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에너지, 즐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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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글·사진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봄이 찾아오니 노래들도 봄, 봄, 봄 한다. 봄노래 중에 한번쯤은 들어봤을, 가수 로이킴의 ‘봄봄봄’이란 노래가 있다. 가사를 일부 보면 ‘다시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그대 없었던 내 가슴 시렸던 겨울을 지나, 또 벚꽃 잎이 피어나듯이 이 벤치에 앉아 추억을 그려 보네요. 사랑하다 보면 무뎌질 때도 있지만 그 시간마저 사랑이란 걸 이제 알았소’라 노래한다.

버스커버스커라는 그룹이 봄을 노래한 인기곡도 있다. ‘그대여, 그대여’로 시작한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봄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이런 가사인데, 노래 제목이 ‘벚꽃 엔딩’이다. 봄을 노래하는데 엔딩이라 따스함과 슬픔이 겹치는 느낌이다.

두 노래 다 화사한 봄을 노래하기는 하는데 듣다 보면 구슬픈 마음이 찾아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벚꽃이 모두 등장한다. 벚꽃은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이 우리 삶과 무척 닮아 있다고들 한다. 우리의 삶이 젊음의 한순간을 정점으로 늙어가듯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던 화려한 벚꽃, 만개하고는 쓸쓸하게 고개를 떨군다. 절세미인이란 꽃말을 가진 벚꽃, 화려한 만큼 시들어 가는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인생의 느낌, 봄의 느낌, 그리고 벚꽃의 느낌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계절성 우울은 겨울에 가장 많다. 겨울 우울인 것이다. 추운 날씨에 뇌가 긴장해 피로를 느끼고 불안, 우울, 불면증이 생기게 된다. ‘어, 아닌데. 무언지 봄에 더 마음이 울렁거리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겨울 우울과 봄의 울렁거림은 비슷한 듯하나 다른 느낌이다. 봄의 울렁거림은 추억의 장소를 가면 더 강하게 과거의 로맨스가 떠오르고 파란 하늘을 바라볼 때 상큼한 느낌이 들면서도 갑자기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봄에 해야 할 취미 활동이, 이 봄의 울렁거림을 즐기는 것이다. ‘난 봄이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서글픈 것이다. 뇌가 전투 상태라 벚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식물이 뇌를 똑똑하게 만든다
따뜻한 봄날, 꽃, 나무 등 식물이 가득한 자연의 느낌이 풍성한 곳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식물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직장인들의 업무 효율성과 더불어 행복도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흥미롭다.

실험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인데, 영국과 네덜란드의 대형 사무실에서 실험을 시행한 결과 식물을 사무실에 배치했을 때 업무 생산성을 15%나 증가시켰다는 결과다. 사무실에 식물을 비치한 경우 업무 생산성과 연관된 업무 만족도, 업무 집중도가 모두 향상됐다. 당연한 결과지만 사무실 내 공기의 질에 대한 주관적 만족감도 증대됐다고 한다. 사무실 내 공기가 상쾌해졌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기존 사무실에 식물을 배치한 것만으로 구성원들의 업무 생산성과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결과는 깔끔한 책상과 심플한 인테리어의 사무실, 즉 스마트 오피스가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는 기존의 생각과 배치되는 것이라 흥미롭다.

연구자들은 식물이 이런 유익을 준 이유로 식물이 가득 찬 사무실이 구성원들에게 생리적, 인지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자신들의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다시 말하면 식물의 공기 정화나 식물이 주는 느낌이 우리 뇌에 영향을 주어 뇌의 상태를 일하기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로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에서도 식물과 함께할 때 생리적 스트레스를 낮추고 집중력도 높이며 자신이 잘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주관적 안녕감도 개선시킨다는 결과가 있다.

이 연구를 보도한 한 영국 기자는 직장 상사가 빠르게 생산성을 올리고 싶다면 브레인스토밍 미팅보다는 식물이 가득 찬 자연 사무실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물론 식물만 갖다 놓는다고 회사 업무가 잘 돌아가는 것은 절대 아니겠지만 우리 마음과 몸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하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뇌 안에 일하는 공장과 충전하는 공장이 따로 있다고도 한다. 연휴 마지막 날, 재충전됐는지 질문하면 시원하게 ‘그렇다’라 대답하는 사람이 적다. ‘일하는 날보다 더 피곤하다’란 슬픈 답변까지 나온다. 쉬는 날이어도 뇌 안에 충전 공장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일하는 날과 다를 것이 없게 된다. 일하는 것도 힘든데 충전을 위해서도 무엇을 또 해주어야 하나 피곤하겠지만, 충전 공장이 잘 작동될 때 긍정에너지도 차오르고 창조적 사고, 공감 소통 능력도 회복돼 일도 활기를 유지할 수 있다. 충전 공장이 좋아하는 에너지원 중 하나가 자연과의 만남이다. 자연과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눌 때 인생을 바라보는 시점이 주인공에서 관객으로 바뀌면서 따뜻한 충전이 일어난다고 한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까’란 주인공 시점에서 ‘멀리서 관객으로 보니 내 삶에도 긍정적인 것이 많이 있네. 내 인생만 힘든 것도 아니야. 원래 인생은 이런 거였어’란 소탈한 감성이 주는 긍정에너지가 차오른다. 일하는 공장은 ‘올해 성적을 2배 올리겠어’와 같이 목표치를 높여야 열심히 달려간다. 반대로 충전 공장은 ‘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으로 행복해’같이 기대치를 낮추어 소탈한 감성을 가질수록 강한 긍정성의 충전이 일어난다.

사무실에 꼭 식물을 갖다 놓지 않아도 주변을 찾아보면 식물이 있는 공원이나 놀이터가 있을 것이다. 없다면 나무 몇 그루가 있는 인도라도 있을 것이다. 이제 봄기운이 살며시 우리를 감싸고 있다. 점심시간에 잠시라도 짬을 내어, 뇌의 전투 스위치를 끄고, 그곳에 가 뇌와 자연이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