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오르가슴은 NO!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여자들 중 80%가 거짓 오르가슴을 경험했다고 한다. 남자도 40%나 된다. 섹스는 소통의 방법이다. 잘못된 소통은 상대방과 더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릴 수도 있다.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실소를 짓게 하는 장면이 꼭 있었다. 하나는 애를 낳는 장면이고, 또 하나는 여자가 성행위를 시작함과 동시에 오르가슴에 들어선 듯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신음소리를 질러 대는 것이다.

아기를 낳아본 여성은 모두 알지만, 힘을 줄 때 ‘악악’ 소리를 지르면 밑으로 힘이 안 가서 공연히 기운만 뺄 뿐 밖으로 나오려는 아기를 돕지 못한다. 오히려 아기가 나오는 순간이 되면 의사는 “입을 다물고 대변을 보는 것처럼 힘을 주라”고 산모에게 요구한다. 그렇게 힘을 주어야 아기를 순조롭게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

또 성행위의 장면에서 남자가 여자의 귀에 입을 대고 더운 숨결을 불어넣기만 해도, 혹은 목덜미를 따라 짐짓 애무하는 시늉만 해도 ‘끙끙’ 대기 시작하는 여자, 섹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이미 극치감을 느끼듯 ‘아아, 오오, 으으’ 하며 신음소리를 질러대고 몸을 부르르 떠는 것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다.

물론 극도로 온몸이 예민해서 사랑하는 이의 손길이 닿기만 해도 이미 흥분해 버려서 절정을 향해 달려갈 수도 있다. 실제 그런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또 섹스는 몸의 말초신경 자극이 아니라 뇌의 자극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감각은 더 자극적이다.

하지만 대개의 여자들은 이보다 좀 더 긴 시간 차분하고 정성이 들어간 애무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여자는 성에 있어서 보상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해야 하기에 늘 섹스의 장에서 머리와 마음이 복잡하다. ‘이 남자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성욕 때문에 나를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섹스를 자주 하게 되면 내게 관심이 없어지지 않을까?’ 등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래서 더욱 여자를 흥분에서 절정의 단계까지 올리려면 그야말로 동시다발적인 애무와 사랑의 속삭임이 필요하다.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이, 그리고 자주 사랑의 확인을 말로, 행동으로 요구하는 것이 다 같은 이유다.

또 요즘은 매체의 발달로 많은 여자가 거짓 오르가슴을 훌륭히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결국 악순환인 셈이다. 여자들은 그런 영화를 보고 오르가슴 연기를 배운다. 그래서 실제로 자신은 오르가슴의 느낌이 어떤 것이지도 모르면서 영화 속 여자처럼 소리를 지르고, 꿈틀거린다. 그러면 남자들은 자기가 잘 하는 줄 착각한다. 무리도 아니다.

◆왜 거짓 오르가슴 연기를 할까

여자들 중 80% 이상이 거짓 오르가슴의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상대 남자가 오르가슴에 집착해 “어땠어?”라고 자주 확인할 때 여자들은 거짓 오르가슴을 습관적으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남자도 다르지 않아서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비율이 40% 정도 된다고 하니 그 또한 놀랄 일이다. 보통 남자는 오르가슴을 느껴야 비로소 사정할 수 있으므로 거짓 오르가슴을 시늉하지 않는다고 들었기에 더욱 그렇다.

이렇게 거짓 오르가슴을 연기하면서 파트너를 속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짓 오르가슴을 하는 이유는 상대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서고, 빨리 끝내려고 하거나 내가 이렇게 잘 느끼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 이유는 남녀가 똑같다.

거짓 오르가슴에 대한 유명한 영화가 있다. 바로 <샐리가 해리를 만났을 때>란 미국 영화다. 샐리와 해리는 대학 동창이다. 샐리는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의기소침해 있다. 오랜만에 만난 해리는 싱글벙글이다. “요즘 사랑 전선은 어떠냐?” 하고 샐리가 묻자 해리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샐리는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데 해리는 “그걸 어떻게 모르냐?”며 자신만만해 한다. 그러자 샐리는 갑자기 식사를 멈추고 “예스, 예스,…” 하며 오르가슴을 연기한다. 그런 샐리의 모습을 보고 해리는 너무 당황하고 주변 손님들은 놀란 눈으로 샐리를 주시한다.

얼마간 절정으로 치닫던 샐리는 갑자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식사를 다시 시작한다. 샐리는 해리에게 이렇게 여자들은 거짓으로 오르가슴을 언제든 연기할 수 있다는 걸 즉석에서 보여준 것이다.

그때 더욱 압권은 샐리의 식탁 옆에서 식사 주문을 하던 초로의 여인들이 “그녀가 먹는 것으로 나도 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 하기야 그 음식을 먹어서 저렇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먹지 않겠는가?

여자들은 거짓 오르가슴 연기를 자주 한다. 한번 해서 효과를 보면 점점 더 자주 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감각과는 상관없이 습관처럼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섹스는 자신이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소통의 방법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짓말이 쌓이면 그 관계가 안 좋게 끝나듯이 거짓 오르가슴이 계속되면 섹스의 질은 점점 더 나빠진다.

거짓 오르가슴을 연기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연기에 심취하고, 몰두하게 될 뿐 아니라 객관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의 섹스를 감상하게 되므로 정작 파트너가 자기에게 주는 감각은 느끼지 못하게 된다. 또 상대로서는 이미 자기가 너무 잘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받기 때문에 잘못을 교정하거나 더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겨 버린다.

간혹 성 치료사들은 ‘신음소리를 좀 더 크게, 그리고 섹시하게 내도록 연습하라’는 권유를 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예 못 느끼는 데 절정을 연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좀 과장을 해서 자신과 상대를 흥분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러 놈과 교미하는 침팬지조차도 교성을 내는 암컷에게 사정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실제로 섹스는 오르가슴이 목표가 아니다. 섹스의 진정한 미덕은 이런 행위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 있는 그 시간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다. 커플 간 섹스는 일도 아니고, 시험도 아니며, 오로지 즐거운 놀이여야 한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