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겨울철 찬바람이 불면 갑자기 이가 시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가 시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물 한 모금을 마셔도 따뜻한 물만 찾게 된다. 시린 이 증상은 왜 유독 겨울에 많이 생길까. 시린 이의 원인과 치료법,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찬바람 불청객 ‘시린 이’
치아가 온도와 같은 외부 자극에 민감해지면서 치아의 통증을 느끼는 증세를 ‘상아질 지각과민증’이라 부른다. 치아는 혈관과 신경을 가진 살아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찬 음료나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살짝 시린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찬물을 마신 후에도 시린 증상이 지속된다거나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동반한다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뜨거운 음식에도 통증을 느끼는 경우라면 상아질 지각과민증이 심해진 상태이므로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시린 치아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법랑질의 마모다. 법랑질은 치아 표면을 외투처럼 감싸고 있는 부위다. 외부 자극이 치아 안쪽의 신경다발까지 전달되지 못하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법랑질이 노화되거나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거나 이를 가는 등 잘못된 습관이 지속되면 마모가 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외부 자극이 고스란히 신경다발까지 전달돼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둘째 원인으로는 충치나 치주염과 같은 질환이 발생한 경우다. 충치가 겉에서만 머물러 있는 경우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충치가 치아 안쪽의 신경 부근까지 진행되면 시린 증상이 생기게 된다. 이 상태를 넘기게 되면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만큼 심한 통증이 뒤따르게 된다.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치주염 역시 마찬가지다.

염증이 진행됨에 따라 치아를 감싸고 있는 뼈(치조골)가 점점 녹아내리면서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치아에 금이 갔거나 깨진 경우에도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치과 치료 후 시린 증상을 호소할 때도 있다. 이 경우는 새로운 치아와 잇몸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에는 미지근한 물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1~2주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

◆ 치아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 달라
시린 이 치료는 치아가 패거나 상아질이 노출된 정도에 따라서 치료가 달라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지각과민을 둔화시키도록 ‘시린 이 치약’을 최소 3주 이상 사용해본다. 또 마모된 치아 뿌리나 안층에 코팅제 역할을 하는 불소를 덮어 씌워주기도 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불소를 침투시키기 때문에 단 한 차례의 시술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마모가 눈에 보일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는 팬 치아 뿌리 부분을 치아 색과 같은 색의 레진으로 메워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질환으로 인해 시린 증상이 생긴 경우라면 각 질환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먼저 충치가 원인일 경우 충치가 생긴 부분을 긁어내고 그 자리에 인공 충전물로 채우거나 금관, 사기관으로 덮어씌우면 된다. 신경까지 충치로 손상됐을 경우에는 신경치료 후 충치치료를 해야 한다. 치주염의 경우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다면 스케일링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섰다면 잇몸 수술이 불가피하다. 충치와 치주염 말기로 신경치료나 잇몸 수술로도 해결이 어렵다면 치아를 제거한 후 임플란트로 대체해야 한다.

시린 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구강 위생 불량이나 노화 등도 있지만 잘못된 양치 습관도 원인이다. 강한 힘으로 치아를 박박 문질러서 닦으면 치아의 뿌리를 덮고 있는 잇몸이 상하게 돼 법랑질이 닳아 없어진다. 이로 인해 내부의 상아질까지 노출될 수 있다. 또 좌우 방향으로만 양치질을 하면 치아의 마모를 부추겨 치아 안쪽에 ‘치수’라는 치아 신경과 혈관이 겉으로 노출되게 만든다. 따라서 양치를 할 때는 잇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당한 힘으로 위아래 방향으로 닦는 것이 좋다. 칫솔질을 할 때에는 치아와 잇몸에 45도 각도로 칫솔모를 댄 다음 조금씩 위아래로 회전시키며 닦도록 한다.

칫솔의 선택도 중요하다. 칫솔모는 부드러워야 하며 치아에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끝이 둥근 것이 좋다. 치아와 잇몸이 닿는 부분과 치아 사이는 칫솔질만 잘 해도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은 칫솔질만으로 말끔히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치실과 치간 칫솔, 워터픽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칫솔은 3~4개월마다 교체하고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는 것도 시린 치아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주의할 것은 탄산음료 섭취다. 단단한 치아라도 장기간 반복해서 산도가 높은 음료에 노출되면 부식이 된다. 우리가 마시는 탄산음료는 대부분 pH5 이하로 산도가 높아 치아는 물론 레진과 같은 치아수복물도 용해시켜 치아 수명을 단축시킨다. 따라서 탄산음료보다는 물을 마시는 게 좋다.

탄산음료를 마신 후에는 바로 양치질을 하지 말고 물로 가볍게 헹구도록 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산성 성분이 가신 후 양치질을 해야 치아가 상하지 않는다. 또 탄산음료를 마실 때는 빨대를 이용해 치아에 음료가 직접 닿지 않게 하면 도움이 된다. 또 한쪽으로만 음식물을 씹거나 이를 가는 습관은 법랑질을 마모시키므로 고치도록 한다. 1년에 1~2회는 정기적인 검진과 스케일링으로 잇몸과 치아 건강을 유지하도록 한다.
찬바람 불청객 ‘시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