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록앤롤 ROCK ‘N’ ROLL>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국립극단이 올해 명동예술극장에서의 마지막 공연으로 연극 <록앤롤 ROCK ‘N’ ROLL>을 11월 29일부터 12월 25일까지 선보인다. 20세기의 끝자락에서 변화를 부르짖은 이들의 이야기는 민족과 계급의 시대를 지나 시민과 대중의 시대를 살게 된 국내 관객들에게도 울림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묻다
<록앤롤>은 네 번의 토니상과 일곱 번의 이브닝 스탠더드상 수상 등 기록적인 성과를 이룩한 극작가 톰 스토파드(Tom Stoppard)의 작품이다. 유럽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작품에 녹여 왔던 그는 <록앤롤>에 고국인 체코슬로바키아의 격정적인 정치사를 그려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스토파드는 나치의 점령을 피해 영국에서 생활하게 되고, 이방인인 자신의 모습을 극중 등장인물인 케임브리지 유학생 ‘얀’에게 투영시켰다.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창립 멤버 시드 배럿(Syd Barrett) 역시 이번 작품을 쓰는 계기가 됐다. 한때 기이할 정도로 자유롭고 신비로운 예술 세계를 펼쳐 온 아티스트였지만 평범한 중년이 된 배럿의 모습을 본 작가는 록 음악이 예술성을 넘어 사회에 끼쳤던 막대한 영향력을 희곡으로 써냈다.

극작가이자 체코의 초대 대통령으로 사랑받은 바츨라프 하벨(Vaclav Havel)을 본뜬 캐릭터는 예술이야말로 정치적 저항의 가장 뛰어난 형식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요동치던 역사의 전환기를 록 음악으로 표현한 <록앤롤>은 망명자로서의 이념적 정체성과 삶에 대한 스토파드의 고민을 오롯이 담아낸다.

특히, 이번 작품 곳곳에는 기존 질서에 대항하는 자유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망명한 흑인들에게서 시작된 록 음악은 소외된 이들을 감싸 안고, 핑크 플로이드와 롤링스톤스 등 시대를 풍미한 밴드의 음악이 극장에 흐른다.

또한 극중 고전학 강의에서는 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Sappho)를 통해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서사시를 거부하고 새롭게 등장한 서정시를 다룬다. 장르는 달라도 공통적으로 자유를 가리키던 예술적 아이콘들은 작품 속에서 체코의 정치사와 맞물린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록앤롤>은 공산독재 체제에 끊임없이 저항하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시민혁명을 160분의 러닝타임에 담아냈다. 프라하의 봄과 구소련의 개입, 벨벳혁명 등 격동의 역사 속에서 누군가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누군가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며, 누군가는 히피정신으로 스스로를 다독인다.

한편, 이번 공연은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돌아보는 연출가 김재엽이 맡아 기대를 더한다. 독일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은 자유>,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등 이른바 ‘베를린 시리즈’를 작·연출해 온 그는 동유럽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록앤롤>을 풀어낼 예정이다. 그는 각종 사상과 이념에 대한 토론이 가득한 이번 작품에 대해 “20세기는 모든 인간이 각자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시기”라며 “이 작품은 20세기 전체를 마감하는 페스티벌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묻다
흥겨운 음악과 화려한 연출진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지만 연말 공연답게 흥겨운 음악도 맛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롤링스톤스, 비틀스, 유투(U2)부터 마니아층을 거느렸던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 다양한 밴드의 곡들이 무대에 울려 퍼진다. 케임브리지와 프라하를 넘나들며 20년간의 세월을 담아낼 무대는 회전식 턴테이블 형태로 높이 5m,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사실적인 세트가 들어올 예정이다.

철학적이면서도 비트와 리듬이 살아 있는 이번 작품에는 그간 연극 무대에서 활약해 온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뭉쳤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나인룸>, 연극 <레드>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활동해 온 배우 강신일 뿐 아니라 이종무, 장지아, 정새별 등 올 한 해 국립극단 무대를 가득 채운 시즌 단원들이 함께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