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인공지능(AI)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새로운 황금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치열하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 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눈에 띄는 앱이 등장했다. 쇼핑을 하기 위해 시장이나 쇼핑몰, 마트를 찾지 않아도 모바일에서 손쉽게 원하는 상품을 찾게 도와주는 ‘지그재그’ 앱이 바로 그것. 앱 론칭 이후 2년여 만에 누적 다운로드 600만 건을 넘긴 인기 비결을 서정훈(40) 크로키닷컴 대표에게 들어봤다.
“북마크의 발견, 유레카였죠!”
스티브잡스는 “대개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곱씹을수록 수긍이 가는 말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진짜 자신이 원하는 걸 인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장애’, ‘자아성찰’이라는 키워드가 수년째 회자되는 것도 그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니즈(needs)’를 찾고, 제품을 통해 사람들이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열망을 꿈꾸게 한다. 그것이 비즈니스의 기본이자 수년째 화제가 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가장 큰 과제다. 요즘 핫한 스타트업 크로키닷컴의 서정훈 대표도 그 출발점은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좀 더 작은 시장을 찾는 데 집중했다.

이미 ‘틈새시장’은 중견기업 이상의 대기업이 선점한 모바일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초미세 틈새시장’이 아니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개발한 앱이 ‘지그재그’다. ‘지그재그’는 소비자들이 여러 쇼핑몰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해주는 앱이다. 앱에 등록된 쇼핑몰 수만 2000여 개에 달하며, 매주 1만 개의 신상품이 등록된다. 지그재그는 포털 검색 횟수나 자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기 쇼핑몰 순위를 보여준다.

사용자의 나이와 원하는 스타일 키워드를 선택하면 여러 쇼핑몰에 흩어진 상품들 중 원하는 스타일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일종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형 앱인 셈이다.
물론, 서 대표가 처음부터 사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아주대 미디어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들어간 (주)디지탈아리아 개발실(지금의 지트리비앤티)에서 팀장직을 역임하면서 정보기술(IT) 프로그래밍 실무 감각을 익힌 그는 2008년 회사의 파격적인 인사로 자회사 라일락 대표로 발탁됐다. 불과 직원 7명과 함께 시작한 회사는 4년 만에 50명으로 확장됐고, 모회사를 상장하는 데까지 성공한 그가 돌연 2012년 가시밭길인 창업의 길로 나섰다. 그리고 3년 뒤 개발한 지그재그 앱의 성장으로 그의 회사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제 정말 시작이라고 말하는 서 대표의 야무진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어린 나이에 억대 연봉 대표직을 마다하고, 돌연 창업을 하게 된 결정적 동기가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거창하게 제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은 없었습니다. 그저 컴퓨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는 걸 정말 좋아했고, 사람들에게 유용한 IT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대학에서도 단순히 IT 관련 학문만 공부하기보다 미디어와 융합할 수 있는 학문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병역특례로 중소기업에 들어가게 됐는데 3년간 일하면서 모바일 플랫폼 기술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적성을 찾았죠.

자연스럽게 그 회사에 입사했고, 2008년까지 개발실 팀장으로 열심히 일했어요. 그러다 당시 사장님께서 제게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라며 자회사 대표로 임명하셨어요. 처음엔 정말 싫었는데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이 4년 만에 직원 7명에서 50명으로 늘었고, 그것을 발판으로 모기업이 상장까지 됐어요. 그때 자신감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아, 이렇게 회사가 운영되는구나.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능력 있는 개발자 두 분과 함께 크로키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창업 초기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처음 3년은 녹록지 않았어요. 저희 창업 모토는 2가지였어요. 글로벌화할 수 있는 것, 모두가 부러워할 창의성을 지닌 제품을 생산하고자 했죠. 그래서 일단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자고 마음먹었어요. 세계 최고의 IT 시장이 있는 곳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었죠. 그래서 당시 개발한 앱 ‘비스켓’을 들고,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어요.

각종 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제품 하나는 좋다’는 인정도 받았지만 뒤돌아서서는 냉담해지는 것이 현실이었죠. 저 역시 그저 제품만 잘 만들면 성공한다는 생각이 틀리다는 걸 알았죠. 비즈니스의 성공에 제품의 품질이 20%라면 나머지 80%는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 유통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어요. 좋은 공부가 됐죠. 그래서 일단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국내 시장에서 성공해서 더 큰 시장에 나서자고 심기일전을 한 뒤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지그재그’ 앱입니다.”

‘지그재그’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일단, 모바일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단, 아주 작은 틈새시장을 찾으려고 했죠. 의식주 중에 음식과 집 관련 앱은 이미 리딩 컴퍼니가 있었기 때문에 의류 시장 관련 구매자의 니즈를 모색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소매로 의류사업을 했던 친구의 고객들의 개인용 컴퓨터(PC) 유입 경로를 보게 됐어요. 당연히 첫 번째 유입 경로가 네이버라고 생각했는데 2위였어요. 첫 번째 경로는 ‘북마크’였어요.

처음에야 네이버로 들어가지만 그 후 남겨진 북마크 기록을 통해 사람들이 즐겨찾기처럼 온라인 의류 쇼핑을 한 거죠. 그런데 PC에는 있지만 모바일에는 이 기능이 있는 북마크 앱이 없었죠. 이거다 싶어서 처음엔 정말 단순히 앱에 다양한 쇼핑몰을 넣고 북마크하는 기능만 탑재해서 고객의 핵심 니즈를 채워주려고 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어요. 2015년 6월에 지그재그 앱 정식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올해 4월 현재까지 6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습니다.

이런 성장 속에 지난해 4월 미국계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30억 원의 첫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올해 5월에도 국내 벤처캐피털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죠.”

이 앱에 유저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희 앱은 여성의류만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남자들은 대부분 옷을 살 때 필요한 옷만 쇼핑하고 마는 경우가 많잖아요. 반면에 여성분들은 애초에 블라우스를 사려고 쇼핑몰에 들어갔더라도 구경하는 새 이것저것 다른 아이템을 사기도 하죠.

그 점에서 우리나라의 동대문 시장은 정말 유니크한 마켓이라고 생각해요. 합리적인 가격에 가장 빠른 패션 아이템들이 쌓여 있는 곳이니까요. 그 공간을 직접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핵심 쇼핑몰만 저희 모바일 앱을 통해 볼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1030’ 여성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는 것 같아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여가시간에 즐기는 취미나 특별한 특기가 있나요.
“아침에는 귀찮더라도 운동 등 자기개발하는 데 1~2시간은 투자하려고 해요. 다만, 예전과 달리 요즘은 회사가 커지다 보니 제가 결정하고 관여할 일들이 많아서 하루에 6~7할은 각 부서별 관리 업무로 할애하는 것 같습니다. 여가시간에는 꼭 운동을 하려 해요. 좋은 신체를 지니고 있어야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상대에게 좋은 느낌이나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북마크의 발견, 유레카였죠!”

제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시대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인공지능이 만능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도 나오고 있고, 자칫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래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어떤 것일까요.
“인공지능과 관련해 그동안은 그 실현성 여부가 보이지 않아 현실적 논의가 덜 됐다면, 몇 년 새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술이 조금씩 활용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그 점에서 앞으로 이 분야를 파고드는 건 어찌 보면 산업생태계의 당연한 원리죠.

단, 저희는 무조건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 할 생각은 없어요. 중요한 본질은 사람들이 원하는 옷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보여주자는 목적 하나예요. 그걸 구현하기 위한 기술들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좋은 손재주와 디자인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유통이나 마케팅 문제로 부수적인 일까지 해야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부수적인 일은 최대한 기계의 몫으로 넘기되, 그분들이 최대한 자신의 고유 영역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스타트업 10개 중 9개가 실패할 만큼 쉬운 길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맹목적으로 취업을 위해 토익 점수 100점 올리는 데 열을 올리기보다는 지금 정말 자기가 가슴 뛰는 일을 시도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실패해도 좋아요. 실무자들은 ‘저는 옷을 참 좋아해서 이 일을 하고 싶다’는 말보다 ‘제가 이 일을 하고 싶어서 동대문에서 옷감을 매번 사서 옷도 만들고 팔아봤다’는 경험치에 더 높은 점수를 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사실 지금까지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인풋(Input)을 했다면 이제는 이윤을 내야죠. 아직까지 수익은 ‘0원’이니까요.(웃음) 저희 앱에 입점한 쇼핑몰 유저들 대부분이 네이버에 집중돼 있는데 그 속에서 저희가 좀 더 그들에게 효율적인 쇼핑 시스템을 제공하도록 하고, 무엇보다 판매가 이뤄지도록 광고나 포스트를 적재적소에 넣도록 구상할 생각입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역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겁니다.”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