 저는 처음부터 전통 차를 글로벌 시장에도 알리고 싶었거든요.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현재 해외에서도 저희 카페를 찾는 바이어들이 늘고 있어요. 시기적으로 운도 좋았죠. 특히, 최근 몇 년 새 한류를 통한 한식의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외국에서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한국적인 식음료 브랜드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희 브랜드가 더 주목을 받게 된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2012년 일본 신주쿠점을 시작으로 일본에만 3개 지점을 오픈한 이후, 미국과 대만, 중국, 중동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가맹점 문의 등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요.
“오가다는 스포츠 게임으로 치면 볼링이 아니라 야구나 축구라고 생각해요. 볼링은 신이 와서 게임을 해도 300점을 넘을 수 없잖아요. 이와 달리, 야구나 축구는 능력에 따라 무한대로 점수를 낼 수 있는 게임이죠. 저는 오가다가 야구나 축구처럼 한계가 없는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오프라인 위주의 프랜차이즈로 카페 형태로 출점하고 있지만 이걸 더 공고히 하면 ‘차 하면 오가다’라는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를 토대로 대형마트나 편의점와 협업해 저희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목표예요. 이후에는 차 외에도 의식주 전반에 걸쳐 오가다만의 색채를 녹여내고 싶습니다.”

최승윤 대표는…
고려대 졸업. 2009년
7월~ 오가다 대표이사. 2013년 서울중소기업인대회 중소기업청 기업인상. 2011년 한국프랜차이즈대상 신생 브랜드 부문. 2016년 상반기까지 국내 150호점 개점. 2012~2014년 일본 신주쿠점·요코하마점·나고야점 등 3개점 오픈. 2014년 10월 중동 10개국과 MFA 계약. 2017년 로스앤젤레스(LA) 2호점 오픈 예정.

글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