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사랑 나누면 누가 더 좋을까?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섹스는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서비스나 노역이 아니기에 궁극에는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남녀의 섹스 쾌감은 조금 다른 발화점을 갖고 있다.

“여자들은 20분이나 애무를 해야 흥분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여자들은 남자보다 성욕이 덜 합니까?”
“우리 집사람은 부부관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분명 여자가 더 좋을 것 같은데…. 여자는 거의 남자의 서비스만 받잖아요?”

여자의 벗은 몸만 봐도 대체로 쉽게 성적으로 흥분되고 발기에 이르는 남자들은 여자들이 그들의 속도에 맞추어서 성적으로 흥분하고 오르가슴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모른다.

사랑하는 그녀를 만족시키려면 남자는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다정한 속삭임, 섬세하고도 부드럽고 긴 애무가 필요한데, 게다가 이러한 청각, 시각, 촉각을 이용한 공감각이 동시에 지속돼야 여자들은 비로소 성적 흥분에 들어선다.

이는 여자의 성 능력이나 반응이 남자보다 둔하고 떨어져서가 아니라, 섹스 한 번에 9개월 반의 임신 기간, 목숨을 건 출산, 그리고 다른 포유류보다 발달이 미숙한 아기 출산에 따른 3~4년의 초밀착 육아에 대해 무거운 책임이 수반되는 인간 여자의 생식생리 때문이다. 따라서 여자들이 ‘섹스를 한다는 것에 더욱 신중하도록’ 진화돼 왔다.

그래서 때때로 여자들은 자기가 매력을 느끼는 남자와의 섹스에서조차 성적으로 흥분하려면 꽤 오랜(남자들이 생각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여자 역시 그 남자를 무척 좋아하면 그 남자와 함께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황홀한 흥분과 만족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보통 성학에서는 여자가 남자 정도의 삽입을 원하는 흥분에 빠지려면 20분 정도의 애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황홀한 애무의 시간은 그러한 경험이 거듭되면 될수록 점점 짧아진다.

전에 경험한 좋은 애무의 기억과 성적 흥분에 대한 기대가 여자의 몸을 이미 달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번 섹스의 느낌이 좋았다면 애무에 들이는 시간이 짧아지고, 성적 만족도도 더욱 높아진다.
남녀, 사랑 나누면 누가 더 좋을까?
◆섹스 쾌감의 축복은 누가 받았나

사실 남자와 여자에게 일어나는 성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자도 여자도 성적으로 흥분하면 발기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는 피가 성기에 모이는 충혈 현상이다. 그래서 남자의 성기는 삽입이 가능하도록 딱딱하게 발기가 되고, 여자의 성기 또한 충혈돼 성감이 예민해질 뿐 아니라 윤활현상이 나타난다.

남자와 달리 여자에게는 가슴도 성기라 할 정도로 성적인 반응에 예민한데, 여자가 성적으로 흥분하면 윤활작용과 함께 유두나 가슴 또한 커지고 딱딱해진다. 이렇게 여자에게 윤활현상이 나타나면 남자들은 삽입의 적기라고 생각하고 애무를 그만두고 삽입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유감스럽게도 즉각적으로 여자의 흥분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여자에게 질액이 분비되는 현상은 ‘삽입 준비 끝’을 알리는 신호라기보단 이제 성 흥분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이에 대해 성학(sexology)에서는 ‘삽입의 시기’를 여자가 정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것은 단순히 윤활이 일어났다고 해서 여자가 성적으로 충분히 흥분했다는 증표가 아니므로, 남자는 삽입을 서두르지 말고 그녀가 ‘지금!’이라고 신호를 보낼 때까지 애무를 더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녀가 사랑을 나누면 누가 더 좋을까?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헤라 역시 “섹스를 하면 당신이 더 좋을 것이다”라며 싸운 적이 있는데, 헤라가 물러서지 않자 제우스가 테레시아스라고 뱀의 교미를 방해한 죄로 저주를 받아 반은 여자로 살고, 반은 남자로 살았던 이를 불러 섹스를 하면 남자가 더 좋은지 여자가 더 좋은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테레시아스는 주저 없이 곧바로 “여자로 살 때 9배나 좋았나이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제우스는 자기 말이 맞아서 기뻤겠지만 내심 그렇게 성적으로 더 좋다는 여자가 부러웠을 터다.

이렇게 섹스의 쾌감에 있어서 더 축복받은 자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좀 거칠게 말하면 남자의 섹스는 기본적으로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다.

물론 섹스는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서비스나 노역이 아니기에 궁극에는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남자의 섹스는 자신의 만족보다 여자를 황홀하게 만들었는가에 더 목숨을 건다.

남자들은 섹스를 주도하고 자신이 여자에게 얼마나 기쁨과 쾌감을 선사했는지,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힘과 능력을 인정했는지가 너무나 중요하다. 남자들에게 섹스가 권력인 이유다.

그래서 남자들은 섹스를 할 때도 눈을 뜨고 한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녀의 반응을 통해 자신도 더욱 흥분되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오르가슴은 단순한 사정의 쾌감만이 아니다.

남자는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 ‘여자에게 강한 오르가슴을 안겨준 경우 더욱 행복하고 자신을 더 남성답다고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여자의 오르가슴은 남자의 정체성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남자들은 다른 남자와 오르가슴을 못 느꼈던 여자가 유독 자기하고는 매번 절정을 느끼면 가장 큰 성공의 기분을 느낀다. 반대로 자신의 여자 파트너가 지금까지 다른 남자와는 오르가슴을 느낀 것 같은데, 자기하고는 한 번도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것 같으면 가장 큰 실망감과 함께 자신감을 잃는다. 이런 경우 심지어 남자는 성적 장애를 갖게 될 수도 있다.

남자들은 여자의 오르가슴을 가장 만족스런 성경험으로 인식하고, 여자 파트너가 자신과의 섹스에서 오르가슴에 도달할 때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는다. 그래서인지 흥미롭게도 섹스에서 자신감을 갖는 남자는 일터에서 일도 잘 한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사랑의 행위가 끝나고 나서 “좋았어?”라고 묻기 전에 자신이 그녀에게 충분한 애무와 사랑의 속삭임을 선사했는지를 헤아려볼 일이다. 만약 그랬다면 어렵게 물어보지 않아도 그녀는 “Yes, Yes, Yes!”라고 답할 것이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민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