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에도 파버카스텔 매력적”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무려 256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필 회사’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파버카스텔’. 10월 중순에 파버카스텔의 9대 백작(상속자)인 찰스 알렉산더 폰 파버카스텔(Lebenslauf Charles Graf von Faber-Castell)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화된 오늘날의 ‘럭셔리’한 삶에 대해 “자신의 메시지를 친필로 전하는 것만큼 특별한 가치를 부여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버카스텔의 오랜 역사는 17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캐비닛 제조업자였던 카스파르 파버는 연필 제조를 시작했고 2세대(안톤 빌헬름 파버), 3세대(조지 레오날드 파버)를 거쳐 4세대인 로타르 폰 파버로 이어졌다. 특히 로타르 폰 파버(1817~1896년)는 육각형의 ‘현대적 연필의 아버지’로 불리며 처음으로 필기구에 브랜드 네임을 부여했다. 이후 6세대(1866~1928년)에서는 로타르 폰 파버의 손녀인 바로니스 오틸리에 폰 파버와 독일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인 알렉산더 카스텔 루덴한센 백작의 결혼을 계기로 가문의 성과 회사의 명칭에 ‘파버카스텔’이 사용됐다.

올해 한국을 방문한 9대 백작 찰스 알렉산더 폰 파버카스텔은 지난해 그의 부친인 8대 백작 안톤 볼프강 폰 파버카스텔(1941~2016년)이 작고하면서 가업을 물려받았다. 안톤 볼프강 백작은 지난 2011년 파버카스텔 창사 25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파버카스텔의 성공 비결에 대해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하려는 노력과 기업가 정신,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찰스 알렉산더 백작 역시 파버카스텔 가문이 추구해 온 핵심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특히 인터뷰에 할애된 짧은 시간 동안 한국 시장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도 나타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파버카스텔 가문의 9대 상속자로 4년 전에 파버카스텔 사업에 본격적으로 합류했습니다. 총괄하고 있는 분야는 프리미엄 라인으로, ‘그라폰 파버카스텔’의 총책임자이기도 합니다.”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한국 시장은 파버카스텔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추구하고 또 원하는 가치가 파버카스텔의 가치와도 잘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는 네 가지입니다. 우선, 전통과 역량인데, 우리는 가족기업으로서 256년의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높은 퀄리티와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에 대해서도 한국 고객들은 높은 평가를 해주고 있습니다. 혁신과 창의성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핵심 요소입니다. 한국 고객들이 저희에게 찾는 것도 이 부분이라고 판단합니다. 우리는 혁신을 추구하고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적·환경적 책임 역시 저희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입니다.”

부친인 안톤 볼프강 백작은 ‘사회적 책임’을 많이 강조하셨는데요.
“저 또한 부친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부친은 겸손한 분이셨고 이는 곧 회사의 문화와 직결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존중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이기도 합니다. 앞서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브랜드 가치의 넷째 기둥으로 말씀드렸는데, 여기에는 환경과 자연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곧 직원, 사람과 관련된 것입니다. 겸손은 부친에게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파버카스텔은 오랜 역사와 전통의 기업입니다. 디지털 변혁이 가속화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장성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요.
“최근 자주 접하는 질문이지만 매출 성장세와 필기구 수요를 보면 단순한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는 파버카스텔의 256년 역사에서 최고의 한 해였습니다. 물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소비 행태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4~5년 전만 해도 컬러링북 열풍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가 우리에게 중요한 도전인 것은 맞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필기구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고가의 시계처럼 필기구 역시 ‘쓰기’만을 목적으로 큰돈을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오늘날의 ‘럭셔리’는 체험 그 자체입니다. 현대인들은 이메일과 SNS를 많이 사용하지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친필로 쓰는 것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습니다.”

“SNS 시대에도 파버카스텔 매력적”
내년 출시 예정인 ‘펜 오브 더 이어(Pen of The Year)’를 한국 시장에서 처음 공개한다고 들었습니다.
“‘펜 오브 더 이어’는 파버카스텔 고객들에게 매년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드리기 위해 출시되는 제품입니다. 해마다 새로운 재료를 찾고 있으며 천연 재료를 사용합니다. 무엇보다 목재가 중요합니다. 연필 제작으로 시작된 파버카스텔은 목재를 다루는 데 탁월한 역량과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프리미엄 라인인 ‘그라폰 파버카스텔’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펜 오브 더 이어’는 항상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한국은 성장 잠재성이 큰 시장으로 지금도, 앞으로도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파버카스텔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사랑도 특별합니다. 향후에도 한국 시장에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등 한국 고객들의 높은 관심에 적극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