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59호 (2018년 08월)

여자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최근 여성 억압적인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탈코르셋’ 운동이 활발하다. 마치 ‘여성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를 외치고 있는 듯하다. 여성도 남성도 서로에게 선택되기를 갈구한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 앞에서도 상대의 몸과 정신이 억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탈코르셋’ 운동이 시작됐다. ‘탈코르셋’이란 말 그대로 ‘몸을 옥죄는 코르셋(체형보정속옷으로 여성 억압적 문화를 상징)에서 자유롭자’는 여성들의 외침이다.

탈코르셋 운동을 주창하는 젊은 여성들은 여성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라며 공공장소에서 상의 탈의를 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고, 긴 머리, 화장, 다이어트 등 여성의 몸에 대한 지나친 남성들의(?) 요구에 그만 동승하자는 논의를 펼치고 있다.

실제 남성들이 주도권을 가진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 여성들은 남성들의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경제적, 사회적 힘을 가진 남성들에게 선택되고, 그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써 온 역사가 세계 문화사의 도처에서 발견된다.

운동의 이름에도 등장하지만, 서양의 여성들은 오랫동안 몸을 조여 허리를 잘록하게 하고 가슴을 풍만해 보이게 하는 코르셋에 억압돼 왔다. 코르셋은 처음엔 면 같은 천으로 가슴부터 엉덩이 윗부분까지를 바짝 조이는 것에서 시작됐으나, 점점 그 조이는 정도가 심해져서 가는 철사, 고래 뼈, 얇은 함석판을 넣어 여성들의 몸을 옭아매었다.

코르셋은 ‘보호를 갈구하는(?) 여성의 가냘픔’을 좋아하는 남성들의 취향에서 시작됐지만,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그 시절 여성들은 너무 졸라맨 코르셋 때문에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고, 너무 좁아진 복부에서 자리를 찾기 어려운 내장기관들이 손상되기도 했다. 또한 평소에 그렇게 졸라맨 복장을 하고 있던 여성들은 호흡이 어려워서 기절하기 일쑤였고, 심지어 잠자리에서 코르셋을 풀자마자 기절하는 경우도 속출해서 침대에서도 완전무장을 해야 했으니 그 시절 여성들의 고충은 차마 헤아리기 어렵다.

◆코르셋과 전족, 여성 옥죔의 잔혹사

서양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악명을 떨치던 코르셋이 있었으니 바로 중국 여성들의 전족이다. 전족은 말 그대로 여성의 발을 꽁꽁 묶어서 3촌(三寸)의 크기, 대략 9~10cm 크기로 만드는 발 코르셋이다. 역사적 고증에 의하면 이 전족은 대체로 남당(南唐)의 이후주(李後主) 때 시작된 것으로 본다.

이후주는 하얀 비단으로 비빈 요랑의 두 발을 둘둘 휘감고 그 작은 발을 더 굽히게 해서 금련대(金蓮臺) 위에서 작은 발로 춤을 추며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도록 했다. 이것은 원래 방탕한 황제의 놀이였지만 점점 민간으로 전해지면서 가냘픔을 아름다움으로 여겼던 송나라 때에 널리 퍼지게 됐다.

시작은 참으로 우연한 일이었음에도 그 전파력은 강했고 놀라웠다. 전족을 한 여성들이 남성의 사랑을 받으며 권력과 재력을 가진 남성들의 ‘성선택’권에 들자, 여성들은 전족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딸을 권세와 재력을 갖춘 이들에게 시집보내려는 어머니들의 극성과 염원이 보태지자 네댓 살도 안 된 여자아이들의 발을 동여매기 시작했던 것이다. 엄지발가락은 놔둔 채 네 발가락을 안으로 접어 넣어 꽁꽁 잡아매니 여성들의 발은 기형이 됐고, 혼자서는 걸을 수조차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힘을 주지 못하고 걷는 모습을 남성들은 여성의 연약함이라 해 칭송했다. 게다가 평소에 그렇게 꽁꽁 싸매고 있던 발을 풀어 냄새를 맡고 그녀가 신었던 신발(三寸金蓮)에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을 한량들의 세련된 놀이라 했으며, 그녀의 보드라운 발을 만지는 것에 탐닉했다.

◆성코르셋, 여성을 억압하다

외양으로 가냘픔을 보여주는 기능밖에 없었던 서양의 코르셋에 비교하면 중국의 전족은 그야말로 남성들이 원하는 많은 변태적 성적 취향을 만족시켜 주었다. 기형적인 발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사용하지 않아 보드라운 아기 같은 살이 주름져 있어서 남성들은 그곳을 만지며 두 번째 성기인양 흥분과 성적인 만족을 향유했다.

심지어 움푹한 곳에 자신의 성기를 넣어 성행위를 즐기기도 했다. 게다가 작은 두 발로 힘을 주어 일어서고 걸어야 하니 여성의 회음부와 허벅지 근육은 분명 바짝 죄어들 수밖에 없었을 테고 남성들은 이러한 쾌감조차 놓치지 않았다. 이 잔인한 풍습인 전족은 그 후로도 천년 가까운 오랜 세월 동안 여성들에게 요구됐다.

전족을 만들기 위해서 발이 꽁꽁 매여진 어린 여자아이는 발뒤꿈치가 문드러지고 발의 모양이 극심하게 기형화되는 과정에서 한 동이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니 참으로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전족과 코르셋의 유행은 이미 끝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중동 지역의 여성 성기 훼손인 할례, 외모 지향의 성형, 다이어트, 심지어 이쁜이수술 등의 성기 성형까지 다양한 형태의 성코르셋은 지금까지도 여성의 정신과 몸을 억압하고 망가뜨리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여성들이든 남성들이든 아니 사회 전체가 남성의 취향에 맞춘 감각적 미의 기준에 물들어 있다는 것을 도처에서 알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는 오로지 에스(S)라인과 탐스런 가슴, 튼실한 엉덩이 등 자신의 몸을 그야말로 음란물로 노출한 여성들의 사진과 영상, 자극적인 카피로 도배가 돼 있다.

많은 여성들이 지금도 남성의 기준, 사회의 기준에 맞춰 얼굴과 몸을 만들기 위해 병원의 수술대에 누워 자신의 몸을 찢고, 잘라내고, 틀을 끼우고, 훼손한다. 아마도 사회적, 경제적, 법적, 문화적으로 진정한 성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런 유형의 코르셋은 계속 여성을 옭죌 것이다.

가장 두려운 문제는 이러한 성코르셋에 갇히는 것은 여성의 몸만이 아니어서 정신도 갇히고 망가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로운 의지와 취향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한 개인이 아니라 몸도 정신도 힘 있는 누군가에 맞춰지고, 구속돼 위축되고 의존적인 비루한 존재가 된다.

여성도 남성도 서로에게 선택되기를 갈구한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성이란 고양된 정신적인 작용인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전승하고자 하는 생식의 본능이 원초적으로 숨어 있다. 고래로 우리는 상대가 원하는 성적 선택의 기준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적응해 왔다. 그래서 남성이 여성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혹은 동성끼리라도 서로에게 선택되기 위해 몸을 꾸미는 그루밍은 잘못이 없다.

정말 문제는 그러한 미의 기준이 상대의 몸과 정신을 억압하거나, 망가뜨리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되고, 그것을 분별하고 거부할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모든 성이 평등한 사회에서 나온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59호(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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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7-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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