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57호 (2018년 06월)

잡념 없애는 행복 필살기 ‘멍 때리기’


Enjoy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행복은 생각이 아니고 반응이다”라고 행복을 연구하는 이들은 이야기한다. 행복이 반응이라는 것은 그 반응을 일으키는 무언가를 해줄 때 행복감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즉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잘 연구·개발해서 터득하고 그 활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행복감을 잘 느끼고 살 수 있다.

자기만의 행복을 일으키는 필살기를 찾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에겐 서핑일 수도 있고 사진일 수도 있고 전자기타일 수도 있다.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각 사람에게 특화된 필사기도 있지만 대체로 누구에게나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보편적이고 쉬운 활동 중 하나가 ‘멍 때리며 걷기’다. 멍 때리며 걷기는 잡념과는 다르다. 잡념은 과거의 후회, 미래의 불안이 미세먼지처럼 머리 안을 혼탁하게 만드는 상황이고 멍 때리며 걷기는 현재에 대한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서점에 가면 수많은 심리서, 행복서들이 쌓여 있다. 이 책들의 핵심 단어가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제 생각이지만, ‘현재, hear and now’라 이야기하고 싶다. 요가, 명상 등이 마음 충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쌓이고 있다.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현재에 대한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조카든 내 아이든 다섯 살쯤 되는 아이들과 몇 시간 돌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눈뜨면 미친 듯이 같이 놀자며 덤벼들어 잠에 곯아떨어지기 전까지 쉴 새 없이 노니 같이 놀아주는 어른들의 업무 강도가 어마어마하다.

직장인인 경우 회사에 나가 일하는 것이 더 편하겠다고도 이야기할 정도다. 이 다섯 살짜리 아이의 엄청난 에너지는 어디서 솟아오르는 것일까. 아이들은 ‘힘’이 세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근육의 힘은 어른이 더 세다. 실제 파워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에너지의 문제인 것이다.

아이들의 어마어마한 심리 에너지를 받아 우리도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지친 마음이 잘 움직여 주지 않는다. 이 아이들의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근원은 현재에 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내 인생 5년은 엉망이었다”라고 후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반대로 “15년 후의 미래가 두렵다”며 미래를 걱정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오늘’에서 행복을 캐는 기술

아이들은 오직 현재를 살고 있다. 그래서 전쟁처럼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여유만 있으면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등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면 인류가 유지됐을까 하는 농담 같은 생각을 해본다. “응애” 하며 태어났는데 20년 후 수능도 치러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 너무 인생이 고달프다는 생각으로, 필자 같으면 다시 엄마의 따뜻한 배 안으로 들어가고플 것 같다. 그런데 오늘에서 행복을 캐는 기술이 너무 어려웠으면 그 또한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장의 주제인 ‘하루 10분 멍 때리며 걷기’만으로도 내 마음에 행복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멍 때리기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잡념과는 다르다. 멍 때리기도 정확한 용어는 아닌데 기술적인 용어를 쓰자면 뇌를 task-negative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외부와 연결된 정보 채널과의 연결을 잠시 끊고 내면과 연결하는 것을 일컫는다.

처음 멍 때리며 걷기를 하다 보면 잡념에 자꾸 빠지게 된다. 그래서 ‘하늘, 자연, 사람’ 같은 큐를 주며 산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먼저 하늘을 본다   (오늘 어제보다 하늘이 파랗다). 그리고 주변 사람을 본다(커피집 사장님 얼굴이 오늘 좀 우울하네). 그리고 주변 자연을 본다(활짝 폈던 꽃이 떨어졌네). 이렇게 과거 후회, 미래 염려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우리 뇌 안에 ‘task-positive’ 신경망, 즉 미래와 과거를 다루는 일을 하는 뇌가 잠시 꺼지면서 ‘task-negative’ 상태가 되고 자연스럽게 내면의 내 마음과 만나게 된다. 그때 행복 반응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며 마음 충전도 일어나고 이 에너지는 열심히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공감 소통, 창조적 사고 능력을 회복시켜준다.

왜 멍 때리며 걸을 때 행복 반응이 찾아오는가. 우리 마음이 소탈해지기 때문이다. 마음이 소탈해졌다는 것은 마음이란 컴퓨터의 기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마음 조정 쪽은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등수를 10등 더 올리기 위해 공부 시간을 3시간 더 늘리겠어’처럼.

그런데 지친 마음에 에너지를 회복해 긍정성을 되찾는 마음 충전 쪽은 기대치를 낮출수록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두 눈을 떠 하늘을 보며 걷는 것만으로 ‘내 인생은 행복해’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기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그 사랑의 긍정성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슬럼프를 겪는다. 그것을 잘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하는 사람을 보면 긍정성을 잃지 않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마음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음 조정은 마음에 힘이 있을 때 효과적이다. 마음 충전을 사용해야 하는데 멍 때리며 걷기가 쉬운 마음 충전 훈련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잠시 과거나 미래에서 벗어나 현재의 행복을 느끼며 걸을 때 자연스럽게 마음 컴퓨터의 기대치가 떨어지며 긍정성이 회복되는 것으로 돼 있다.

행복을 위해 너무 큰 기술만을 연마하고 있지 않나 싶다. 뭐든지 기본기가 중요하다. 하루 10분이라도 내 마음과 만나는, 가벼운 기술부터 훈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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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6-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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