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올해는 특히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날씨 애플리케이션에서 노란색 글씨로 ‘나쁨’이라고 표시되는 날이 많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전국 실시간 대기오염도 공개 홈페이지 (www.airkorea.or.kr)에 따르면 올해 가장 입자의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일명 초미세먼지)인 PM 2.5(2.5㎛ 이하)에 대한 주의보가 4월 첫째 주까지 총 86회나 발령됐다. 과연 초미세먼지는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세먼지와 협심증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먼지를 말한다. 크기를 비교해 보면 머리카락이 평균 50~70마이크로미터이므로 30배가량 작은 것이다. 이처럼 작은 초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기관지를 지나 폐포에 가장 많이 침착돼 호흡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호흡 기능이 약한 영유아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경우에 황사나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초미세먼지가 코나 입을 거쳐 폐로 유입되면 심한 감기나 후두염, 천식 등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킨다. 천식 환자는 황사나 미세먼지 물질을 흡입하면 기관지가 수축해 발작 횟수가 증가할 수도 있고, 황사에 묻어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에 의해 폐렴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으로 작용

최근에 밝혀진 것은 폐를 그냥 통과한 초미세먼지가 협심증,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초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면 작은 입자 때문에 폐에서 거르지 못하고 혈액으로 통과하게 된다. 초미세먼지는 혈관에 염증을 유발하고 혈액 점성을 높이게 된다.
이처럼 점성이 높아진 혈액이 끈끈하게 변하면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평소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심질환과 심부전의 발병 위험도가 상승하게 된다. 미국암학회 발표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제곱미터당 10마이크로그램(μg) 증가하면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자의 사망률이 12% 높아진다고 한다.

눈과 귀 건강에도 영향

우리 눈은 공기 중에 직접 노출된 장기다. 황사나 미세먼지 속에 포함된 오염물질이 직접 눈에 들어가면 알레르기나 염증 반응을 일으켜 자극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안구건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고도근시가 있는 경우 뿌옇고 어두운 곳에서 빛이 번져 보일 수 있으므로 운전이나 보행 시 주의해야 한다.

최근 아이들에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염도 초미세먼지와 연관이 있다. 아이들의 경우 중이염은 주로 감기를 치료하는 도중에 잘 생긴다. 초미세먼지로 호흡기 건강이 나빠지면서 감기에 자주 걸리게 되면 중이염 발생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다.

또 귀와 코는 유스타키오관이라고 하는 이관으로 연결돼 있다. 이 이관을 통해 코로 흡입된 여러 가지 유해물질들이 귀로 들어가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중이염은 한번 발생하면 재발이 쉽고 증상이 지속되면 농을 동반하는 삼출성 중이염이나 만성 중이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때 청력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드름, 아토피 피부는 트러블 발생

여드름은 초미세먼지가 극성일 때 생기기 쉬운 피부 트러블이다.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기 때문에 모공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여드름은 모공 속 피지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데 초미세먼지와 함께 염증 반응을 잘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특히 외출 시 초미세먼지가 손에 묻어 있는 상태로 얼굴을 만지거나 집으로 돌아와 세안을 깨끗이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여드름으로 인한 염증 부위가 덧나거나 2차 감염의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아토피 피부염 환자인 경우 중금속이 포함된 오염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심한 자극이 돼 염증이 심해진다. 물론 일반인의 경우에도 평소 발생하지 않는 따끔거림이나 간지러움 등을 동반한 피부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마스크 착용이다. 하지만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면 초미세먼지까지 거를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 포장에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를 표시하고 있다. ‘KF80’은 평균 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 낼 수 있으며 ‘KF94’, ‘KF99’는 평균 0.4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94%, 99% 이상 각각 걸러 낼 수 있다.

보건용 마스크는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돼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세탁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해야 한다. 또 사용한 제품은 먼지나 세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으므로 재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마스크를 사용할 때 수건이나 휴지 등을 덧대면 밀착력이 감소해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또 착용 후에는 마스크 겉면을 가능하면 만지지 말아야 한다.
미세먼지와 협심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