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설득하기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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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내 행동 변화는 곧 자기 설득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원하는 데도 잘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이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감성 대 이성, 무의식 대 의식, 본능 대 사회적 가치 등 관점에 따라 여러 이중적인 마음 구조를 갖고 있다. 왜 상대방은 내 말을 잘 듣지 않을까? 당연하다. 자기 설득도 어려운데 타인의 마음을 설득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설득이란 단어는 상대방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이란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다.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고 이것이 행동 변화까지 일으키도록 기대하는 것이다. 논리가 결합된 강력한 권유를 하면 상대방이 설득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진료 상황에서 약을 꼭 드셔야 하는 분이라 약물 투여의 중요성을 여러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열심히 설명하면 계속 멀리 도망만 가는 행동을 보이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필자가 포기하고 “더 고민해보시고 자연 치유가 잘 안 되면 다시 찾아오세요”라는 논리로 당기던 것을 풀어주면 오히려 그때부터 당겨져 온다. “정말 약을 안 먹어도 되나요”라고 걱정한다. 그래서 다시 “약을 드시겠어요”라고 물으면 다시 “약 먹는 게 영 싫어요”라면서 뒤로 물러나 버린다. 밀고 당기는, 밀당의 연속인 셈이다. 설득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설득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남은 물론이고 자신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다이어트도 어렵고 금연, 금주, 자기개발 등도 어려운 것이다. 해야 하는 것을 몰라서 안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득이 어려운 이유는 논리적 권유에 대한 저항 때문이다. 저항이 생기는 이유는 인간의 이중성 때문이다, 이중적인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가지는 것을 양가감정이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살을 빼야 한다’와 ‘나는 살을 빼기 싫다’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살을 빼자’ 나에게 권유를 하면 반대쪽 마음이 ‘흥, 빼기 싫어. 먹는 게 얼마나 행복한데’ 하고 저항을 보이는 것이다.

양가감정의 저항 심리는 스스로 독립된 존재로서 느끼는 자유를 지키려는 본능과 연관성이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자유를 얻기 위해 목숨도 바치는 것이 사람이다. 그만큼 자유가 중요한 욕구인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조언을 원하면서도 막상 상대방이 조언을 해주면 상대방의 생각이 내 생각으로 침투해 나를 조정하고 내 심리적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느껴지면서 저항의 마음이 동시에 일어난다.

시간 내서 열심히 조언해주었더니 고마워도 안 하고 심지어는 잘난 체 한다며 본인 뒷말을 하고 다니는 친구 때문에 속상해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사연을 종종 접한다. 사람의 양가감정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거다. 상대방이 저항을 보이면 더 강한 권유로 압박하기 쉬운데 그러다 보면 상대방의 저항감은 더 커져 관계 자체가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소중한 상대방을 설득하고 싶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기다림이 아닌가 싶다. 상대방에게서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스스로 나올 때까지 경청하고 기다려줄 때 저항감 없는 설득이 시작된다.

이중적인 마음을 설득하는 기술, 반영적 경청

사람이 이중적인 것은 매우 정상적인 반응이라 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픈 마음과 스스로의 독립적인 자유를 지키려는 마음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데 기대자니 자신의 자존심이 상처 받는다. 자유 감성에 손상이 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누군가를 열심히 도와주었는데 버럭 화를 내는 경우를 경험할 수 있는데, 상대방이 저항을 일으킨 것이다. 난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마음의 저항인 것이다.

자녀나 내게 소중한 사람에게 조언을 하고플 때 즉, 내 의견을 잘 전달해 상대방을 설득하고자 할 때 직접적인 조언이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성숙하면 스스로의 마음의 저항을 잘 조절해 상대방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지만 대부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저항감이 자동적으로 발동한다.

우리가 이야기할 때 아무 저항 없이 수긍하는 사람들, 사실, 그것은 더 강한 저항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강한 저항을 보이는 것이 나쁜 현상만은 아닌 것이다. 저항은 에너지이기 때문에 이것을 잘 다루어주면 긍정적인 행동 변화의 동기로 전환될 수 있다.

이중적인 마음에서 생기는 저항을 잘 다루며 설득하는 기술로 반영적 경청(reflective listening)이 있다. 리플렉션(reflection) 즉, 반영은 거울에 비친 상이나 소리의 반사 등 상대방이 주는 이미지를 받아 되돌려주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되돌려줄 때 내 속성이 첨가되는 것을 반영이라 한다. 거울에 색이 입혀 있다면 그 색이 더해져 보일 것이다.

일반 경청이 수동적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면 반영적 경청은 능동적인 감성 소통 방법이다. 반영적 경청은 열린 질문과 짝이 돼 이루어지게 된다. “아들, 공부 했어, 안 했어? 공부 안 하면 나중에 후회돼요. 엄마 말이 틀린지 말 좀 해봐.” 질문이 있지만 닫힌 질문이고 강한 권유이기에 저항이 증폭된다.

“아들, 요즘 공부가 잘 안 되는 이유가 뭘까?” 이렇게 열린 질문을 하면 지시가 아닌 상대방의 마음을 묻는 것이기에 저항이 적게 생기고 속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이야기에 하고픈 이야기를 살짝 얻는 것이 반영적 경청이다. “공부는 열심히 하고픈데 집중이 잘 안 된다고? 스트레스가 많아서인가 보다. 하루에 10분씩이라도 사색하며 걷기를 하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색하며 걷기라는 엄마의 권유가 들어가 있으나 아들 입장에선 자신의 의견에 살짝 보태져 오는 것이어서 남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거부반응, 저항이 생기지 않는다. 스스로 행동 변화를 한 것이라 느껴지는 것이다.

쉬워 보이나 워낙 우리는 강한 직접 소통에 익숙해져 열린 질문과 반영적 경청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시도해보면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