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필사즉생’, 인생은 때론 ‘둔감하게’
김광철 (주)FMK 사장 인터뷰

[한경 머니=김수정 기자]누구나 꿈꾸는 슈퍼카도 그 진가를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는 타는 이의 취향과 목적이 꼭 맞게 차에 녹아 있어야 한다. 슈퍼카의 대명사인 마세라티와 페라리의
공식 수입사 (주)FMK 김광철(60) 사장은 누구보다 그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꿰뚫고 있는 국내 1세대 수입자동차 전문 세일즈 경영인이다. 26년간 줄곧 국내 수입자동차업계에서 생존한 그만의 경영철학과 인생관을 엿들어봤다.

‘차생차사(車生車死).’ 김광철 (주)FMK 사장은 삶의 궤적마다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묻어났다. 대학 졸업 이후 1979년 3월 동아자동차 입사(현 쌍용자동차)를 시작으로 자동차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1981년 한진건설에서 9년간 필리핀 근무를 마친 뒤, 1991년부터 볼보자동차 세일즈를 담당하며 본격적으로 수입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BMW코리아 세일즈 및 마케팅 임원을 거쳐 2005년 더클래스효성(주)에 입사해 더클래스효성(주)과 효성토요타(주), 더프리미엄효성(주)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명실공히 국내 수입자동차업계의 1세대로서 전문 경영 및 영업, 기획, 마케팅 등 다방면의 경험을 통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수입차 시장 성장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이런 그가 2년 전 (주)FMK의 수장을 맡으면서 주력하는 자동차는 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다. 기존의 일본, 독일, 스웨덴의 명차들이 선점한 국내 프리미엄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나아가 이제는 소비자들이 좀 더 개성 있는 디자인과 새로운 럭셔리 세그먼트에 대한 소비 열망이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내에 출시된 마세라티 브랜드 최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Levante)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지중해의 바람’이라는 뜻의 르반떼는 최상위 모델인 ‘르반떼 S’의 경우, 최고 출력 430마력, 최대 토크 59.1kg·m의 성능을 갖췄고 제로백(시속 100km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5.2초에 불과하며, 최고 시속은 264km로 동급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올 초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TV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우 공유가 탄 차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당초 연 판매 목표였던 300대 중 1분기에만 무려 200대가 팔려 나갔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이런 ‘반짝 인기’에 고무되기보다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여전히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있다. 올해 환갑이 됐지만 일을 향한 열정만은 여전히 청춘인 ‘행복한 사람’ 김 사장의 인생스토리를 따라가보자.
사업은 ‘필사즉생’, 인생은 때론 ‘둔감하게’
처음 동아자동차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했고, 1979년에 졸업했죠. 그 당시만 해도 기계학도들이 선망하는 직장은 대규모 조선소나 해외건설 사업을 수주했던 중공업 업체들이었죠. 저 역시 그런 마음에 처음엔 건설 업체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가자마자 강원도 발전소 짓는 곳에 발령이 난 거 있죠. 3개월 정도 근무했는데 도저히 적응이 안 됐어요. 고민 끝에 제조업 관련 업무를 찾다 보니 자연히 자동차 쪽에 시선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이미 대우자동차(당시 새한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자동차 업체의 정시모집이 끝난 터라 동아자동차에 입사하게 됐어요. 동아자동차는 중소기업이었지만 KBS 분장차부터 트레일러, 소방차 등 120가지 이상의 특장차를 제조하는 업체라 배울 것이 많았죠. 부서도 일부러 생산라인부로 지원했어요. 그러다 보니 매일 차 밑에서 기름투성이로 살았죠. 당시 동료들끼리도 ‘우린 아마 죽을 때도 차에 깔려 죽을 거야’라고 농을 칠 정도로 열심히 일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동차에 대해 가장 기초부터 배우면서, 좋아하게 된 것 같네요.”

자동차에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
“기계를 전공한 제게 자동차 메커니즘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비행기나 배, 플랜트 설비는 그 규모가 너무 방대해서 한눈에 볼 수 없지만 자동차는 가능하죠. 엔진이며 트랜스미션 외에도 수천 가지 부품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걸 보고, 연구하고, 실행하는 모든 과정이 재밌었어요. 가령, 제가 동아자동차에서 버스를 만들기 위해 시작실이란 곳에서 근무할 당시, 다양한 과정을 직접 실험하고, 연구했어요. 모래주머니를 버스에 한가득 실고 비포장도로를 돌아보기도 하고, 그 실험 결과물을 토대로 기술을 배워 갔어요. 그렇게 아주 기초적인 일부터 몸으로 체험하고, 공부하다 보니 자동차에 점점 더 빠져들었고, 그러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한진건설로 옮겨가게 됐죠. 입사 후 처음 9년간은 제가 그렇게 꿈꿨던 해외파견 근무로 필리핀에서 일하다 1991년 한국에 돌아와 회사 발령으로(당시 한진건설에서 볼보 수입) 볼보 세일즈를 시작한 것이 수입자동차와 인연이 됐네요.”

왜 수입자동차에 올인하셨나요.
“1991년부터 볼보에서 4년 정도 근무하면서 해외 출장은 물론, 스웨덴 예테보리(Goteborg)에서 교육 연수도 2~3번 정도 했어요. 사실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 수입차 시장은 굉장히 협소했습니다. 독일 명차들이 한 해 100대도 안 팔리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여기에 ‘수입차=과소비’라는 사회적 눈총도 심했죠. 하지만 제가 해외에서 거대한 글로벌 시장을 경험할수록 이 시장은 꼭 투자해볼 만하다는 믿음이 강해졌죠. 무엇보다 수입자동차업계가 단순히 탈것에만 준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기술력, 경영 방법 등 모든 산업군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흔히 자동차를 ‘종합적인 예술의 결정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업계에 일한 사람들 상당수가 한번 이쪽에 몸담으면 다른 일을 하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더군요.”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회사가 2개 브랜드(마세라티, 페라리)의 인포터와 딜러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니 무척 바쁘죠. 보통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꼭 아침을 챙겨 먹죠. 회사에는 보통 7시 30분에 도착해서 그날 해야 될 일들을 정리하고, 각종 회의 및 행사 참여 등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도 잦아서 보통 한 달에 1회 이상은 외국에 나가고요. 단, 일하는 것 외에 딴짓은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주일에는 꼭 가족들과 교회를 가거나 식사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제가 나름 ‘딸바보’거든요.(웃음) 요즘도 시간이 날 때면 딸의 운전사가 돼주기도 하죠.”

평소 어떤 차를 즐겨 타시고, 머니 독자들에게 차를 고를 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주로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를 대외용으로 타고 있어요. 평소에는 기사님이 운전해주시는데 주말에는 직접 차를 몰면서 승차감이나 코너링 등을 체크하면서 드라이브를 즐기죠. 그리고 차를 구매할 때 고려할 점은 차에 대한 개성이나 목적을 파악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남들이 좋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에게도 꼭 좋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수입차마다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가령, 독일 차는 기술 면에서도 뛰어난 동시에 럭셔리한 멋이 있다면, 일본 차는 실용성이 뛰어나죠. 반면, 마세라티 같은 이탈리아 차는 남과 다른 개성을 중요시하는 분들에게 제격이죠. 대화의 주제 거리도 될 수 있고요.”
사업은 ‘필사즉생’, 인생은 때론 ‘둔감하게’
나만의 경영철학과 존경하는 롤 모델이 있으신가요.
“저희의 주 업무가 유통이다 보니 결국 사람이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도 결국 사람이죠. 저 역시 회사가 고용한 직원이기 때문에 직원을 아끼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영철칙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글로벌 회사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나름의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끝없이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죠. 책도 많이 읽고, 해외 뉴스도 꾸준히 체크하고 있습니다. 운동도 하고요. 물론, 바쁘다 보니 시간을 많이 내긴 힘들죠. 그래서 자투리 시간도 알뜰하게 활용하려고 해요. 가령, 뉴스도 이왕이면 일본 NHK나 미국 CNN을 틀어놓고 보면서 골프 퍼팅 연습을 하는 거죠.

그리고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꼽자면 이순신 장군입니다. 실제로 그분의 전략이 제 경영철학이기도 해요. ‘필사즉생’ 즉, 반드시 죽고자 싸우면 그것이 곧 사는 길이라는 그분의 결기처럼 무슨 일을 하더라도 매사 전력투구 하려고 노력해요. 그것이 결국 좋은 결과로 이뤄지더군요. 단, 일 외에 인생사에 대해서는 너무 예민하지 않고, 자연 순리에 맞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앞으로 목표와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는 지금이 참 행복합니다. 1세대 수입자동차 전문 세일즈 경영인으로서 이뤄놓은 커리어 외에도 아직도 옛 후배들이 제게 종종 찾아와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현재 좋은 직원들과 일하는 순간마다 ‘나름 잘 살아온 인생이다’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동안 해 왔던 것처럼 이 분야에서 꾸준히 일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자동차 시장은 정말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광고하고, 판촉하는 것으로 시장을 사로잡을 수 없어요. 이미 디지털 영업의 시대가 왔죠. 저희도 그 부분에 뒤처지지 않도록 새로운 영업 판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제 마세라티가 국내에서도 불륨이 높아지면서 전시장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고객이 더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집중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마세라티는 000이다’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마세라티는 ‘연인’이죠. 보고 있으면 기분 좋고, 아름답고, 함께 어디든 가고 싶은 연인 같은 차예요. 올여름 휴가엔 마세라티를 타고 강원도를 한번 시원하게 드라이빙 하고 싶습니다.”

김광철 (주)FMK 사장은…
1979년 3월 동아자동차 입사(현 쌍용자동차)
1981년 3월 한진건설 장비사업부 입사
1996년 1월 BMW 코리아 입사(영업담당부장)
2000년 1월 저먼모터스(German Motors) 전무 입사
2005년 2월 더클래스효성(주) 대표이사
2009년 6월 효성토요타(주) 대표이사
2015년 7월 (주)FMK 대표이사

김수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