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자위행위는 비정상일까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자위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속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했다. 그렇다면 결혼 후 자위행위는 비정상적인 행위일까.

근육질의 마른 남자가 자신의 성기를 만지며 한참 자위행위가 주는 만족에 심취한 듯 상기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가 그린 <수음>이라는 그림이다. 실레는 죽음의 두려움과 억압된 관능적인 성에 대한 욕구를 적나라하고 솔직한 그림으로 표현했던 작가였다. 그림에서 남자는 마치 “당신도 하잖아? 어때? 당신도 나도 이 기분을 좋아하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폭풍 전야처럼 유럽, 오스트리아에서는 포르노적인 그림이 많이 그려졌다. 이는 아마도 앞으로 있을 커다란 전쟁을 예감해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던 불안하고 흥분된 정서의 긴장을 풀기 위한 돌파구였는지도 모르겠다. 자위행위의 목표 역시 ‘스스로 자기 성기를 자극함으로써 얻는 오르가슴으로 인한 성적 긴장의 해소’다.

“아내가 5년 전에 자궁과 난소를 모두 적출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갑자기 폐경이 돼서인지 우울의 증상을 심하게 겪었습니다. 질이 건조해서 섹스를 고통스러워했지요. 아내의 어려움을 이해하기에 섹스를 요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이제 잘 지냅니다. 새로운 취미도 생겨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도 하고 그쪽으로 인정을 받고 있어서 생활에 만족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 저는 이제 50이 된 아직도 젊은 남자입니다. 성욕도 여전하고요. 자위행위로 제 욕구를 해결해 왔지만, 죄책감과 자괴감이 느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까요?”

아내를 무척 사랑하고 나름의 윤리관도 높아서 아내 말고 다른 여자와의 섹스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그는 자위행위로만 성 욕구를 풀어야 하는 자신을 한탄했다. 어쩌면 그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면에 아내를 향한 서운함과 분노가 뱀처럼 똬리를 틀고 가끔씩 고개를 내밀어 자신의 본능과 욕구 해소를 위한 요구와 처절한 싸움 중일지도 모른다.

성은 먹는 것과 함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다. 성은 단순히 몸이 만나는 섹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우리는 섹스라는 성행위를 통해 종족 보존도 하지만, 즐거움을 느끼고, 상대와 강력한 연대를 맺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의 강력한 정서적 연대는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행복의 요소다.

◆자위는 원초적 성 표현 방식

자위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속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했으며, 사람들은 그런 속설로 자위행위를 막고, 벌하고, 금기시해 왔다. 심지어 <좁은 문>을 쓴 앙드레 지드는 여덟 살 때 학교에서 자위행위를 했다가 담임에게 들켜서 3개월의 정학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금기는 특히 성에 대한 금기는 방종의 성 행태를 양산한다’는 독일의 심리학자 헬무트 켄들러의 말처럼 성은 억압할수록 죄의식과 함께 더 일탈을 꿈꾸게 되는 강박으로 이어진다. 자위도 마찬가지다.

최근 청소년의 자위행위는 그래도 발달 과정의 하나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결혼 후 자위행위는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취급되는 것을 보곤 한다. 실제로 결혼한 상대가 자위행위 하는 것을 보기라도 하면, ‘나랑 하는 섹스가 만족스럽지 않은가?’, ‘너무 섹스를 변태적으로 밝히는 것 아닌가?’ 하고 불편한 마음이 된다고 고백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내 파트너의 자위행위는 뭔가 부족해서라기보다(실제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해 왔던 익숙한 긴장 해소의 방법이라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짐작하겠지만, 둘이 하는 섹스보다 혼자 하는 자위행위가 더 쉽고 빠르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그저 그뿐인 것이다, 그러므로 내 파트너가 나와의 섹스에 별 불만이 없으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에 굳이 나의 능력을 탓할 이유가 없다.

킨제이뿐 아니라 많은 성학자들은 연구에서 남자들은 90%가 넘는 이들이 자위행위를 하고, 여자들은 대략 60%가 넘는 이들이 자위행위를 한다고 밝혀 왔다. 자위행위는 엄마 태중의 아기도 성기가 발기하고, 자신의 성기를 만져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할 만큼 지극히 자연스런 행위다.

‘자위는 가장 원초적인 성 표현의 방식이고, 한평생 지속할 수 있는 자기 자신과의 애정행위’라는 미국의 유명한 성학자이며 자위행위 찬양자인 베티 도슨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자위행위는 말 그대로 나에게 내가 즐거움을 선사해 위안하는 행위다.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혼자 깔끔하게, 그리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방법으로 쉽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독립적인 성행위는 자위행위가 유일하다.

그 외에 자위행위는 자신의 성감대와 성감을 개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성치료자들은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여자들에게 자위행위를 처방하기도 하며 남자의 사정 조절 훈련에 자위행위를 이용하기도 한다.

성감은 개발되면 더욱 예민해지고, 자신의 성감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면 상대와의 섹스에서도 훨씬 능동적으로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멋지게 해결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더욱 자신감이 생긴다.

다시 돌아가 이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바람직한 해법은 지금이라도 아내를 설득해 다시 성생활을 재개하는 것이다. 스킨십이 많아도 삽입섹스가 없으면 뭔가 서운하다. 여자는 삽입보다는 사랑의 속삭임과 애무를 더 좋아한다고? 여자도 절정의 순간이 되면 삽입을 원한다. 그것이 자연스런 성의 이치다. 뭐라 해도 섹스는 종족 보존에 대한 본능적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강력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많아도 함께 몸을 섞는 섹스가 없으면 관계는 점점 이성적이 되고 건조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아내가 전문가를 찾기도 거부하고, 섹스를 위한 노력을 더 안 한다면, 자위행위를 해 스스로의 성적 긴장을 건강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죄책감을 가질 이유도 없고, 많이 하든 적게 하든(지나친 것은 스스로 알 수 있다) 즐겁게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면 된다. 내 몸으로 만들어내는 쾌감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