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여는 전주곡 ‘키스’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손등에 하는 존경의 키스부터 연인들의 깊고 진한 프렌치 키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키스가 존재한다. 키스는 인사법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상대방의 몸과 마음을 여는 강력한 스위치이자 더할 나위 없는 성적 표현이다.

간혹 강의 중에 “제가 20여 년을 성 상담과 성 교육을 하다 보니 이제 얼굴만 봐도 섹스를 규칙적으로 하는 분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라며 농담(?)을 할 때가 있다. 사실 전부 객쩍은 농담은 아닌 것이 섹스를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얼굴빛이 다르다. 화사하고, 윤기가 나며, 잘 웃는다. 그것은 섹스가 실제로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자존감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런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말을 할 때까지도 ‘내 얼굴을 보구려. 난 규칙적으로 한답니다’라고 자신만만해 하는 이들도 “그럼 키스는 자주 하나요”라고 물어보면 뜨악해지는 얼굴이 된다.

‘아이구, 결혼한 지 우리가 몇 년인데 아직도 키스를 하누, 망측하게.’
‘가만, 우리가 키스를 안 한 지 얼마나 됐지?’
‘그러네. 우리가 키스 안 한 지 꽤 됐구먼.’

이런 어색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것이다. 의무방어전으로 섹스는 해도 키스는 하기 어렵다. 상대에게 실망하고 미워지면, 키스할 마음이 안 생기는 데다 상대가 입을 내밀고 다가오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돌리거나 상대의 입을 밀어내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입이 아무래도 성기보다 뇌에 가까워서 좀 더 분별력이 있는가 보다 생각하기도 한다.

키스는 인사법에서 유래했으며, 상대에게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성적 표현이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깊은 애무까지 가지 않아도, 상대의 입을 바라만 봐도 가슴이 뛰고, 설레고, 빨리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입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던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진한 키스만 오래 했을 뿐인데, 속옷이 온통 젖었더라고 고백하는 여자도 적지 않다.

◆키스, 상대 몸을 여는 강력한 스위치

브리태니커 사전에 보면 키스는 ‘매너의 하나’로 ‘손등에 하는 키스는 존경을, 이마에 하는 키스는 우정을, 뺨에 하는 키스는 호감을, 눈에 하는 키스는 동경을, 손바닥에 하는 키스는 원망을, 입술에 하는 키스는 애정을 표시한다’고 돼 있다. 몸이 닿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는 영국인들도 키스에 대해서는 꽤 많은 정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일설에는 키스는 상대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 라고도 하고(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냄새로 알아차리던 후각이 예민하던 시기였겠지만), 인사를 하기 위해서 라고도 하며, 먹이를 나누다가 혹은 두 사람의 유전자 및 면역 체계의 호환성을 알아보아 좋은 배우자를 고르기 위해서 라는 등등 많은 해석이 달려 있지만, 무엇보다 키스는 섹스를 부르는 전주곡임에는 틀림이 없다.

상대의 입술에 ‘쪽’ 하고 입술을 부딪히는 가벼운 키스부터 입을 마주 대고 입술을 문지르며, 천천히 촉촉함을 나누다가 결국 입을 열어 혀를 받아들이는 진한 프렌치 키스까지 어쩌면 키스의 진정한 목적은 ‘사랑을 나누는 것(making love)’이다.

키스를 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부드럽게 하고 얼굴 근육을 이완시킨다. 그러려면 마음이 상대에게 먼저 열려야 한다. 이 순간 여러 가지 갈등이 생기면 저절로 얼굴이 굳게 되고, 입술도 딱딱해진다. 상대와 입술을 맞대고 촉촉하게 상대의 입술을 핥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상대에게 더욱 깊숙이 얽히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그래서 키스는 상대의 몸과 마음을 여는 강력한 스위치가 되기도 한다. 혹자들은 프렌치 키스를 섹스에 갈음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몸(혀)을 상대의 몸(입)에 밀어 넣는다는 점에서도 과히 섹스라 할 만하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여자의 입술이 빨갛고 도톰해져서 상대를 성적으로 강력하게 유혹하게 된 점에 대해 여자들이 숨겨진 성기 대신 얼굴의 가운데 뚜렷하게 보이는 입술을 발달시켜 왔다고도 설명한다. 입술과 혀가 질과 음경을 대체하는 성기로도 여겨진다.

키스를 하면 우리의 뇌에서는 쾌감과 진통 효과를 내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그래서 격정적인 키스로 입술이 찢어져서 피가 흘러도 아픈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심장을 뛰게 하는 아드레날린,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 짜릿한 중독 호르몬 도파민, 신뢰를 갖게 하는 옥시토신 등 온갖 흥분과 행복의 호르몬이 흠뻑 분비되니 멋진 키스를 하면 여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고, 귀에서 종소리가 들린다는 이도 있을 정도다. 남자에게도 멋진 키스는 성기의 단단한 발기를 가져오고, 귓가에는 절정을 향해 산뜻한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가 들려온다.

“남자는 키스로 사랑의 불을 붙이고, 여자는 키스로 사랑을 확인한다”는 말이 있다. 대체로 남자들은 키스가 성공하면 섹스로 가는 문이 열렸다고 좋아하지만, 여자에게 키스는 연인과의 관계가 견고함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또 키스가 좋으면 섹스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키스는 때로 격정적으로도 하게 되지만, 기본은 부드러움과 달콤함이다. 상대를 배려하며 낭만적이고 부드러운 키스를 선사하는 사람은 섹스도 부드럽고 배려가 많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키스를 멋있게 하는 이라면 섹스도 훌륭할 것이라는 기대가 따라오기 때문에 섹스에의 초대를 하게 되는 남자들은 키스의 기술을 익히고, 부드럽고 달콤한 키스를 자주 하는 것이 여자에게 사랑을 견고하게 하는 지름길인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사랑이 사라지면 키스가 가장 먼저 사라진다. 당연히 키스가 회복되면 사랑과 섹스가 단번에 회복된다. 사랑하는 마음을 상대에 대한 배려와 격정으로 휘감아 전달하는 키스의 기술은 순풍에 돛을 단 듯 당신을 사랑의 바다에서 미끄러지듯 순항하게 해줄 것이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