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서울시오페라단이 한국 오페라 70주년 기념 및 올해 시즌을 마무리하며 두 편의 오페라를 선보인다. 연출을 맡은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인터뷰 내내 작품에 대한 애착과 오페라 인으로서 사명감에 대해서 진지하게 풀어냈다. 사진 이승재 기자
“오페라 대중화 도전…한국형 콘텐츠도 만들 것”
“올해로 한국에 오페라가 뿌리내린 지 70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 오페라는 생경하다는 인식이 많은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관객들이 오페라를 좀 더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극의 형식과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오페라 <아말과 동방박사들>, <노처녀와 도둑>들을 연출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도 하죠.”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이 연출을 맡은 오페라 <아말과 동방박사들>, <노처녀와 도둑>이 각각 12월 19~23일, 12월 26~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소재의 친숙성, 아리아의 한국어 번안, 관객들과의 밀접한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소규모 극장 선택 등 서울시오페라단이 관객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묻어난다.

두 작품 모두 오페라 작곡가 잔 카를로 메노티의 작품으로, 그는 TV와 라디오를 통해 쉽고 재밌는 오페라를 선보이며 오페라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해 왔으며, 퓰리처상 작곡 부문을 두 차례 수상했다.

서울시오페라단과 메노티의 인연 또한 특별하다. 메노티는 ‘서울 올림픽 문화 축전’의 일환으로 오페라를 위촉받아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를 직접 각색, 작곡, 연출한 오페라 <시집가는 날>을 세계 초연하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후 30년 만에 조우하는 메노티와 서울시오페라단의 특별한 무대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페라 <아말과 동방박사들>은 유대 헤롯왕 때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세 명의 동방박사들이 찾아온 내용으로, 1951년 12월 24일 미국 NBC 채널에서 처음 방송된 이후 매해 크리스마스마다 공연되고 있다. 친숙한 내용만큼 모든 연령대의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오페라로, 서울시오페라단의 공연에는 특별히 합창단도 가세할 예정이다.

<노처녀와 도둑>은 노처녀인 미스 토드와 가정부 래티티아, 훤칠한 외모의 탈옥수 밥의 사랑과 갈등을 통해 사회상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작품으로, 뚜렷한 캐릭터 묘사와 음악이 돋보인다. 사랑 때문에 도둑질까지 하게 되는 두 여인의 모습은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열어 가는 싱글 남녀에게 남다른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번안 오페라라는 것이 일종의 도전이죠. 하지만 이 역시 한국 오페라 관객들을 위한 ‘틀’이자 또 다른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국내에선 오페라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거든요. 그렇다 보니 스케일이 큰 이상적인 오페라 공연을 구현하기에 현실적으로 힘든 점도 많죠. 그래서 지금은 오페라를 ‘만든다’는 것에만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관객들이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집어내고, 그들이 오페라를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련 기관들이 사명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이 단장은 앞으로 계획과 포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오페라 대중화 도전…한국형 콘텐츠도 만들 것”
“서울시오페라단장으로서 지녀야 할 오페라의 공공성과 대중성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을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이런 노력들이 쌓여 국내에서도 오페라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증가한다면 훗날 한국형 오페라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지난 70년이 서양의 오페라를 한국에 이전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한국형 오페라로 채워질 순간들이 오도록 오페라인(人)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예정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